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살짝 비껴간 골목 구석에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이곳은 주인장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공간을 채웠다는 것이 특징이며 일반서점에서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고서적이나 절판서적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서점이지만 책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북 큐레이터’를 자처한 주인장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인문학강의, 식물관련 세미나, 낭독, 글쓰기, 수제본 시집 만들기 등 색다른 주제의 소규모 강좌와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작지만 매력으로 가득한 곳,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립서점을 소개한다.
당산동 ‘오버그린파크’
책과 식물이 어우러진 녹색 공간
영등포구청역 5, 6번 출구로 나와 주택가 한적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식물서점 ‘오버그린파크OVER GREEN PARK’를 만날 수 있다. ‘도심 속 녹색 가득한 공원'을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주인장이 방문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가장 적합한 책과 식물들을 추천해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육이와 선인장, 관엽식물, 에어플랜트 등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식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식물들 사이에 배치된 진열대와 책장에는 식물과 자연, 동물 관련 서적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시집과 수필집, 잡지, 독립출판물 등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식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식물 관련 취미 워크숍과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낭독, 필사, 글쓰기 등의 모임이 열리고 있다. 오버그린파크의 주인장 손예서 대표는 일부러 한적한 골목을 택해 서점의 문을 열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조용한 공간, 푸릇푸릇한 식물과 특별한 책이 함께 하니 우연히 들른 사람은 단골이 되고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상업시설은 손예서 대표의 식물배달 및 식물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받을 수 있다.
위치: 영등포구 당산로 20길 14-1
문의: 02-2677-2006/ 월요일 휴무
운영시간: 화요일~금요일 오후 12시~오후 8시
토요일~일요일 오후 1시~오후 6시
https://www.instagram.com/overgreenpark
문래동 ‘청색종이’
시인의 책방, 소장하고 싶은 문학 희귀본 가득
문래창작촌에 자리 잡은 ‘청색종이’는 시인 김태형씨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이곳은 저자 사인본, 초판본, 절판본 등 희귀 서적과 인문서적, 앤솔로지(anthology, 선집 選集) 등을 판매한다. 처음 문을 연 장소는 창작촌 초입 좁은 골목길이었다. 지금은 도로를 하나 건너 우체국 뒤편 60년대 단독주택으로 터를 옮겼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소의 책방이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주는 특별함 때문일 터. 다닥다닥 붙은 낡은 철공소와 사이사이 보이는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 오래된 주택이 어우러져 만든 독특한 감성이 고스란히 책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판매하는 책들은 김태형 시인의 애장품이다. 쉽게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구경하고 전문가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청색종이가 가진 매력이다. 현재, 독서모임과 명상, 수제본 시집 만들기 강좌 등이 있으며 ‘출판사에서 직접 배우는 인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독립출판물 제작을 위한 초급과정 원데이 클래스도 모집 중이다. 수제본 시집 만들기는 백석, 윤동주, 이상 등의 유명시집으로 총 4시간동안 진행되는데 강좌와 함께 시 낭독, 시인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공유할 수 있어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위치: 영등포구 도림로131길 17
문의: 02-2636-5811
운영시간 : 화~토 오후 1시~9시(일, 월 휴무)
https://www.instagram.com/bluepaperps
방화동 ‘다시서점’
다양한 주제의 독립출판물, 개성으로 가득해
다시서점은 한남동과 신방화점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9호선 신방화역 인근에 위치한 ‘다시서점 신방화점’은 독립출판물을 메인으로 취급하는 책방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 ‘글자 속 꽃밭’이라고 쓰인 조명이 책방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다시서점에는 ‘다시 한다’와 ‘시가 많다’(多詩)라는 뜻이 담겨있단다. 이곳의 주인장 김경현 대표는 방화동에서 나고 자랐다. 외삼촌이 방화동과 가양동에서 오랫동안 동네서점을 운영했었는데 그곳으로 놀러가는 것이 김대표의 취미였다고 한다. 한남동에 이어 방화동에 서점을 연 것도 어린 시절 외삼촌의 서점에서 보냈던 좋은 기억 때문이다. 서점을 둘러보면 제법 넓은 공간 구석구석 책장과 에코백, 엽서, 포스터, 다이어리, 음반 등이 진열돼 있다. 이곳은 시집부터 에세이 만화 그림책 소설 사진집 잡지 등 일반서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1,000여권 이상의 독립출판물들로 진열대를 채워놓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경현 대표가 직접 쓴 에세이와 시집도 여러 권 있다. 모든 책들은 온라인으로 판매중이며 앞으로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위치: 강서구 양천로 24길 113, 지하 1층
운영시간: 월요일~토요일 오후 1시~오후 7시
문의 : 070-4383-4869
https://www.instagram.com/dasibookshop
http://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
양평동 ‘프레센트14’
책과 삶에 향기를 입히는 공간
선유도 가는 길에 자리 잡은 ‘프레센트 14’는 ‘향기 파는 책방’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는 동네책방이다. 프레센트(PRESCENT)는 ‘Present’(선물)와 ‘Scent’(향기)가 합쳐져 향기로운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방의 주인장 최승진 대표는 화확을 전공한 퍼퓸 디자이너 출신으로 향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끝에 프레센트 14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늑한 공간으로 꾸민 실내에는 최 대표가 직접 조향한 디퓨저를 비롯해 일반서적 및 독립출판물 등을 진열해놓고 있으며 커피와 차도 판매한다. 이곳의 디퓨저가 특별한 이유는 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그리스인 조르바, 키스앤 텔, 어린 왕자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향으로 표현했다. 패키지 상품으로 디퓨저와 책, 드라이플라워가 함께 구성돼 있어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으며 ‘미니어처 디퓨저’는 작은 용량으로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블라인드 북 코너’도 눈에 띈다. 책을 포장하고 난 뒤 그 위에 책의 내용과 관련된 태그 몇 가지만을 간단하게 적어놓았는데 표지나 제목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독특하다.
위치: 영등포구 양평로22라길 1 104동 105호
문의: 02-2679-1414/ www.facebook.com/lstylel
운영시간: 화요일~목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금요일~일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구로동 ‘인공위성’
질문을 쏘아 올리니 사유(思惟)로 깊어지다
구로초등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인공위성’은 카페를 겸해 운영하고 있는 독립서점이다. 인공위성 바로 옆에는 이룩(2Look) 건축설계실이 나란히 붙어있다. 건축설계사이자 구로동 토박이인 김영필 대표가 인공위성의 주인장이다. 인공위성은 ‘질문서점’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지난 2016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질문은 책과 함께 기부를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한 권의 책과 질문을 기부하면 인공위성의 에디터가 기부자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포장과 질문을 새기는 리패키징 작업을 거친다. 이후 책을 함께 읽고 매달 하나의 질문으로 독서모임을 가지는데 모임의 타이틀은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이며 책을 읽어야한다는 부담을 덜기 위해 낭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질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독 안에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나요?’, ‘아픔을 같이 나눌 수 는 없을까요?’ 등 하나의 질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부자에게는 인공위성의 음료 한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모임신청은 네이버 스토어팜 <smartstore.naver.com/2lookbook>에서 질문을 선택하면 된다.
운영시간: 수요일~일요일 오후 12~오후 9시
위치: 구로구 구로중앙로 27가길 32 1층
문의: 070-4642-0255
https//www.facebook.com/2lookbook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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