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3일, 수능이 보름 정도 남았다. 수능을 20여 회 겪은 경험으로 볼 때,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시험일지라도 모든 사람이 전력투구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장에서 눈에 불을 켜고 덤벼도 모자란 판국에, 시험 문제마다 대충 찍고 엎드려 자는 사람도 있다. 이토록 중차대한 시험도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는데, 내신 시험은 얼마나 가볍게 여겼을까?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모든 시험을 쉽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름의 노력이 생각만큼 결실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수차례 반복되다 보니 기운이 쏙 빠지고, 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무슨 일이든지 처음이 중요한 건 누구나 안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나 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뒤 성적표를 받아보면 열에 여덟은 중학교에 비해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져 있다. 기말고사를 잘 봐서 평균을 올려보려 해도, 중간고사보다 더 많이 하락한 점수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렇다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 수학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공통 수학1에서는 중학교 과정과 매우 비슷한 ‘다항식의 연산’, ‘인수분해’, ‘나머지 정리’가 나온다. 다항식의 연산과 인수분해는 익숙하지만 나머지 정리는 생소하다.
교과서 개념 설명은 매우 쉬워서 대충 이해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차라리 “나머지는 나누는 식보다 클 수 없다”라는 한글로 된 문장이 쓰여 있으면 덜 혼란스러울 텐데 수식으로 나와 있으니 (, , 는 로 나누면 몫은 이고 나머지는 이다) 대충 한 번 보고는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 잘못된 표현일 수 있다는 말에 의심을 품는다. 의심을 품고 왜 그런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면 다행이지만, 많은 학생은 와 의 어떤 차이가 있는지조차 모른 채 중간고사를 맞이하는 것이다. 여지없이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에 개념이 불확실하면 점수 획득에 실패한다.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어려운 개념도 많지만, 비슷한 개념도 많아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고비는 또 있다. 인수분해 하려고 하는 다항식의 차수가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서처럼 2차 다항식 위주의 문제가 아니라 처럼 다항식의 차수가 자연수 안의 범위에서 무궁무진하다. 이 또한 문제의 난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숫자가 커지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고, 계산 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문자의 종류가 늘어남으로써 필요한 식의 개수도 문자의 종류만큼 늘어난다. 이것은 제한된 시간 안에 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문제집은 잘 푸는데 시험 점수가 낮은 학생은 시간을 재면서 푸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이처럼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 수학에서 유리한 점은 하나도 없고, 불리한 점만 가득하므로 고등학교 진학 후 점수 하락 폭이 큰 이유다.
불리한 점을 정리하자면, 비슷한 개념의 혼돈, 문자의 종류 증가, 큰 수의 계산, 평소 문제 풀이에 필요한 시간보다 훨씬 부족한 시험 시간 등이 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앞서 언급한 불리한 점을 잘 파악해 철저히 대비한다면 점수 상승을 경험할 것이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비슷한 개념을 뚜렷이 구분하는 방법은 그 개념을 포함한 문제를 아주 많이 푸는 것이다. 늘어난 문자의 종류나 숫자에 대한 대비는 풀이 노트를 준비해,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산 과정을 적는 것이다. 모자란 시험 시간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개념의 틀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문제를 풀 때 ‘한 문제당 2분’이라는 제한을 두고 스톱워치를 이용해 연습하는 것이다. 더 이상 중학교 때처럼 간단하고 쉬운 수학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대수, 미적분Ⅰ로 갈수록 개념은 어려워지고, 문제 풀이 시간은 길어지며, 문제는 복잡해진다. 대충 이해한 개념과 느린 계산은 점수가 오르는 데 걸림돌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 수학 점수가 오르는 학생들의 공통된 특징은 빠르고 실수 없는 연산, 그리고 정확한 개념의 이해이다. 아무리 꼬아서 출제해도 어디서 모순이 생겼는지 금방 찾아낸다. 복잡한 문제를 보자마자 해법이 떠오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난도가 높을수록 다양한 개념이 뒤섞여 있다. 단원마다 개념이 정확하다면 어렵게 묶인 매듭을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다.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했던 학생이라면 이제부터라도 각 단원에서 제시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길 바란다.
김학준수학학원 김학준 원장
위치 양천구 목동서로 67 우성에펠타운 8층
문의 02-2647-0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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