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모여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수학책과 풀이노트는 준비하지 않는다. 침묵역시 금물이다. 스스로 준비해온 기발한 문제를 제시하면 활발한 생각 교환을 통해 다 같이 정답을 찾아낸다. 문래중학교 ‘순수의 시대’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수학적인 감각을 키우는 수학 동아리이다. 수학은 ‘무척 흥미로운 과목’라고 말하는 ‘순수의 시대’ 동아리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창의적인 문제풀이, 고민도 즐겁다
“어느 구두 가게에서 손님이 70만 원 짜리 구두를 사고는 100만원 수표를 내밀었다. 주인은 잔돈이 없어 옆집에 가서 수표를 주고 현금을 빌려 손님에게 30만원을 거슬러주었다. 다음날 옆집에서 부도 수표라며 환불을 요구하기에 100만원을 현금으로 다시 돌려주었다. 구두 가게 주인은 얼마를 손해 보았을까?”
칠판에 띄워진 파워 포인트(PPT)의 내용이다. 창의수학 동아리 ‘순수의 시대’ 대표이자 오늘의 발제자인 정유민 학생이 큰 소리로 문제를 설명한 다음 정답을 묻자 여기저기서 답이 쏟아지는데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왜 그런 숫자가 나왔을까?”라는 질문에 각기 다른 생각의 이유가 이어지고 “정답은 100만원”이라고 하니 환호와 탄성, 어리둥절한 표정이 동시에 나온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아침 8시에 진행되는 ‘순수의 시대’ 동아리 활동시간. 수업시간 전 30분 동안 다양한 창의수학문제를 함께 풀고 큐브 맞추기, 퍼즐 맞추기, 스토쿠 풀기, 수학퍼즐 풀기 등 게임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흥미를 유발시킨다. ‘순수의 시대’ 학생들은 30분의 짧은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교환했다.
차승욱 학생은 “이해되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고민해서 풀어냈을 때의 희열이 무척 크다”며 수학적인 사고력과 논리력, 추리력을 키울 수 있어서 동아리 활동에 무척 만족한다”고 전했다. 김현우 학생은 “혹시나 일어나지 못할까봐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알람을 3개 정도 맞춰놓는다”며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떨쳐내고 나오는데 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과 함께 ‘뇌섹시대’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찍 문제를 맞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이 똑똑하다고 칭찬해주신다”며 웃었다.
문래중학교 최성란 창의인성부장은 “지난해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동아리로 당시에는 생활기록부 수록이 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했다”며 “이것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간 쪼개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 대회’ 준비
‘순수의 시대’는 다양한 수학적 접근 방식으로 논리력과 창의적 사고력은 물론이고 발표력과 자신감까지 스스로 키워나간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도 생겼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7년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니시리즈 ‘캡슐의 이면’이라는 제목으로 표현과제 해결계획서를 접수했고 예선전 참가자격도 주어졌다.
정유민 학생은 “정규 동아리 활동 시간 외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가끔씩 늦은 시간까지 모여 대회에 필요한 재료를 만들고 연극 연습을 하는데 동아리에 대한 애착은 물론이고 친구들이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동아리 활동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도 잘 전수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유민 학생(3학년)
동아리 대표로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들 덕분에 동아리가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어 기쁩니다. 6월에 열리는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챔피언대회를 잘 준비해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이헌 학생(3학년)
친구의 권유로 활동하게 됐어요. 우리 동아리에 관심 있는 친구나 후배들에게는 수학을 못해도 동아리 활동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계산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는 시간이지요.
함유빈 학생(3학년)
밴드부 동아리활동을 하던 중 친구가 재미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됐고 올해 ‘순수의 시대’에 합류했어요. ‘수학은 어렵고 지겨운 과목’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고 생각하는 방법이나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즐거워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답니다.
김서연 학생(3학년)
이번 달에는 돌아가면서 창의력 수학문제를 10개씩 준비해오고 있어요. 굉장히 기발한 문제나 내용들이 많아요.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나온답니다.
김현우 학생(3학년)
문제를 푸는 과정도 재미있고 정답을 알아냈을 때의 뿌듯함도 크답니다. 더 빨리 알아맞히기 위한 우리끼리의 경쟁은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요. 인터넷을 검색해서 문제를 찾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답니다.
김승현 학생(3학년)
문제의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쉽게 적응할 수 있어요. 소수의 인원이 활동하다 보니 서먹한 시간은 짧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친해진답니다. 수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니 후배들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차승욱 학생(3학년)
저는 도형 쪽에 강하지만 오늘 같은 창의력문제는 생각보다 어렵네요. 10문제 중 1~2개 정도 맞히는 편입니다. 정답과 해설을 봐도 이해를 못할 경우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끝까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과정이 무척 즐겁습니다.
이현진 학생(3학년)
퍼즐이나 창의력 문제를 푸는 시간이 재미있어요. 오늘 풀이한 7문제 중 3문제의 정답을 맞혔답니다. 수학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수학 점수도 예전보다 올라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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