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노인복지관 남성 어르신 요리 교실 ‘다 함께 찬찬찬’

즐겁고 당당하게 요리하며 노년의 행복을 누려요

계나연 리포터 2019-11-01 (수정 2019-11-04 오전 10:40:47)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 난다’는 말은 이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우리 주변에서 직업이나 취미, 생활을 위해 요리하는 남성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가족을 위해 혹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나이 지긋한 ‘아버지’들도 부쩍 늘었다. 따끈한 집밥이 뚝딱 완성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혼자서 해낼 수 있단 자신감을 얻으며 요리하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됐다는 어르신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다 함께 찬찬찬’ 요리 교실로 직접 찾아갔다.



진지함과 열정으로 가득한 꽃할배들의 요리교실
고소한 냄새를 따라 들어선 곳은 운정에 위치한 파주요리학원. 10개의 테이블에는 요리 재료와 칼, 도마, 접시 등이 깔끔하게 세팅돼 있다. 잠시 후, 수강생인 어르신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짧은 인사를 나누며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씻고 재료를 살피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수업을 담당하는 조영미 강사와 함께 ‘토마토 파스타와 감자 샐러드’를 만드는 날. 주재료인 토마토 속 리코펜의 항암효과부터 시작해 각종 재료의 영양성분, 손질법, 칼질하는 법, 조리법, 주의사항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간간이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놓칠세라 질문하고 기록하며 촬영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조영미 강사는 “특별한 건강 문제가 아니고는 결석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매주 2회씩 두 시간을 꼬박 서서 요리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정이지만 중도 포기자도 없었다. 수업에 임하는 회원들의 열정만큼은 전문 자격증반 못지않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요리 완성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어
파주시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다 함께 찬찬찬’은 요리 경험이 거의 없는 만 60세 이상 남성 어르신들의 건강한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에 시작된 이래 올해로 4년째다. 수강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과정에서 거의 매회 대기자가 발생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관심이 뜨거운 만큼 수업 메뉴를 결정할 때도 참가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나 고등어 무조림, 호박볶음 같은 기본 요리부터 궁중떡볶이, 탕수육, 찜닭 같은 특별 요리까지 어르신들이 직접 고른 메뉴로 수업을 진행한다. 평소에 즐겨 찾거나 좋아하던 요리를 손수 해보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더불어 요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요리를 통해 가족, 이웃과 소통할 기회 늘어나길
‘다 함께 찬찬찬’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배운 이후 주변의 반응이 달라졌다며 어르신들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소감을 전했다. 처음엔 ‘아버지’가 요리하는 것에 시큰둥하던 가족들이 이제는 매번 오늘의 메뉴를 챙겨 묻는가 하면, 부엌은 자신의 구역이라며 출입을 한사코 막던 아내가 요즘은 가끔 자리를 내어주기도 한다고.
기회가 생긴다면 또다시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무조건 도전할 것”이란 말로 ‘다 함께 찬찬찬’ 요리 교실에 대한 만족감을 대신했다.
파주시노인복지관의 김하은 사회복지사는 혼자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아직도 낯선 어르신들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덧붙여 “요리를 통해 가족 간 소통의 기회가 늘고 나아가 지역 사회에서 어르신들의 역할이 확대돼 보다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노년을 누리시길 바란다”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열린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더욱 지지하고 격려해드리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문의 : 031-943-0730(파주시노인복지관 여가복지과)  


미니 인터뷰


한종수씨(운정동)
제 어머님은 95세이시고 아내는 몸이 약한 편입니다. 유사시에 내가 요리를 해야 하니 미리 대비하잔 생각이 들었지요. 아직은 서툴지만, 열심히 배워서 잘하게 되면 집에서 해볼 생각입니다. 언젠가 차돌박이 숙주 볶음을 만들어 집에 갖고 간 적이 있는데, 아내가 무척 좋아했어요. 그 정도 요리는 뚝딱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양해승씨(금촌동)
뭐든 배워놓고 안 쓰는 건 자신의 선택이니 괜찮아요. 하지만 몰라서 쓰지 못하는 건 불행한 일 아닐까요? 요리도 일단 배워놓으면 쓸 일이 생길 거예요. 세상일이란 게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지금은 자기 영역이라며 아내가 요리할 기회를 안 주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요리 교실에서 맛있게 해먹은 궁중떡볶이나 탕수육을 해주고 싶어요.


백종걸씨(금릉동)
큰며느리가 일본 사람이라 우리나라 음식을 자주 해먹이려고 아내를 돕다 보니 요리를 조금씩 하게 됐어요. 요리가 재밌지만 수업을 듣다 보면 조리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그래요. 시연을 볼 때는 알겠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죠. 레시피가 있으니 열심히 반복하면 잘 되겠지요. 기회가 된다면 요리를 더 배우고 싶습니다.  

김승렬씨(운정동)아직은 요리에 서툴러 어렵기는 하지만 재밌어요. 무엇보다 아내의 반응이 좋아요. 요리교실에서 만든 음식을 아내와 아들, 이웃과 나눠 먹고는 하는데 다들 맛있다고 할 때 뿌듯합니다. 아내가 요리를 계속 배워보라고 해서 기회가 온다면 또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때는 탁구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추천할래요.  


조영미 강사(파주요리학원 원장)
요리에 서툰 어르신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가능한 쉽게, 천천히 반복하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요리를 살짝 변형하거나 들어가는 재료를 교체하기도 해요. 건강 정보를 좀 더 챙기는 것 외에 다른 수업과의 차이점은 없네요. 가족이나 손님에게 해주고 싶을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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