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은 입시를 끝내고 서울대 화학교육과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윤두영 학생. 합격증 안에 녹아있는 고교 3년의 시간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한 듯 보인다. “입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불허라는 걸 마치고 나니 알겠더군요. 저는 수시에 올인했고 3년 내내 매일 학교 자습실 문 닫을 때까지 붙박이로 남아있었어요. 내신시험 때마다 모든 걸 쏟아부으며 준비했는데도 예상치 못한 점수가 나와 심적으로 휘청했을 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이 상황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야’ 흔들리는 마음 다잡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지요. 간절하게 준비해 얻은 합격 통지서라서 의미가 남다르네요.”
공부 습관
내신 관리는 성실성 싸움이라 흐트러지지 않게 매일의 공부 루틴을 만들었어요. 공부 장소는 학교 자습실과 집, 근처의 송파도서관이었습니다. 이동 동선을 단순화해 공부 시간을 최대한 확보했어요. 시험 기간과 상관없이 평일에는 하루 7시간, 주말에는 약 12시간 동안 자습했습니다. 아침에 학습플래너를 쓰며 하루 공부할 과목, 분량을 정했습니다.
공부 효율을 높이려면 망각의 법칙을 뛰어넘어 장기기억까지 학습 내용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야 해요. 저의 전략은 ‘배운 내용 곧바로 백지 암기’였어요. 수업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백지에다 배운 내용을 줄줄 적으며 리마인드하면서 외웠어요. ‘수업 직후 정리와 암기, 중요한 부분 체크해 자습할 때 반복 복습’을 습관화했어요. 고1 과정은 암기로 승부보는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공부법이 도움이 됐습니다.
보성고 내신 대비법
남고 학생들은 자료나 필기 내용 챙겨 꼼꼼히 암기하는 부분이 취약한데 학교에서는 이런 점을 공략해 내신시험을 출제해요.
국어_ 선생님들은 수업에 집중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필기나 프린트물에서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1문제 틀려서 2등급으로 떨어질 만큼 실수를 하면 타격이 커요. 시험 문제만 보고 지문 내용과 핵심이 떠오를 정도로 반복해서 공부했습니다. 고1 때는 서술형 비중이 높은데 필수 조건, 문장 끝맺음, 글자 수 제한 등 선생님들이 제시한 답안 작성 기준에 맞춰 써야 감점이 없어요.
수학_ 모의고사 변형 문제가 많이 출제됩니다. 시험 전에 선생님께서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을 잘 숙지해야 해요. 고1 때 모의고사 킬러문항 스타일, 부교재 변형 문제로 등급을 변별했는데 제가 준비가 덜 돼 3등급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후부터는 부교재 여러 번 반복해서 풀고 시간 재면서 1문제 당 1분 안에 풀 수 있도록 훈련했어요. 고교 입학 당시 수Ⅱ까지 선행이 돼 있었지만 깊게 공부하지 않아 내신 대비할 때 애를 먹었어요. 방학 때마다 수학만 하루 6시간씩 파고들며 틀린 문제 꼼꼼히 분석하며 정확히 소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중요 문항이나 모르는 문제는 사진 찍어서 틈나는 대로 풀었고 애매하게 맞춘 문제는 시간 재면서 다시 풀었어요. 서술형 문제는 6~7문제 나와요. 풀이 과정을 쓰는 것은 1문제, 나머지는 단답식 문제인데 계산식이 복잡해요. 문제 푸는 속도 연습이 필요해요.
영어_ 다른 학교에 비해 교과서, 모의고사 지문 20~25개 정도로 범위가 적어요. 저는 모든 지문을 통암기했어요. 지문 내용을 제 목소리로 녹음해서 틈날 때마다 들었어요. 암기한 지문의 해석을 백지에다 쓴 다음 다시 영작을 하며 완벽하게 외우려 노력했어요. 어휘와 문법은 방학 기간을 활용해 미리 공부했어요. 동의어 찾는 문제, 지문 변형 영작 문제 등은 통암기로 해결되지 않고 영어의 기본기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자이스토리 기본편부터 실전편까지 꼼꼼히 학습하며 어휘력과 문법의 기초 실력을 다져놓았습니다.
과학_ 통합과학은 파트별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총 4분의 선생님이 가르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스타일을 파악해 단원별로 공들여 필기하고 핵심 개념은 바로 정리했습니다. 통합과학에서는 물리 파트 문제가 어렵게 나와요. 고2 과학은 이과계열 지망자들끼리 성적 산출을 하기 때문에 인원수가 줄어 등급 경쟁이 치열해요. 출제 스타일도 수능형, 교과서 암기형을 넘나들기 때문에 바짝 긴장해야 하죠.
