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입은 정시보다 수시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78.4%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율이 7대 3으로 잡혀가고 있어 수시전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수시 3관왕, 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동시 합격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에 학교장추천전형으로 합격한 권수진 학생(경복여고 졸)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에 동시 합격해 수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수진양이 건축사회환경공학부에 지원하게 된 건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려면 에너지와 화석연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기반시설물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건설하는데 관심을 가지면서 토목과 환경을 어필하는 학과로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시사토론반에서 유일한 이과생
수진양은 공대 지망생이지만 ‘시사토론반’ 동아리에서 단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바탕으로 문·이과 융합형 인재를 강조했다. “이과생들이 화학이나 과학 동아리를 선호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사토론반’ 동아리에서 이과생은 제가 유일했어요. 과학 동아리로 옮기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세계적 공학리더라면 시사 문제에 대한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론은 문과 전유물이란 편견을 깨고 싶었던 수진양은 시사토론반 단장을 맡아 천편일률적인 자율토론에서 벗어나 세다·원탁·독서토론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토론의 변화를 이끌었고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등 사회적 화두와 과학기술의 발전, 줄기세포 등 과학 관련 내용을 토론 주제로 다뤘다. 토론한 내용을 100페이지가 넘는 책자로 만들어 ‘동아리 활동집’으로도 발간했다. 토론 동아리에서 교내 포럼대회도 참여했다. 진로가 같은 친구들과 팀을 구성해 토론하고 발표하고 논문까지 완성했고 수상까지 하는 쾌거도 이뤘다.
학교 밖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
수진양의 인문학적 소양은 청소년 참여인단에서도 드러난다. 1학년 때부터 법원에서 평결에 참여했고 청소년 참여인단 단장을 맡아 회의를 주도했다. 공대 지망생이지만 건설법으로 인한 분쟁이 생겼을 때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어 법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도 했다.
수진양의 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법원 특집 도전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은 것과 연말에 진행한 도전 골든벨 왕중왕전에서 문과생을 제치고 당당히 왕중왕이 되면서 증명됐다. 이를 계기로 참여인단 홍보대사가 돼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2학년 때 참여한 과학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전공적합성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교과 과정에서 접할 수 없는 실험을 할 수 있는 과학 거점학교 프로그램에서 과학전지실험을 하면서 친환경 소재를 상용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볼타전지, 다니엘전지, 화학전지를 주제로 소논문도 완성했다. 학교에서 다룰 수 있는 재료의 한계로 변인 통제에 문제가 발생해 서투르게 논문을 완성했지만 이 경험을 통해 공학도가 느껴야할 마음가짐을 알게 됐다. 또한 화성탐사선을 만들 때 시간이 부족해 바퀴를 만들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팀원 간에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오히려 탐사선을 원통형으로 굴러가게 만들어 창의적인 부분을 인정받아 1등을 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방학 기간 운영하는 공학 프런티어 캠프에도 참여했다. 재미있는 공학실험, 연구소 투어 및 연구실 체험, 공학특강 등에 참여하면서 진로를 확정하는 시간이 됐다.
착실한 독서이력, 면접 때 도움
수진양은 아침에 20분씩 일찍 학교에 도착해 도서관에서 아침독서활동에 참여했고 자투리 시간도 활용했다. 전공적합성을 어필할 수 있는 전공 관련 서적의 독서량은 20권이 넘고 인문, 사회, 예술 등 다방면에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3년 동안 읽은 책이 100권이 넘는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책은 거의 다 읽을 만큼 책읽기에 열심을 냈고 수진양의 독서이력은 고대 면접의 실질적인 합격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면접질문이 확률과 통계 부분에서 ‘큰 수의 법칙에 관련된 확률 문제로 이를 해석하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라’는 것이었는데 낯선 면접관 앞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순간적으로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자신이 원하는 확률 값을 얻기 위해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광고에 활용한다는 책 내용을 적용해 확률이 표본 집단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어르신들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3년 동안 치매어르신들의 식사 보조, 말벗 해드리기, 청소 등에 참여했다. 이 봉사활동으로 따뜻한 마음과 바른 인성을 강조할 수 있었다.
“미디어에서 치매어르신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많이 접했었는데 막상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봉사자들의 소소한 도움으로 어르신들이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수진양은 수업시간에 나온 내용 중 궁금한 것은 조사해 보고 모르는 부분은 끝까지 연구해 보고서로 작성했다. 예를 들면 영어 시간에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소련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 발표하고 한국사 시간에는 ‘왜 원나라는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을까’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도전 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으로 뽑혀 하와이에 다녀온 후에도 ‘배(Ship)를 여성(She)으로 부르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수학여행 때는 제주도 화산지형을 조사해 발표하고 교내 영자신문에 ‘짐바브웨의 수사자 세실을 죽인 밀렵꾼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고도 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의문을 갖고 조사해보고 알게 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학생부에 빠지지 않고 기록한 것이 수진양의 수시 3관왕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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