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동내일신문 리포터들은 지역 내 여러 학교와 학원가를 오랫동안 취재했습니다. 공교육 선생님, 학생, 학원 강사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입시의 치열한 현장을 지켜봤지요. 리포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입시의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풀어보는 리포터 에세이를 새로 선보입니다.
10년 이상 송파, 강동 고교의 다채로운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각 학교의 내로라하는 공신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속내를 엿봤습니다. 고교 3년의 치열한 땀과 노력의 시간을 밑거름 삼아 수능 만점이나 의대 합격 또는 SKY대 합격 같은 각자가 목표로 삼았던 달콤한 열매를 맺은 사례들을 수집하며 이들의 사연을 꾸준히 소개했어요.
문득 궁금하더군요. 이런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내적인 힘은 무엇일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까지’
자기 삶을 스스로 기획할 줄 아는 고교생 기획자들의 역량을 들여다 보니. 제일 먼저 본인이 정한 걸 무조건 ‘끝까지 하는 힘’이 보이더군요. 기억에 남는 학생이 여럿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서울대 의대 합격생의 이야기입니다. 고교 생활 중 언제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수능 후 1주일’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하더군요.
“수능 끝난 후에 서울대 의대 면접이 잡혔어요. 게다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도 치러야 했죠. 의대는 까다로운 MMI 면접이라 준비할 게 무척 많았어요. 합격이 간절했기에 매일 모의 면접 연습을 하며 말투, 답변 내용을 교정했습니다. 그렇다고 기말고사 준비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어요. 만약에 재수를 하게 되면 3학년 2학기 성적도 내신에 포함되니까요. 3년 동안 공들여 관리한 내신을 마지막 시험 준비를 소홀히해 성적을 깎아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멘붕이 왔지만 악착같이 면접과 기말 고사를 동시에 준비했어요. 당시엔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고 심리적으로 불안했어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3학년 2학기 내신성적은 1.0을 받았습니다. 정말 기뻤어요. 의대 면접도 큰 실수 없이 무난히 마쳤고요.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하니까 되는구나!를 배웠죠.”
또 다른 학생 사례입니다. 연대에 가고 싶었는데 고2까지의 내신성적으로는 합격은 언감생심. ‘정시 올인’을 선언한 후 고3 1년 동안 아침 6시30분에 자습실 1번으로 등교해 밤 11시에 하교했습니다. 학교에서 ‘자습실 망부석’으로 통할만큼 수능 공부에 올인했답니다.
“타이머로 시간까지 재가며 하루 15시간씩 1년을 공부하니 수능 볼 무렵에는 이 정도면 합격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자신 없었던 과목은 수학. 고1 모의고사 때 6등급이었지만 하루 4시간씩 파고들어 수능 때 2등급까지 끌어 올렸어요. 다른 과목은 모두 1등급 받았어요.” 원하던 연대에 합격한 건 당연지사죠. 이 학생이 고3 때 공부한 문제집을 차곡차곡 쌓아보니 방 천장을 꽉 채웠다며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재학생이 정시 파이터가 되려면 어느 수준까지 독하게 몰아붙여야 하는지를 보여준 케이스입니다.
스스로를 믿는 ‘긍정의 힘’
물론 노력과 결과가 늘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본인은 최선을 다했다 여겼는데 내신시험이나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죠. 이럴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하는지 질문을 던졌어요. “속상하지만 얼른 털어내고 실패 요인을 분석해 ‘다음 시험’ 준비를 더 철저히 해요. 어차피 성적은 중간과 기말 성적을 합산하는 것이고 수행평가를 잘 준비하면 만회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 이렇게 마음 다잡으면 신기하게도 다음 번엔 성적이 오르더라구요.” 올해 고대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의 답변입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비슷하게 답하는 걸 보고 자기 삶의 기획자들의 공통 DNA로 자신을 믿는 ‘긍정 마인드’를 꼽아 봅니다. 호르몬이 폭발하는 10대, 책 덮고 마냥 놀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럼에도 ‘해야 하니까 열심히 한다’는 긍정 마인드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끝까지 힘을 쏟는 건 본인이 세운 목표가 확고하기 때문이겠죠.
20대 성인의 문턱에서 치열하게 고교 생활을 한 10대를 만나면 내심 감탄합니다. 동시에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죠. ‘나는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3년이란 시간 동안 이만큼 온 힘을 쏟아본 적 있나?’
학생, 그리고 부모님들, 의대 합격 혹은 SKY대 합격이란 화려한 결과를 거두기까지 ‘과정’에 감춰져 있는 대견한 성장스토리에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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