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책을 한 번만 읽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세 이전의 독서는 언제든 책의 글귀를 떠올려 묵상할 수 있고, 책의 글귀를 내 생각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책의 내용을 외우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독서가도 책을 외워야 한다거나, 여러 권을 비교 검토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압축적이고 짧았던 옛날 책은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책의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 내용을 외워 시시때때로 묵상해야 그 뜻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효과적인 독서법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고, 오늘날에는 깊이 몰입해서 정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독서 방법이다.
정독 과정에서 독자는 책 속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로 독서의 재미와 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한 번 정독하는 것만으로 책 속에 담긴 생각 전체를 장악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수많은 독서가가 반복 독서를 하고, 필사와 초록을 한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나면 내가 지금 이 책과 통성명을 했을 뿐이라는 것,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을.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읽었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세 번째 읽을 때 알게 된다. 정말 사랑하는 책을 만났을 때 독서가들은 거듭해서 읽으면서 책에 담긴 생각의 구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 그 덕분에 전혀 다른 차원의 독서가로 성장하게 되고, 아이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글을 한 번 읽어 주면 아이는 책의 내용을 알게 된다. 그 책을 너무 좋아해서 열 번을 읽어 주면 아이는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훤히 알게 되고, 백 번을 읽어 주면 책을 통째로 외우게 된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책의 내용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외우는 아이도 꽤 많다. 그 덕에 따로 배우지 않고 스스로 한글을 떼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이미 아는 내용을 쓸데없이 반복해서 읽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다르다. 외울 정도로 읽었다는 것은 그 책의 논리 구조와 문장 흐름을 내면화했다는 것이다.

파워영재학원 최승일 원장
문의 02-508-6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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