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나 사고로 피부가 까지면서 열감과 통증이 함께 찾아오는 상처를 흔히 ‘까졌어요’라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처를 ‘마찰 화상(friction burn)’이라고 부른다. 피부에 강한 마찰이 가해지며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피부층을 손상시키면서 생기는 일종의 화상이다. 단순 찰과상과 달리, 피부의 표피뿐만 아니라 진피층까지 손상되기 때문에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마찰 화상은 생각보다 일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이, 러닝 중 넘어지며 도로에 쓸린 무릎,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옷이 찢기며 피부가 직접 노출된 경우에 마찰 화상이 생긴다. 이런 상처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찰과상처럼 보여서 간단히 소독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되거나 깊은 흉터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찰 화상을 입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이다. 먼저 손상 부위를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먼지, 모래, 이물질 등이 남아 있으면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 같은 자극적인 소독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깨끗한 수돗물만으로도 충분히 세척할 수 있다.
세척 후에는 가능한 한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상처 범위가 넓거나 진물이 많이 나는 경우, 통증이 심하거나 출혈이 계속되는 경우라면 성형외과 진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성형외과에서는 단순히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피부층의 깊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진피 재생을 도와주는 특수 드레싱이나 재생 레이저 치료 등을 병행한다. 상처가 깊은 경우에는 인공 피부를 덧대거나 필요 시 피부 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며칠 지나면 새살이 돋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마찰 화상은 깊이와 위치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관절 부위, 얼굴, 손등처럼 움직임이 많거나 외부에 자주 노출되는 부위는 상처 회복 과정에서 피부가 당기거나 색소침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위를 성형외과 방식으로 세심하게 관리하면 흉터나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찰화상은 단순한 찰과상이 아니다. 겉보기엔 작아 보여도 치료가 늦거나 소홀하면 깊은 흉터를 남기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 만약 마찰 화상을 입었다면 혼자 대충 처리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 정확하고 빠른 회복을 선택하길 바란다.
한강수병원 권민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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