고3이 된 후 첫 중간고사와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수험생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만족스럽지 못한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에 대한 불안함, 수시와 정시 사이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입의 성패가 갈린다. 대입을 결정짓는 터닝 포인트 지점인 고3 상반기, 우리 지역 수시 합격생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어봤다.
“1년 후 딱 이맘때 상상했어요”
작년 딱 이맘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날씨가 풀리고 페이스북에는 벚꽃 핀다, 놀러간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수능은 다가오고. 멘탈 극복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빨리 이 시간이 지나서 일 년 후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1년 뒤 딱 이맘때쯤에는 “나도 즐겁게 웃으면서 동기들이랑 벚꽃 보고 웃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무엇보다 고3 생활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또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누구나 분명히 한번은 고3을 맞이하지만 그걸 한 번에 끝낼 것인지 여러 번 반복할 것인지는 개인마다 달라지니까요. 누구나 처음 겪는 고3인 만큼 대학생활을 꿈꾸며 힘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
서울대 경제학부 김중석 학생
“하루 공부량 채우면 무조건 놀았어요”
고3 때 여름방학쯤부터 공부가 질리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시험을 보면 계속 틀리는 게 나오고 분명 아직 질릴 단계가 아닌데 공부하는 게 지겨워졌어요. 그래서 하루에 공부할 양을 정해놓고 그것만 다하면 무조건 놀았어요. 하루 종일 자습을 하는 날이 많아 공부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요. 그래서 쉬기도 많이 했고, 항상 공부를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문제를 많이 풀었어요.
충남대 의예과 이지수 학생
“‘후회는 남기지 말자’ 다짐했죠”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과 눈 깜짝할 새에 찾아오는 학교 시험과 모의고사를 생각하면 고3 단 하루도 힘들지 않았던 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날씨가 좋은 5월이면 밖으로 뛰어나가 놀고 싶고 수시전형에 지원할 때는 지난 3년을 돌아보고 아쉬워진 마음에 울컥하기도 했고요. 수시 지원을 마치면 지원한 모든 대학에 합격해 어느 학교를 선택할지 상상하는 쓸데없는 고민도 하게 되죠. 이 모든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후회는 남기지 말자” “그래도 이번 한 번만큼은 정말 열심히 하자”라는 각오로 매 순간 임했던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단 한 순간이라도 무언가에 집중해서 열정적으로 임했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연세대 화학과 이정원 학생
“다른 사람들의 공부 수기 읽었어요”
고3 중반 때 실력이 잘 향상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황하거나 초조해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직시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공부 수기를 읽어보면서 항상 공부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되뇌었는데 그 결과 개념보다는 지나치게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했었다는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돼 실력도 많이 향상되고 멘탈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권수진 학생
“슬럼프 와도 공부량 똑같이 유지했어요”
추석 연휴 즈음, 노래가 너무 부르고 싶어 야자시간에 노래방을 다녀왔는데 다음날 바로 감기에 걸려버렸어요. 잠도 많이 못 자니까 감기가 한 달 넘게 지속됐어요. 9~10월 중순, 더는 수업이 없고 자습만 하루에 11~12시간 하다 보니 체력은 중요해지는데 노래방에 가서 감기를 얻어오다니….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이 상황을 헤쳐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루하루 이 악물고 버텼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침에 국어영역을 푸는데 너무 졸린 거예요. 눈이 자꾸 감기고 머리는 정말 안 돌아가고. 그럴 땐 '지금 자면 안 된다. 아침에 자는 버릇을 들이면 수능 때도 잠이 온다'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한 글자라도 머리에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슬럼프가 왔을 때도 1학기 때 하던 공부량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원래 궤도로 돌아오더라고요.
서울대 의예과 윤의정 학생
“후회는 금물, 앞으로의 일에 집중했어요”
수험생이면 이전에 한 활동이 만족스럽지 않잖아요. “2학년 때 프로젝트로 수상했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왜 영재원이 공지를 잘못 보내서 과학중점학교 활동을 못 했지?” 후회, 아쉬움이 많았어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실수에 대한 아쉬움을 수십 번 회상하면서 과거에 집착했어요.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알려줬어요. 지나갔고 되돌릴 수 없고 이미 떠난 일이라고. 그 이후로는 가능한 후회를 안 하고 앞으로의 일에 집중해서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후회할 시간을 다음 것에 집중하는데 쓰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하나하나가 모여서 결과를 만들었고요!
