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중요한 ‘생각하는 힘’
여러분은 자녀가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는 사실을 외우는 학생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아니면 “빛의 속도를 어떻게 측정했을까?”를 궁금해하는 학생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지식은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고하느냐’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며 지식을 외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생각하는 힘은 길러지지 못하고 있다.
선행학습의 함정, ‘항아리 증후군’
내가 아는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이미 중3 과정을 끝내고 고1 과정을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중2 도형 단원의 닮음을 복습해 보니, 이미 배운 공식을 거의 다 잊어버린 상태였다. 1년 전 배운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설명하니 금세 공식은 떠올렸지만, 어려운 문제를 접하자 반복해도 풀지 못했다.
이처럼 기억에만 의존하는 선행학습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잃는다. 학습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 않고, 필요할 때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항아리 증후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릴 때 주입식으로 형성된 수용적 사고가 세월이 지나 다시 같은 문제를 마주해도 여전히 그 과거의 사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배운 시점의 사고력에 갇혀버리는 현상”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사람은 이 동화의 교훈을 ‘권선징악’이라 답한다.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심술궂은 악인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흥부의 행동은 무능하다. 열 명이 넘는 자식이 있는데도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고, 오직 부인만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간다. 쌀 한 톨 없는 집에서 제비의 다리를 명주실로 감싸준 행동 또한 현실적이지 않다. 그 명주실은 부인이 일할 때 쓰는 소중한 생계 수단이기 때문이다.
흥부보다 오히려 흥부 부인을 불쌍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바라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초등학교 때의 사고 수준으로 이 동화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학습한 지식이 성장하지 못하고 “배운 시점의 사고력에 갇혀버리는 현상”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항아리 증후군이다.
수학은 계산이 아니라 사고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선행학습만 빠르게 진행하면, 그때의 지식과 사고 수준에 머무른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도 문제를 ‘계산’하려 할 뿐, 그 안에서 ‘사고’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이 수학을 대하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수용적 사고가 아닌, 비판적 사고를 기반으로 학습할 때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수학 공부의 시작이다.
수학은 계산하는 과목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목이다.
김명수 원장
일산수학원 활명수학원
송수학 입시전략연구소 소장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로 537 2층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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