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_꿈고래영어] "저는 영어를 못해요"라고 말하던 아이가 가르쳐 준 교육의 본질

지역내일 2026-07-14 (수정 2026-07-14 오후 2:10:02)

낙인의 거울을 깨는 믿음의 힘

"선생님, 저는 원래 영어를 못해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저는 그저 자신감이 부족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한마디 속에는 반복된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자신을 ‘못하는 아이’라는 틀에 가두어 버린 상처가 숨어 있었습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자신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규정해 버리곤 합니다.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한 아이는 더 이상 도전하려 하지 않고, 결국 "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무기력한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누구보다 잘하고 싶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을 규정짓습니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을 반복해서 접한 아이들은 결국 그 평가를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행동과 선택마저 위축됩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못하는 아이'라는 마음의 낙인을 찍고, 그 울타리 안에 갇혀 버리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는 한 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이러한 마음의 낙인이 성장을 얼마나 가로막는지, 그리고 교사의 지지가 어떻게 그 벽을 허물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안이 만들어 낸 마음의 벽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것은 "저는 영어를 못해요."라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는 태도였습니다. 수업 시간에 영어 단어를 읽다가 조금만 틀려도 주변 눈치를 보며 금세 위축되었고, 문제를 틀리면 다시 시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틀려도 괜찮다."는 안도감과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는 반복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쌓인 불안과 위축감으로부터 그저 자신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저는 아이가 실수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응원해 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틀려도 괜찮은 안전한 교실

그 후 저는 아이의 실수나 결과보다는, 아주 작은 변화와 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틀린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다시 시도한 용기를 칭찬했고, 짧은 단어 하나를 읽어냈을 때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습니다. 아이가 실수하더라도 기죽지 않는 교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괜찮아,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 "한 걸음 한 걸음씩, 선생님과 같이 가 보자.“

이러한 말들을 꾸준히 건네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알파벳 소리 하나를 내는 것조차 무서워하던 아이가 조금씩 단어를 읽기 시작하더니, 짧은 문장을 거쳐 결국에는 한 권의 영어책을 스스로 읽어냈습니다. 또한, 발표를 두려워하던 아이가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는 단순히 영어 실력의 향상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시도해 보기도 전에 “못하는 아이”로 규정했던 아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내면의 성장이었습니다.


믿음이라는 교육의 힘

수업 시간에 아이와 눈을 맞추고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고, 교실은 비로소 아이가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교사의 긍정적인 기대가 학생을 성장시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책임을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만 돌린다면, 아이가 기대만큼 변하지 않을 때 교사의 역량 부족으로 돌려 자책하거나 반대로 "역시 저 아이는 안 돼."라며 아이의 한계라 여기고 단정 지어버리기 쉽습니다.

제가 경험한 진정한 변화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그 아이는 저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선생님과의 수업은 저에게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학원이 끝나면 매일 게임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영어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열심히 하고 싶어졌어요." 그 편지를 읽으며, 저는 아이가 얻은 가장 큰 성장은 영어 점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믿어주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해 줄 수 있는 교사가 필요

그 아이는 처음부터 능력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반복된 실패 속에서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고 있었을 뿐입니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성적과 속도, 결과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그런 조급한 시선은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가릴 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날개를 펼쳐볼 기회마저 접어두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민감하게 주변의 평가를 받아들이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정의해 나갑니다. 그렇기에 교사는 아이의 현재 부족함만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을 믿지 못할 때, 곁에서 든든하게 믿어주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부정적인 낙인의 거울을 함께 깨뜨려 주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교사가 교실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꿈고래영어 원장
최요나
영어, 상담심리교육 전공
상담 010-9866-8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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