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수많은 가정에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진다. 평범한 17세 학생이 텅 빈 문서를 바라보며, 자신의 삶 전부를 650자 안에 녹여내야 한다는 압박에 주저앉는다. 그 옆에서는 한숨을 쉬는 부모가 입시 컨설턴트의 ‘다듬어진 초안’이 도착하길 이메일을 새로 고침하며 기다린다. 둘 사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 에세이는 정작 제출하는 학생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대학 입학 에세이가 점점 더 인위적인 글이 되어 가면서, ‘진정성’은 가장 희귀하고 특별한 차별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학생과 부모는 그 진정성마저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진정성조차 기획되는 대입 가짜 에세이
‘눈에 띄어야 한다’는 선의의 조언은 이제 인위적인 독창성을 겨루는 에세이 전쟁으로 변질됐다. 입시 컨설팅 업계는 마법의 공식처럼 성공 방정식을 판매한다. 예상 밖의 은유, 충격적인 고백, 평범한 경험을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시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사물 에세이’를 보자. 고무줄, 클립, 케첩, 낡은 운동화 같은 일상 사물 하나에 인생의 진리를 담아내는 방식이다. 구조는 뻔하다. 평범한 물건이 화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 ‘진리’가 실제로 깊지도 않고, 때로는 사실조차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적어도 색다르게는 들린다.
이런 과장된 연출의 피해자는 바로 진짜 이야기들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일요일 체스를 떠올리며 노인들에게 3년간 체스를 가르쳤던 학생,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어원과 문법을 통해 위로 받고 정지된 시간성을 붙잡기 위해 코딩 대신 라틴어를 선택한 청소년. 이처럼 특정하고 고유하며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는다.
기계 속 유령 작가
에세이 대필 서비스는 이 문제를 산업화했다. ‘진짜 목소리를 담아 준다’는 약속으로 제공된 글은, 실제는 꼰대 노교수의 시선으로 10대의 내면을 설명한 것처럼 느껴진다. 단어 선택은 학생의 평소 어휘 수준을 넘어서고, 감정의 전개는 지나치게 깔끔하며, 비유는 ‘느낀 것’이 아니라 ‘짜맞춘 것’ 혹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인다.
작년엔 이런 사례도 있었다. 한 학생이 "경쟁보다 협업을 선택했다"고 쓴 에세이를 제출했다. 하지만 추천서는 그 학생을 ‘치열한 경쟁심’의 소유자라 평가했고, 활동 목록도 개인 위주의 성과로 가득했다. 그 불일치는 뚜렷했고, 결과적으로 치명적이었다. MIT의 입학처장이 “진정성은 방 너머에서도 느껴진다”고 말한 건 과장이 아니다. 입학사정관들은 수천 개의 에세이를 읽으며 연극과 진짜 이야기의 차이를 직감으로 가려낸다.
진짜 에세이의 보이지 않는 구조
진정성 있는 입학 에세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를 가진다.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보여 준다. 압박 속에서의 선택, 가치관의 충돌, 구체적인 역경을 통한 성장에 중심에 둔다. 한 학생은 처음에 실리콘밸리 식의 화려한 이야기를 썼다. 하룻밤 사이 앱을 개발하고 규칙을 깨며 혁신을 이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학생이 본래 조심스럽고 체계적인 성향이었다는 점이다. 추천서에서는 그녀의 꼼꼼한 기록 습관을 칭찬했고, 활동 목록은 일관된 노력을 보여 주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주제는 로봇 동아리 팀장 직에서 물러나 팀의 지식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한 이야기였다. 이 ‘보이지 않는’ 헌신은 추천서, 수업 선택, 활동 전반과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그 일관성이 바로 진정성의 힘이다.
진짜 목소리를 알아보는 방법
진정성 있는 에세이에는 지문이 남는다. 학생이 일상 대화에서 자주 쓰는 생각이 담겨 있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도 놀라는 통찰이 나타난다. 외부에서 끌어온 것이 아니라 탐색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 연결 고리가 있다. ‘독특함’을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깊이와 영향력을 중시한다. 좋은 에세이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이 이야기가 특별한가’가 아니다. 학생이 이 글의 모든 내용을 면접에서 당당히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서사가 지원서의 다른 부분과 어긋나지 않는가다.
진짜 차이를 만드는 힘
최고의 입학 에세이를 쓰는 방법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학생의 실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끌어내고, 잘 표현하는 것이다. ‘도전 → 탐색 → 영향’이라는 구조는 인위적인 틀을 씌우는 게 아니라, 진짜 경험 안에 이미 존재했던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내와 진정한 호기심, 그리고 17년간 살아온 삶이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학생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지켜 내고, 지나치게 ‘다듬는’ 유혹을 피해야 한다.
진실의 용기
오늘날 입시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기발함’이 아니라 ‘용기’다. 진짜 자기 자신을 믿고, 그 목소리를 명료하고 확신 있게 표현하는 용기다. 이 진리를 이해하는 가족은 결국 입시에 성공할 것이다. 단 한 편의 진짜 에세이로, 학생은 자기 목소리를 지닌 채 명문대 문을 열 수 있다.
Apex Ivy – 에이펙스 아이비 컨설팅 알렉스 민(Alex Min)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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