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저는 수학은 숨은그림찾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수학적 구조를 여러 궁리 끝에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입니다. 얼마 전 열린 대선 토론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토론 주제는 호텔 경제학이었습니다. 여러 후보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러 의견이 갈리기는 했지만, 저는 호텔 경제학 이야기 자체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토론에서는 ‘경제학’이나 ‘승수 효과’와 단어들로 인해 생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 옛이야기에도 들어 있을 만큼 친숙하고 재미있는 것입니다. 과연 호텔 경제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우리 옛이야기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지역에 따라 이야기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막걸리 장수와 동동주 장수가 술을 팔러 나섰지만 한 잔도 팔지 못해 지친 채 나무 그늘에서 쉬다가 동동주 장수가 친구에게 엽전 한 닢을 주고 막걸리 한 사발을 사 먹습니다. 그 돈을 받은 막걸리 장수도 동동주 친구에게 한 닢을 주고 동동주 한 사발을 사 먹습니다. 이렇게 서로 한 닢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의 술을 모두 마셔버린 후 잔뜩 취한 친구가 "술을 모두 팔았는데 왜 한 닢밖에 벌지 못했을까?"라고 말하며 이야기가 끝나게 됩니다.
다소 우습고,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매우 깊은 수학적, 경제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가치의 교환과 순환이 일어난다면 실물 생산 없이도 경제는 돌아갈 수 있다는 것과 화폐 순환이 온전히 계속될 수 있다면 엽전 한 닢의 생산 효과가 무한히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서로에게 한 닢을 주고 술을 마시는 일이 반복됩니다. 한 번의 거래에서 이동하는 돈은 한 닢뿐이지만, 두 사람은 모두 술을 계속 마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즉, 한 닢밖에 안 되는 돈이 계속 순환하면서 서로의 술을 모두 소비하게 됩니다. 만약 막걸리와 동동주가 무한히 있고, 두 친구가 술을 한없이 마실 수 있다면 재화의 소비와 생산은 무한히 늘어나게 됩니다. 즉, 가치가 교환되는 일이 계속되면서 수요와 생산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친구의 소비가 무한히 계속된다면, 총소비량은 1+1+1+⋯의 형태가 되어 수학적으로 무한히 커지게 됩니다. 이 결과를 수학에서는 급수의 발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막걸리와 동동주가 무한히 공급될 수도 없고, 두 친구가 무한히 술을 마실 수는 없습니다. 또는 자기가 번 돈의 절반을 저축하고, 나머지만을 지출에 사용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소비하는 금액은 첫 거래에서 1닢, 다음에는 0.5닢, 그다음은 0.25닢이 됩니다. 이때, 두 친구의 총 소비량은 1+0.5+0.25+ ⋯이 되어 그 결과는 2가 됩니다. 즉, 엽전 한 닢이 두 닢의 경제 효과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일반화하면, 두 친구가 소비에 사용하는 비율을 r이라고 하면 총 소비량은 1+r+r²+⋯ = 1/(1-r)이 되어 한 닢의 돈보다 많은 경제 효과를 낳게 됩니다. 이러한 계산 결과를 수학에서는 등비급수의 수렴으로 설명하고, 엽전 한 닢이 여러 배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을 '승수 효과'라고 합니다. (두 친구가 자신이 번 돈의 절반씩 소비한 앞서의 예에서는 r=0.5이고, 결과는 2가 됩니다. 즉, 두 배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게 되었으므로 이때 승수는 2가 됩니다.)
즉, 호텔 경제학의 핵심은 소비로 사용된 화폐가 온전히 다른 사람의 소비로 연결된다면 생산과 소비는 무한히 증가할 수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소비 성향의 한계, 누군가의 슈킹(?!) 등으로 인해 온전히 소비가 이어지지 못하고 실제 효과를 수렴하는 등비급수로 설명하며, 이 결과를 승수 효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수학은 경제학에도, 정치에도, 옛날 이야기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저는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본다면 문제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민성 원장
격수당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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