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색동물고기’ 방성희 작가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과 행복을 주는 작품 만들고 싶어요”
화려하고 다정한 빛깔이 바람에 흔들린다. 색동옷을 입고, 청아한 방울소리를 내는 물고기는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색동물고기’이다. 정발산동에 자리한 작업실엔 그의 말대로 생필품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색동물고기와 규방공예 작품들이 곱게 자리했다. 전통 규방공예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해 온 색동물고기의 방성희 작가를 만나 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조각보에 색동을 담다
거실에 걸어둘 조각보 하나를 만들고 싶어 그는 규방공예를 시작했다. 2009년 9월이다. 그때부터 시작한 바느질이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이제는 색동물고기로 널리 알려졌지만, 2015년에 선보인 그의 ‘달항아리’ 작품도 꽤 유명했다. 붉은 조각보 바탕에 맑은 흰 빛을 내는 달항아리를 지어 올린, 간결하고 강렬한 작품이다. 이후 그의 달항아리 작품을 모방하고 응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규방공예로 조각보를 만들면서 처음엔 포인트로 조금씩 색동을 사용했다. 색동이나 조각보나 같은 전통의 범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조각보에 색동은 이질적인 요소였다. 이질적인 색동이 조각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작품을 만들면서 그는 색동의 쓰임을 재발견하게 된다. 다양한 색상의 조합으로 이뤄진 색동은 화려함과 함께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담고 있었다. 그는 일상의 소품에 색동옷을 입혀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었다.
유행보다 의미 전하는 작품 만들고 싶어
개업하거나 이사를 하면 그곳에 ‘액막이 명태’를 걸어둔다.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민속 공예품이다. 이 액막이 명태에서 착안해 만든 것이 색동물고기이다. 본래 색동은 아이의 돌복이나 저고리 소매에 쓰였다. 오색을 활용한 색동이 아이를 질병이나 액운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색동 원단으로 물고기를 만들고 흰색 실로 타래를 감아 둘렀다. 은은한 소리를 내는 풍경도 달아 작품을 완성했다. 6년 전 만든 색동물고기 풍경은 그에게 색동물고기 작가라는 별칭을 안겨주었고, 시간이 갈수록 인기를 얻었다. 국내 손님들의 반응도 좋지만,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한다.
“색동은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이고, 물고기는 다복과 다산을 의미하죠. 사실 그 바람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져서 색동물고기에 대한 관심도 많고 인기지만, 유행보다 의미를 전하는 작품,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과 행복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색동물고기의 이야기를 연 사람으로 기억되길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고, 작은 조각을 잘라 이어 붙이는 작업은 손이 많이 간다. 무엇이든 빨리 완성해야 하는 시대이지만, 느긋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이 규방공예다. 방 작가는 “가늘고 길게(··)가 신조다”라며 “바느질하는 그 시간이 즐거움을 주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 시간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남편에게 늘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해온 그는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언젠가 색동물고기도 많은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들에게 ‘색동물고기의 시작은 바로 이 사람’이라는 기억이 조용히 남아 있기를, 또 제가 색동물고기의 이야기를 연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의 작업실에선 매주 목요일 수업이 진행된다. 규방공예 정규수업, 색동물고기나 규방공예 소품 등을 만드는 원데이 수업이 가능하다. 그의 작품은 파주 출판도시 ‘갤러리 지지향’ 내 상설 전시장인 핸드메이드 상점 ‘사각사각’에서 전시 판매 중이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색동물고기 by 방여사)에서는 색동물고기 풍경을 구매할 수 있다.
문의 010-6732-4506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ybang_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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