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 나왔다. 파주에서 활동하는 하현숙 작가가 첫 문학평론집 『오후 2시, 나는 왜 흔들렸을까』(토담미디어)를 출간했다. 지난해 파주 문인 8인이 함께 펴낸 공동 사화집 『속잎 피우는 시간』에 참여했던 하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문학평론가로서의 사유를 한 권에 담아냈다. 수필과 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작가가 10여 년 동안 문학평론을 쓰며 축적한 생각을 엮어낸 첫 결과물이자, 파주 문단에서도 드문 개인 평론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국내외 작가 18인의 작품과 자전적 평론까지… 19편의 문학 읽기
책 제목인 『오후 2시, 나는 왜 흔들렸을까』는 문학을 마주하는 순간의 내면을 상징한다. 오래 머문 문장 앞에서 흔들리고,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문학이 던지는 질문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곧 평론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등단 후 20여 년 동안 수필과 동화, 소설을 쓰며 사람 사는 일의 온기와 순수, 인간의 고독을 문학으로 풀어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다른 작가들의 문장 앞에 오래 머물며 작품을 사유하게 되었고, 그것이 평론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수필을 쓰며 사람 사는 일의 온기를 붙잡았고, 동화를 통해 순수를, 소설을 쓰며 인간의 고독과 침묵을 바라봤다"며 "어느 순간 다른 작가들의 문장 앞에 오래 머물며 흔들렸고, 평론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고 말한다. 또 이번 책에 담긴 글들을 "단순한 독후나 해석이 아니라 문학 곁에서 오래 머물며 건네받은 마음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평론집에는 국내 작가 9명과 해외 작가 9명 등 모두 18명의 대표 작품을 다룬 작품론과 작가론이 실렸다. 여기에 자신의 수필 「정아」를 직접 해설한 자전적 평론을 더해 모두 19편의 글을 담았다.
책이 다루는 작품의 폭도 넓다. 한국문학에서는 이광수의 『무정』,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 김승옥의 『무진기행』, 신경숙의 작품을 비롯해 손원평의 『아몬드』, 구병모의 『절창』 등을 다루고 있으며, 해외 문학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세계문학의 고전과 현대 작품을 폭넓게 조명한다.
평론은 작품의 줄거리나 작가의 생애를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의 선택과 시대적 배경, 인간의 삶과 관계, 윤리와 감정의 문제를 함께 읽어내며 독자들이 문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무정』을 다룬 글에서는 단순히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라는 문학사적 의미를 넘어, 근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과 선택, 계몽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함께 짚어낸다. 작품 속에 공존하는 근대적 가치와 가부장적 질서, 식민지 시대의 한계까지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며 문학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임을 보여준다.

"평론도 문학입니다" 편안하게 읽고 함께 공감하는 글
무엇보다 이번 평론집은 평론에 대한 선입견을 허문다. 작가는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평론을 논문처럼 어렵게 쓰기보다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독서는 사유의 예술이고, 평론은 그 사유를 독자와 나누고 공감하는 문학입니다."
이 한 문장은 이번 책이 지향하는 방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작품을 해부하거나 평가하기보다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며 문학이 삶을 어떻게 비추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본 작품을 중심으로 쉽고 친숙하게 접근하면서도, 익숙한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 작가는 "문학은 나보다 나를 먼저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문학과 함께 걸어오며 축적한 사유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이번 평론집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 고전과 현대문학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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