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에 50~60대는 어떤 위상으로 살아야 할까. 어떤 이들은 자식들을 독립시킨 후 남은 텅 빈 둥지에서 인생의 허무함과 싸우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남아도는 시간과 비교적 안정된 경제력으로 애써 소일거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렇게 남은 40여 년을 보내자니,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다. 여기 시니어로서의 연륜과 경험, 삶의 지혜를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해 풀어내는 이들이 있다. 파주문화원 전통문화예절 봉사동아리 ‘손길’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정성 담긴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아리
파주문화원 전통문화예절 봉사동아리 ‘손길’은 마음을 담아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봉사 동아리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전통예절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니어 모임이다. 2023년 파주문화원에서 야생화 자수반을 가르치던 홍연희 강사는 전통문화와 예절 봉사에 뜻이 있는 수강생들과 함께 손길 동아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전통문화행사에 참여해
그들의 첫 시작은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 개최한 어르신 대상 실버 페스티벌에 ‘은빛 바늘로 빛나는 내 인생’이라는 주제로 참여한 것이다. 야생화 자수반을 통해 전통공예에 일가견이 있던 회원들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청사초롱 향낭 만들기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이들은 보다 많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전통문화와 예절,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경기 북부 소외지역 학교 2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전통문화체험학교’, 황희 선생 유적지에서 개최된 ‘가족과 함께하는 전통문화체험학교’, 파주시 지원 ‘초고령화시대 어르신 대상 찾아가는 힐링타임’ 등 여러 굵직한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전통문화를 접하고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외에도 개성인삼축제, 장단콩 축제 등 굵직한 지역 문화 축제에서도 전통문화 체험 부스를 운영했고 공식 행사가 아니라도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공공도서관 등을 찾아가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청사초롱 향낭 손수건 만들기, 다식 다도 체험 등
손길 동아리가 선사하는 전통문화체험에는 청사초롱 향낭 만들기, 다포 겸용 손수건 만들기, 파주 지역특산물인 장단삼백(장단콩·개성인삼·파주쌀)을 이용한 다식 만들기, 다도 체험 등이 있다. 홍연희 강사는 “전통문화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기회”임을 강조한다. 손길 동아리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체험해 본 이들이라면 아이든 어르신이든 할 것 없이 “스스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고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아기 탄생 축하하는 배냇저고리 기증해
파주시와 파주문화원 등 기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각종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회원들의 자비를 모아 손수 배냇저고리를 꾸며 신생아 가정에 선물한다. 2025년에는 운정 1, 2동 행정복지센터에 배냇저고리 30벌을 기부했고, 올해는 운정 3, 4동 행정복지센터에 배냇저고리를 기부했다고 한다. 출생신고를 위해 주민센터를 찾은 신혼부부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미니인터뷰
회장 윤기숙 (61세)
2024년까지는 회원들 자비로 봉사를 해왔고 2025년에는 기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했습니다. 저희는 한 달에 1번 정기모임을 갖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회원들끼리 손발이 잘 맞아 눈빛만 봐도 알 정도가 됐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어르신들의 수고스러운 인생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잠깐의 봉사에도 어르신들이 정말 기뻐하실 때 저희도 준비 과정의 힘듦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앞으로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열심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회원 이상악 (56세)
처음 시작한 봉사 활동인데 4년 차에 이르니 하면 할수록 전문가가 되어 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저의 배움이 깊어지고 또 정서적으로 풍부해지는 기분입니다. 집에서 식구들에게 다도 체험을 해줄 때가 있는데 가족들이 참 좋아합니다. 저도 애들을 다 키운 후 번아웃 같은 시기가 있었는데, 이렇게 모임에 나와서 함께하는 이들이 생기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기분입니다. 봉사를 하며 다양한 나이대의 어르신과 아이들을 만나게 되니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세대 공감이 되어 제가 참 많은 것을 얻게 되었구나 싶습니다.
회원 홍연희 (62세)
‘꿈꾸는 인생은 아름답다’는 문구를 좋아합니다. 제가 늘 꾸어왔던 봉사의 꿈을 회원들과 함께 실현하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저희가 찾아갈 곳이 있고,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또한 감사합니다. 봉사를 마칠 때면 늘 칭찬과 감사의 말을 들으니 더욱 기쁩니다.
회원 함유이 (58세)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문득 허전함이 찾아왔고 ‘제3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자문하던 때에 야생화 자수반 강사님의 봉사 제안을 받고 정말 기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봉사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적인 근육을 키워 나간다고 할까요. 봉사활동을 할수록 저 자신이 점점 더 밝아지고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걸 느낍니다. 부부 사이에도 화제가 많아지고 대화가 더 즐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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