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르는 게 많고, 궁금한 것도 엄청 많다. “소달구지가 뭐야?”, “물레방아가 뭐야?”같은 단순한 질문은 그림책 속 그림을 보면서 쉽게 답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부모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나 가치관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이다.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하는데 왜 이 사람은 공부한다고 집을 떠나?”, “나는 손이 있는데 강아지는 왜 손이 없어?” 같은 질문들이 대표적이다. 부모 입장에서 ‘공부를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은 아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또 적자생존이나 진화 과정 같은 복잡한 개념을 동원해 설명하는 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 버린다.
결국 아이는 ‘이해는 안 가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호기심이라는 연약한 싹은 시들고 만다. 궁금증이 생겨도 스스로 ‘뭔가가 있겠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단정 짓는 습관이 생긴다.
호기심의 싹을 지키는 '역질문'의 힘
이런 상황에서 호기심을 살리고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네. 네 생각은 어때? 왜 그런 거 같아?”
이렇게 되물으면 아이는 “공부가 엄청 좋아서 그런가? 공부가 너무 재미있는 거지”, “가족을 떠날 만큼 공부가 필요했던 거야”와 같이 자기 눈높이에서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아이의 답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생각을 펼쳐 보는 경험이다. 이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생각하도록 돕는 것이다.
“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이야. 아빠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 가족이랑 떨어져서 살 것 같지는 않거든.”
이런 식으로 부모의 관점을 더해 대화를 이어가면 아이는 자기 생각과 다른 관점을 접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결론이 없어도 괜찮다
대화가 ‘공부를 해서 성공하려고’, ‘손이 있는 것보다 발이 네 개인 것이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서’와 같이 사실과 거리가 먼 결론으로 끝날 수도 있다. 아니면 결론 없이 대화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에게는 자기 눈높이에 맞게 생각을 전개해 보는 경험 자체가 가장 중요한 성장의 밑거름이다. 아이의 어려운 질문을 단순히 지식의 공백을 메우는 숙제가 아니라, 아이의 호기심과 사고력을 키워 주는 최고의 대화 기회로 삼는다.
파워영재학원 최승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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