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접어든 사랑하는 딸아이의 첫 월경은 부모에게도 낯설고 조심스러운 순간이다. 부모가 몹시 당황하거나 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아이는 쉽게 “내 몸은 불편하고 숨겨야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월경을 부끄럽고 불편한 일로 여기며, 또래의 놀림이나 무심한 어른들의 반응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월경은 여성의 건강한 발달을 보여 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말하기 민망한 주제’로 치부되기도 한다. 아이가 생리대를 챙기는 모습을 가족이 가볍게 놀리거나, 월경통으로 힘들어할 때 “조금 참아라”라는 말로 그냥 넘기면, 딸은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자존감은 낮아지고, 아이의 몸과 마음이 모두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학부모가 먼저 시각을 바꿔야 한다. 월경을 건강한 성장의 신호로 설명하고, 불편을 겪을 때 함께 해결책을 찾아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학교 행사나 체육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울 때는 “네 몸을 우선하는 게 당연하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부모의 한마디 지지가 아이의 자존감을 세우는 힘이 된다.
또한, 월경 교육을 단순히 ‘생리 주기 기록’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여성 건강, 피임, 정신적 기복까지 연결해서 알려 줄 필요가 있다. 부모가 열린 자세로 대화할 때 아이는 인터넷이나 친구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정보를 습득한다. 최근에는 각급 지자체와 학교에서 생리 용품 무상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데, 부모가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주고 함께 활용하는 것도 아이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다.
사춘기 딸아이에게 가장 큰 힘은 부모의 인정과 지지다. 월경은 숨길 일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성장의 증표임을 알려 주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편견을 내려놓을 때, 아이는 자신의 몸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건강한 자존감을 키워 갈 수 있다. 결국 월경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부모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효진여성의원 이효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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