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여성의 생리 불순은 흔한 문제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성장기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로 무시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복합적인 원인과 중요한 건강 신호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생리 불순은 단순한 주기 문제를 넘어서,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반영하는 지표다.
우선, 청소년기는 호르몬 변화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다. 난소 기능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아 초경 후 몇 년간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생리가 몇 달씩 없거나, 너무 자주 하거나, 출혈량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적은 경우에는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단순한 성장 과정이 아니라, 질병이나 호르몬 이상,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외모나 체중에 대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과도한 체중 감량은 지방 세포와 관련된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무월경이나 배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비만 역시 생리 불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처럼 청소년기에도 나타나는 내분비 질환도 원인이 된다.
정신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학업 스트레스, 친구 관계, 가정불화 등 일상의 긴장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난소로 이어지는 호르몬 축은 외부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다. 생리 불순은 단지 신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본인이나 부모가 생리 불순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산부인과 방문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아이가 성적으로 오해받을까 걱정해 병원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생리 불순은 산부인과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의학적 문제다. 조기 진단과 관리를 통해 향후 생식 건강은 물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도 생리에 대한 단편적 지식이 아닌, 실제적인 생리 문제와 자기 건강 관리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이상 신호를 무시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성교육의 출발점이다.
성장기 여성의 몸은 정교하고 예민하다. 생리 불순은 그 정교한 시스템에서 울리는 경고음일 수 있다. 소중한 변화의 시기를 건강하게 지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효진여성의원 이효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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