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유기고

건강한 사교육을 기대한다.

지역내일 2017-12-06

대한민국 사교육이 문제라는 기사를 종종 접하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교육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다온 지인 한 분은 대한민국이 너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사교육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교육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바로 선행학습 때문이다.

사교육이 선행을 부추긴다는 것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는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선행만을 외치는 학부모들과,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대학을 가기 힘든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 선행수업을 개설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학원이 과연 몇 개나 되겠는가? 선행수업을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는 일부 양심 없는 학원들까지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하루 종일 교재 연구와 커리큘럼 보완에 힘쓰고 있는 진정한 교육자들까지 싸잡아 비난받는 이런 상황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모두들 선행에 목을 매는지부터 생각해보자. 학생이든 학부모든 선행이 많이 되어 있으면 우월감을 가지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위축이 된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누군가는 당당하고 누군가는 죄인이다. 선행을 했다는 것은 남들보다 먼저 했다는 것일 뿐 그것이 곧 실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결정적 순간 이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빠르게 선행을 나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행수업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알든 모르든 고등수학을 한 바퀴만 돌리려고요.” 이 선행은 과연 누구를 위한 수업인가? 자식의 미래를 위해 그 무엇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선행을 통해 당장의 불안감만 해소하려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빠른 선행학습이 도움이 되는 학생들은 상위 5%라는 것이 통설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한 학기 또는 1년 선행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뿐, 그 이상의 지나친 선행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수학을 뛰어나게 잘하지 않음에도 중학교 때 이미 미적분Ⅱ까지 선행을 마친 예비고1 학생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이제 수학Ⅰ을 배우고 있는데 본인은 미적분Ⅱ를 배웠으니 너무나도 당당하다. 그런데 정작 수학Ⅰ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학생에게 수학Ⅰ을 다시 가르칠 때 선행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렵게 고1을 보내고 고2가 되어서는 미적분Ⅰ, 미적분Ⅱ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학생에게 선행은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 결국 이 학생은 3등급 이상 올라가질 못한다. 만약 이 학생이 중3 때 현행 심화와 수학Ⅰ을 반복하는데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리고 겨울방학에 수학Ⅱ를 병행하는 정도의 적당한 선행을 했더라면 최소 2등급은 받았을 것이다.

전교권 학생들은 빠른 선행 때문이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했기 때문에 그 성적을 받는 것이다. 선행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절대 최상위권이 될 수가 없다. 선행수업이 공부에 작은 도움은 주었을지언정, 그것이 곧 본질은 아니라는 뜻이다. 장담컨대 이 학생들은 선행을 하지 않았어도 분명 최상의 성적을 받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학생들이 선행을 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자녀도 선행을 시키면 좋은 성적을 받아올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성적 향상을 위해 선행과 복습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습을 선택하겠다. 성적은 선행이 아니라 복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면 선행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데 시간을 투자함이 옳다.)

일차방정식을 풀지 못하는 내 자식에게 그 다음 단계인 이차방정식을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일차방정식을 이해할 때까지 다시 반복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일차방정식을 다시 반복시킬 것이라 대답한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모두 이차방정식 진도를 나가고 있다는 설정이 추가로 주어지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정말 안타깝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교육에 불고 있는 선행 열풍의 현실이다.
만약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감정의 굴레를 벗어나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분명히 건강해질 것이다. 그 날이 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정현석 원장
정현석 수학명가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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