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외음부 가려움이 시작되면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거나, 뜨거운 물로 여러 번 씻고, 좌욕이나 좌훈을 반복한다. 소금물이나 요구르트, 먹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외음부에 바르는 민간요법까지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만나는 만성 외음부 가려움 환자들을 보면, 이러한 관리가 증상을 호전시키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국제외음질학회(ISSVD) 가이드라인은 만성 외음부 가려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피부 장벽의 손상을 강조한다. 외음부는 일반 피부보다 훨씬 얇고 예민한 피부와 점막이 만나는 부위이다. 이 부위의 피부 장벽은 수분을 유지하고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한 세정과 반복적인 자극은 이 보호막을 무너뜨릴 수 있다.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수분은 쉽게 빠져나가고 자극 물질은 더 쉽게 침투하면서 작은 마찰이나 땀에도 심한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결국 가려워서 씻고, 씻을수록 더 건조해지고, 다시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오래된 외음부 가려움이 있다면 먼저 생활 습관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뜨거운 물로 씻는 습관은 피부의 지질층을 제거해 건조함을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여성 청결제 역시 매일 반복해서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물로 가볍게 세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또한 특별한 의학적 목적 없이 좌욕이나 좌훈을 습관적으로 시행하면 지속적인 열과 습기가 피부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외음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피부 장벽을 지켜 주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씻고, 부드럽게 물기를 제거하며, 통풍이 잘 되는 면 속옷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회복될 수 있다. 의료진과 상담 후 외음부 전용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외음부 가려움은 질염이 없어도 접촉성 피부염, 경화 태선과 같은 외음부 피부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가려움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피부색 변화, 갈라짐, 출혈, 통증이 동반된다면 자가 치료를 반복하기보다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효진산부인과의원 이효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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