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국어로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언어교류연구소 산하 히포패밀리클럽 강서양천모임 회원들이다. 유치원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다양한 언어로 말하고 노래한다. 다언어(多言語)에 흠뻑 빠진 히포패밀리클럽 강서양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보았다.
다언어를 배우다? 아니, 다언어에 젖어들다!
여기, 오랜 기간 배워온 영어조차 쉽게 입에서 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감히 ‘7개 국어로 이야기하자’고 권하는 모임을 소개한다. 토요일 오후 7시, 강서구의 한 학원에서 ‘히포패밀리클럽 강서양천 모임’회원들을 만났다. 히포패밀리클럽은 일반적인 외국어 동아리와 달리 가족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태국어 아라비아어 등 7개 언어를 기본으로 그 이상의 다양한 나라 언어를 익히고 있다. 회원의 연령대와 참가자들의 지역도 다양하다. 초등학교 학생과 엄마로 구성된 가족 회원들을 비롯해 대구, 진주 등 멀리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중학생과 성인들도 모임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이 다 모이면 의자에 앉아 각자 자신 있는 외국어로 자기를 소개하는데 내용을 알든 모르든 발표자의 말을 따라하거나 적절하게 호응해주는 부분이 독특하다. 서로에 대한 호칭은 실버, 클로이, 줄리 등 닉네임으로 정하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친구처럼 지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소개가 끝나고 나면 ‘Sing along dance along’의 첫 글자를 딴 ‘싸다 SADA’ 타임이 이어진다. ‘싸다’ 역시 스페인어 일본어 영어 아라비아어 중국어가 뒤섞여 정신이 없는데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이들은 익숙한 듯 즐거운 표정이다. ‘히포패밀리 클럽’은 외국어를 배운다고 말하지 않는다. CD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를 듣고 따라하며 노래와 율동으로 즐긴다. 제대로,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연스레 따라하고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히포패밀리클럽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메타카츠’라고 불리는 ‘언어를 노래하는’ 활동이다. 히포패밀리클럽에서 제공하는 오리지널 다언어 CD를 이용해 어떤 언어든 들리는 대로 따라하며 언어가 가지는 리듬과 멜로디 등의 특징을 통째로 습득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미를 몰라도 큰 소리로 반복함으로 언어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다양한 국제교류 통해 다언어환경 노출시켜
히포패밀리클럽은 일본, 대만, 러시아, 멕시코, 미국, 말레이시아 등 매년 세계 곳곳의 히포패밀리 회원가정과의 홈스테이 교류를 통해 다언어환경을 접하며 새로운 가족과 친구를 만들고 있다. 홈스테이 교류 후에는 전국의 히포패밀리클럽 모임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 아직 홈스테이를 접하지 못한 가족이나 어린 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 이는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과 봉사정신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 혼자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연령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이다. 홈스테이 기간은 방학을 이용해 2주에서 한 달 정도, 각 가정에 한 명씩 홈스테이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등학생부터는 유럽권,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에서 1년 동안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가족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홈스테이와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해 같이 지내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비회원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데 외국손님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한 비회원은 1회에 한해 해외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전국적인 모임으로 확장되길 원해
히포패밀리클럽의 본부는 일본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히포패밀리클럽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히포패밀리클럽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클럽의 진행자 역할은 맡은 사람은 ‘펠로우’라고 부른다. 펠로우는 회원들의 주문에 따라 CD를 틀어주거나 발표자를 지목하는 등 전반적인 모임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회원들은 누구라도 펠로우가 될 수 있다. 곧 용인으로 이사를 가는 유정아(신정동, 43세)씨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히포패밀리클럽을 만들어 펠로우로 활동할 예정이다. 히포패밀리클럽 회원들은 모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더 많은 이들이 다언어환경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특히 자녀들이 글로벌사회의 리더로 어디서든 당당하고 주도적인 사람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히포패밀리클럽 강서양천 모임의 남은이 펠로우는 “간혹 종교나 정치적인 색채를 띤 모임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다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활동하는 만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체험을 한 후 가입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참가해보시라”고 권했다.
모임시간: 매주 수요일, 토요일 오후 7시
가입문의: 010-9886-8651 (문자만 가능)
남은이 펠로우(화곡동)
다양한 언어로 가족과 몸을 부대끼며 할 수 있는 모임이라 즐겁게 참석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족과 사귀고 비교 없이 자녀를 키우며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또한 히포패밀리클럽의 장점이지요.
유정아, 박연우, 박현우 가족(신정동)
몰랐던 언어를 조금씩 알라가고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일본 사이타마에 다녀온 것과 일본친구도 우리 집에 머물다 간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윤경, 김민준 가족(마곡동)
3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홈스테이를 통해 세계의 좋은 친구도 사귀고 여러 언어를 즐겁게 익힐 수 있어요. 지난 여름방학 때 일본친구와 서로 교환해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무척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박혜은, 구민주 가족(신정동)
매주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 이곳의 활동을 통해 알게 됐답니다. 일본과 러시아에 관심이 많은데 그곳으로 홈스테이를 가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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