연세대 기계공학부 김은호 학생
“승부욕, 멘탈 극복하는데 한몫했어요”
6월 같은 중요한 모의고사 망쳤을 때 멘탈이 흔들려요. 내신은 워낙 해왔으니까 멘탈이 끄떡없었는데 모의평가는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럴 땐 그냥 하루를 아예 놀아버리거나 피아노 같은 취미활동으로 극복했어요. 평소 즐겨 치던 곡을 치거나 즉흥적으로 곡을 만들어 집중해서 주말에 한두 시간 정도 연주하고 나면 불안한 기억이 조금은 사라졌어요. 공부하기 싫을 땐 과거에 오기가 생겼던 계기를 곱씹으면서 악착같이 공부에 도전하기도 했고, 승부욕이 강한 게 멘탈을 극복하는데 한몫했어요.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추교빈 학생
“안양천에 나가 수다 떨며 죄책감 잊었어요”
정말 견디기 힘들 때는 책을 덮고 학교 앞 안양천으로 바람 쐬러 나갔어요. 편의점에서 먹을 거 사들고 친구들이랑 밤에 안양천 가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과자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죠. 가끔 불꽃놀이도 했어요. 공부 안 될 땐 죄책감에 사로잡혀 울고 화를 내기보다 산이나 강이 보이는 야외로 나가서 자연을 음미하며 마음을 푸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오히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잡고 있는 것보다 마음이 더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피현빈 학생
“타이머 1초 늘어나는 것으로 위안 삼았어요”
공부시간을 처음으로 고2 때 타이머로 재봤는데 7시간이었어요. 충격이었죠. 공부를 꽤 많이 한다고 추측했었는데 공부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죠. 하루 11~12시간을 목표로 하루하루 공부시간을 점점 늘려갔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기 힘드니까 등교 후 조회 전까지, 쉬는 시간, 점심시간, 야간자율학습시간, 하교 후 집에서 1~2시간씩 공부시간을 확보했죠. 타이머의 공부시간을 하루에 1초라도 더 올리는 것에 집중하니까 스스로 경쟁이 되고 내신과 수능 준비에 지친 멘탈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우주항공공학과 박명건 학생
“친구에게 흔들리지 않을 계획표 세웠어요”
수시 지원생으로서 내신, 자소서, 수능 3가지 모두를 준비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6월 모의고사 보고난 후 수능 압박감을 느끼는 가운데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고3 1학기 말이 되면 내신관리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자기소개서를 쓰자니 옆 친구가 내신 공부하는 걸 보고 흔들리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자니 수시에서 자기소개서가 얼마나 중요한데 싶어 집중도 못했죠. 멘탈이 힘든 이 시기에 언제 무엇을 할지 시간을 배분해서 해결했어요. 일주일 중 이틀은 자소서 쓰는 시간 비중을 크게 잡고 나머지 시간에 내신, 수능을 나눠 공부했어요. 이렇게 되면 자기만의 계획이 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 활동에 신경도 덜 쓰고 공부에 집중하기도 쉽더라고요.
고려대 철학과 최지혜 학생
“밝고 긍정적인 마음 가지려 노력했어요”
모의고사 후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국어에서 4등급을 맞고 크게 좌절했습니다. 자는 시간도 줄이고, 방학 때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에 한 끼 먹으며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괴감도 들고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신경이 쓰였던 것은 잘하는 애들은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은 ‘밝은 마음’이었습니다. 멘탈이 깨졌다는 말은 자신이 여태껏 해온 공부 방법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쓸모없다고 느낄 때라고 생각합니다. 멘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 ‘나는 무엇을 한 거지?’에서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로 마음가짐을 바꿀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슬럼프는 더 나아가기 위한 기회이자 발판일 뿐입니다. 슬럼프가 왔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을 먹으면 발전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강대 물리학과 윤태훈 학생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