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니어 동아리 파주중앙도서관 시니어 독서동아리 ‘내 인생 그림책’

“그림책 한 권에서 만나는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

지역내일 2026-08-16

백세시대에 50~60대는 어떤 위상으로 살아야 할까. 어떤 이들은 자식들을 독립시킨 후 남은 텅 빈 둥지에서 인생의 허무함과 사투하고, 또 다른 이들은 남아도는 시간과 조금이나마 안정된 경제력으로 애써 소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남은 40여 년을 보내자니,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다. 여기 시니어로서의 연륜과 경험, 삶의 지혜를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해 풀어내는 이들이 있다. 파주중앙도서관 시니어 독서동아리 ‘내 인생 그림책’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그림책 매개로 한 공감의 시간

파주중앙도서관에서 2023년 5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 그림책 동아리 ‘내 인생 그림책’은 그림책을 매개로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독서 모임이다. 회원들은 그림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며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나누고, 같은 장면을 저마다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며 새로운 관점을 발견해 나간다.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이 모임의 특징이다.

정답 아닌 서로 다른 해석을 존중하는 시간

모임에서는 한 권의 그림책을 천천히 읽으며 그림과 글에 담긴 의미를 함께 살펴본다. 작가가 그림 속에 숨겨 놓은 상징과 장치,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의 이유를 함께 이야기하고, 각자 마음에 와닿은 장면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비춰보기도 한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어떤 이는 희망을, 또 다른 이는 두려움을 떠올리는 등 살아온 경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회원들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해석을 존중하는 것이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작은 질문이 깊은 대화로 이어지기도

좋은 질문은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진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림 속에 사람이 나올까 곰이 나올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서로의 생각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지사지의 관점도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보였던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동행과 희망으로 해석되기도 하듯 하나의 그림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양한 해석을 존중하며 이야기 나누는 과정속에서 회원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운영 방식 시도하며 성장해

독서 모임의 운영 방식도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 초기에는 회원들이 각자 그림책을 선정해 발표하거나 필사와 낭독,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진행했고, 한 달에 한 명씩 자신이 준비한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그림책들을 함께 읽었으며, 올해는 한 권을 좀더 깊이 읽기 위해 매회 한 권만 선정해 충분히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모임마다 진행자를 정해 그림책 선정과 발제를 맡고 회원들이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만55세 이상 누구나 참여 가능

현재 ‘내 인생 그림책’ 동아리는 8명 안팎의 회원들이 격주 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으며, 파주중앙도서관 행사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그림책 소개 전시회를 열어 그림책의 매력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신입 회원은 만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상시 모집 중이다. 그림책 한 권에서 시작된 대화는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그림책은 더 이상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시니어들이 삶을 함께 읽고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위치 경기도 파주시 쇠재로 33

문의 031-940-5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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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이연지 (사서)

그림책을 읽으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묻는 것인데,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을 많이 했어요. 바쁜 일상에서 짧은 생각들만 해오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점차 모임에 적응하면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저만의 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허경숙

저는 원래 그림책에 깊은 관심은 없었어요. ‘시니어가 왜 그림책을 읽지?’라는 의문을 가졌었어요. 그림책은 글이 짧고 단순화돼 있어서 재미를 몰랐던 거죠. 하지만 일단 잘 모르는 분야니까 한번 알아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내가 ‘상대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림책 읽기는 ‘사귐’이고 ‘소통의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이 동아리는 준비할 게 따로 없어서 좋아요. 그냥 마음만 준비하면 됩니다.  


오호숙

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못해서 삶이 가족에 한정돼 있었는데, 나를 좀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처음 나온 곳이 중앙도서관이고 바로 이 모임입니다. 제 생각에 그림책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책, 삶의 모든 색이 담긴 그림책. 1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다소 감정적인 편인데 다른 분들의 새로운 해석을 들으면 제게 도움이 됩니다. 제가 성장해가는 시간인 거죠. 이 모임은 스트레스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동일한 사물에 대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참 좋아요. 나를 비우는 시간이고, 책과 타인을 통해 나를 새롭게 채워가는 아주 즐거운 시간입니다. 그림책에서 만나는 새로운 어휘들이 제게 신선한 자극이 됩니다.


이은경

저는 작년부터 참가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비평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보니 여러 사람들이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어요. 처음에는 새로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시간이 누적되면서 알아가니 참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박태숙

글밥 없는 책이라 오히려 부담이 없고 좋습니다. 그림책은 나를 성장시키는 책입니다. 원래 그림을 좋아해서 좋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그림책은 큰 배움이 됩니다. 이 모임은 내게 에너지를 주는 좋은 시간이며 하나의 벽을 깨고 있다고 느낍니다.  


정수영

저는 오늘 처음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거의 10년 보내고 나서 새롭게 무언가를 해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세상으로 깨치고 나오려고 합니다. 평소에 깊게 생각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림이라서 받아들이기도 좋고, 또 그림을 통해 치유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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