물리Ⅰ, 화학Ⅰ이 어려운데 추론형 문항이 많이 나와요. 방학 때 미리 예습했고 학기가 시작되면 수능과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었고 경우에 따라 EBS 수능특강, 수능완성 문제까지 반복해서 봤어요. 효율적인 문제풀이법을 익히기 위해 인강도 활용했습니다. 과학은 많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연습이 도움됐습니다. 특히 생명과학Ⅰ은 교과서를 샅샅이 암기해야 풀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가 나올 때도 있어요. 저는 이 부분까지 꼼꼼히 공부한 덕분에 100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생부 관리
보성고는 독서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이 부분을 공략했어요. 의대가 목표였기 때문에 3년 간의 활동을 의학계열에 맞췄어요. 고1 때는 탐구활동, 발표 등 최대한 많이 참여하며 학생부를 꽉 채웠어요. 하지만 1학년 말 학교에서 학생부 컨설팅을 받았는데 특색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실망스러웠지만 고2 때부터는 관심 분야를 구체화하며 학년별로 연계된 주제를 심화 발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탐구 주제는 수학, 과학 시간에 관심 가는 내용을 중심으로 자료를 검색하거나 논문 플랫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미국 학술사이트에 유용한 자료가 많고 챗GPT도 아이템 찾을 때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제가 농구를 좋아해 운동 쪽에 관심이 많아 고1 때는 선수들의 무릎 부상과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힘을 연구했고 고2 때는 생체역학 쪽으로 발전시켰고 고3 때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농구 선수들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했어요. 제 생기부의 경쟁력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구체적으로 심화시킨 점이에요. 보고서마다 연구 동기, 제가 느낀 활동의 핵심 포인트를 간결하게 정리해 뒷부분에 첨부해 선생님께 제출했습니다.
거점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동북고에서 고급화학을 수강했습니다. 대학교 전공 개론 수준의 내용을 배웠는데 탐구 주제 연구와 화학I,Ⅱ배울 때 도움됐고 화학교육과 진학에 플러스 요인이 됐습니다.
▶학생부 기록 내용
수학
미적분
위치, 속도, 가속도의 수학적 관계를 학습한 후, 농구선수가 덩크슛할 때의 순간 속도의 최댓값, 공의 최고 높이, 체공 시간을 수치화하여 제시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보고 원리가 궁금해져서 탐구 활동을 진행함.
이것은 농구 경기장에 배치된 6개의 고속 카메라를 사용하여 선수와 공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하여 x,y,z 좌표에 구현하고 분석하는 sportVU 카메라 시스템 덕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며 이에 담긴 미적분의 원리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짐. 초당 여러 번 기록되는 위치 데이터를 미분하여 속도를, 속도를 미분하여 가속도를 얻고 데이터들을 적분하여 선수의 미세한 움직임을 분석함을 명쾌하게 설명해 냄. 활동 이후 이 개념들을 활용해서 농구 선수의 거동을 2차원으로 가정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직접 나타내어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여 박수를 받음. 초기 속도와 점프 방향, 중력 가속도를 고려하여 선수가 점프하여 골대에 매달린 후 다시 땅으로 착지하기까지의 과정을 구간별로 정의된 시간에 대한 위치의 x성분, y성분 함수로 표현하여, 적분식으로 이동 거리를 구하고 미분하여 순간 속도의 최댓값까지 구하는 과정을 보여줌. 미적분이란 도구를 사용하여 실생활에서의 움직임을 분석한 유의미한 탐구 주제임.
내가 꼽은 베스트 보성고 프로그램
①창의독서프레젠테이션
세계시민교육이란 주제를 가지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각자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멋진 신세계≫, ≪완벽에 대한 반론≫ 책을 읽은 후 생명 분야에 연계해서 PT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이란 테마가 각자의 진로와 연계하기 좋은 확장성이 넓은 주제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②진로학술발표회
개인별로 관심 주제를 정해 자유롭게 발표하는 프로그램인데 방학 중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집니다. 암 치료와 관련된 주제의 책으로 발표했어요.
③사제동행세미나
선생님과 4~5명이 팀을 이뤄 독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인데 에너지 고갈과 신재생 에너지를 주제로 진행했어요
입시 전략 & 면접 경험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공략했어요. 이 전형은 제시문 기반 면접인 일반전형과 달리 학생부 내용을 중심으로 면접이 이뤄져요. 제 학생부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는 전형이죠. 다만 내신성적이 1.63으로 지균전형에서 불리했기 때문에 2주 동안 면접을 집중적으로 준비했어요. 학생부 내용이 화학보다는 의대와 관련된 활동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불안감이 컸죠. 학생부 3년의 활동을 총정리하고 예상되는 꼬리 질문까지 예측해 답변을 정리하고 활동 내용과 연계된 중요 개념을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연습했습니다.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내신은 우직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반면에 수능 대비는 그렇지 못했어요. 3학년 1학기 때는 내신대비, 학생부 관리, 수능 준비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겨 심리적으로 힘들더군요. 수능 공부를 밀도있게 준비하지 못한 탓에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았어요. 많이 아쉽죠. 내신 도피처로 정시 올인을 택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건 어려워요. 하나를 선택했다면 죽을 힘을 다해 집중하기 바랍니다. 입시는 변수가 많아요. 저 역시 의대 불합격 후 서울대 면접을 사활을 걸고 준비해 합격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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