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다가오면 학부모의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진다. 특히 여학생 수험생의 경우, 시험일과 생리 주기가 겹칠 수 있다는 점이 큰 걱정거리다. 실제로 여학생 수험생의 30~40%가 생리통이나 생리 과다로 인해 시험 집중력이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보고된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겪는 신체적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리통은 단순한 배 아픔이 아니라,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자궁이 심하게 수축하며 하복부 통증, 허리 통증, 심한 경우 구토나 두통까지 동반된다. 이런 증상은 시험 당일 집중력과 체력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과 같은 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해 통증을 줄여 준다. 다만 시험 직전 처음 복용하기보다는, 평소에 미리 사용해 보고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이 안전하다.
생리양이 많은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과다 출혈은 철분 결핍성 빈혈로 이어져 피로감,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경구피임약을 활용해 월경량을 줄이거나, 생리 주기를 조절해 수능 당일을 피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최소 2~3개월 전부터 복용해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시험 직전에 시작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부모가 나서서 미리 상담 일정을 잡아 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수험생이 긴장으로 잠을 줄이거나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생리통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학부모가 식단을 챙기며 철분이 풍부한 음식(살코기, 시금치, 콩류 등)을 자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 같은 활동을 권장해 주는 것도 통증 완화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대화와 이해의 태도로 다루는 것이다. 학부모가 자녀의 불편을 단순히 ‘예민하다’고 치부하지 않고, 신체적 어려움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 수험생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작은 배려와 공감이 결국 자녀의 컨디션 유지와 성적에도 연결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수능은 긴장과 압박 속에서 치르는 국가적 시험이다. 하지만 여학생에게는 생리 주기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한다. 부모의 세심한 준비와 지지는 그 변수를 관리 가능한 요소로 바꾸어 준다. 자녀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학부모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이효진산부인과의원 이효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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