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전형 일정도 마무리되고 곧 정시전형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올해도 변함 없이 수능 영어 영역 최저 등급의 위력이 발휘되었다. 다양한 각종 수시 전형이 난무해도 결국에는 지원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특히 현역 고등학생 수험생에게 국어 수학은 영어와는 달리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나마 ‘코로나세대’라는 점이 참작되어 다소 후한 최저 등급을 요구했음에도 충족하는 게 그리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수시전형 덕분에 정시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점수임에도 주요 대학 합격과 함께 진학이 결정되는 경우도 상당 부분 있었다. 그 또한 현역 학생에게 이점이라면 이점이라고 하겠다. 그러한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가장 큰 도움을 준 과목이 결국엔 영어였다는 소리를 올해에만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왜 영어일까? 절대평가로 변화해 변별력이 떨어질 것 같은 과목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우선 과목의 맥락이 차이가 난다는 것에 있다. 국어는 비문학과 비교과부문이고, 수학은 미리 공부해놓지 못하면 고3 끝나는 달까지 진도를 나가야 하는, 그래서 내신은 어떻게든 해결해 볼 수 있지만 수능은 재학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엔 가장 내신 등급을 충족하기 적합한 과목으로 영어가 남는다. 영어는, 이미 절대평가로 전환이 된지 상당 시간이 흘렀고, 급간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는 탓에 큰 노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최소 2등급은 가볍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 주변에서 들려오는 경험담도 영어는 조금만 하면 쉽게 2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지 않다. 실제로 그럴까?
수능 영어가 국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국어는 문학과 비문학이 함께 출제되지만, 영어에는 문학이 출제되지 않는다. 즉 미루어 짐작하거나 추론할 필요가 없고 그저 적시된 내용과 물음에 충실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능 영어라는 것이 철저히 독해 위주의 시험이다 보니 충분한 집중력에 어휘력만 더해지면, 기본적으로 국어나 수학보다 좀 더 수월하게 득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이 이어 온 학습을 살펴보면, 영어 학습에 대한 투자가 그리 적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고, 그만큼 상위권 고득점이 나오는 학생은 그만큼 더 진화된 것이지, 단순히 뛰어난 감각과 언어 능력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다.
수능 영어 정도의 난도를 그나마 무난하게 이해하려면 최소한 3만 단어 이상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단다. SAT나 TOEFL 수준의 어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편함 없이 수능 영어 지문을 읽어내려면 5~7천 단어정도의 기본 어휘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한 학습량을 꾸준히 채워온 학생이 결국에는 2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AI나 번역기가 만연하는 분위기에서 보면 결코 적은 양의 어휘가 아니며, 그만큼 개인의 시간 투자와 노력을 통해 지속하여 학습을 해왔다고 보면 된다. 소위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갈 때 수능 영어의 난도가 한 번 크게 뛰어오르고, 또 한 학기를 지나면서 6~9월 사이에 다시 한 번 요동친다. 중학교 시절 내내 대비해왔던 수능 난도의 영어 학습이 공부를 안 한 채로 고3까지 지속될 리 만무하고, 어휘의 경우에도 꾸준한 학습 습관 없이는 그 기억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즉 국어 수학 만큼 어려운 느낌은 안 들지만 그렇다고 간단치 않은 계륵같은 존재인 것이다.
현재 수능 영어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고등학생들은 그러면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 학습해야 하는가? 일단 수능의 실체를 경험해 보아야 한다. 고3 영어 난도는 어느 정도이고 실제로 내가 풀었을 때 얼마 만큼의 결과가 성취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유독 자신이 힘들어하는 문장이나 어휘의 유형이 어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학교 내신처럼 학습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어 학습이 가능한가 등, 여러 가지 학습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복습 위주라도 학습이 가능한 지 여부 등을 방학을 통해 실험해보고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주변에 중3인데도 벌써 고3 수능 영어 성적이 1등급을 상회한다는 학생들 소문이 자자하다. 제일 먼저 신경을 꺼야 하는 얘기이다. 그런 학생이 없는 건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 학생도 그 과정에 이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왔는지는 관심 갖지 않고 오로지 결과만 놓고 논하는 것은 결국 시샘하는 것일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아니라 향후 2년이 훌쩍 지난 이후의 결과가 어떨 것인가이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현 중3 학생은 모두 같은 출발선 위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오래달리기 같은 꾸준함과, 복습이라도 놓치지 않는 성실함이다.
일산 후곡 에이포인트 영어학원
안정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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