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모르겠어요.’ 반복되는 수학 오답, 무엇이 문제일까

지역내일 2026-09-22 (수정 2026-09-22 오전 9:39:50)

“선생님, 모르겠어요.”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이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심화문제를 풀 때 그렇다. 어려운 문제를 틀려서 설명을 해주면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 비슷한 문제를 만나면 또 틀린다.

처음에는 단순히 개념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설명하고, 비슷한 문제를 풀리고, 틀린 문제를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정말 이 아이는 문제를 모르는 것일까?’

어느 날 한 학생이 어려운 문제를 풀다가 눈물을 보였다. 아이는 계속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이 아니라, 막힌 문제의 답을 얻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기다린 뒤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답을 구하러 온 게 아니야. 다음에 이 문제를 다시 만났을 때 네가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힘을 배우러 온 거야.”

수학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설명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과, 혼자 문제를 만났을 때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설명을 들을 때는 “아, 알겠어요”라고 말하는데 막상 혼자 문제를 풀면 다시 막히는 아이들이 있다. 이것은 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도,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닐 수 있다.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가는 것과 자신의 머릿속에서 문제 해결 과정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에서 중요한 순간은 설명을 끝낸 직후다.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대신, 책을 덮고 비슷한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게 한다. 그때 아이가 어디에서 다시 멈추는지를 보면 비로소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아직 배우지 못했는지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정답까지의 모든 과정을 바로 알려주기보다, 생각이 멈춘 지점에서 필요한 만큼의 힌트를 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도형 문제에서 보조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조선을 직접 그어주고 “이 선을 기억해. 이등분이 있을 때 이 보조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찾아보자”라고 말한다.

그래도 어렵다면 한 가지 단서를 더 준다.

“이등변인데… 직각이네.”

그제야 아이가 다시 문제를 바라본다. 어떤 아이는 금세 “아!” 하고 알아차리고, 어떤 아이는 한두 번의 힌트가 더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마다 생각이 움직이는 속도와 필요한 도움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더 많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같은 유형을 반복해서 틀린다면 문제 수를 늘리기 전에 한 번쯤 멈춰볼 필요가 있다. 이 아이는 문제를 몰라서 틀리는 것일까, 아니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몰라서 틀리는 것일까. 이 차이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오답의 의미도 달라진다.

좋은 수학 공부는 틀리지 않는 공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틀린 문제를 통해 내 생각이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교사의 역할 역시 모든 답을 알려주는 데 있지 않다. 아이가 무엇을 모르는지 살펴보고, 스스로 다음 생각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르겠어요”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 말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찾아내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오답을 다시 보는 목적은 정답을 기억하는 데 있지 않다. 다음번에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 첫 번째 생각을 스스로 꺼낼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데 있다.

수학에서 한 문제를 맞히는 것은 하나의 결과다. 그러나 그 문제 앞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개념을 떠올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 나는 그것이 한 문제의 정답보다 오래 남는 수학 공부라고 생각한다.

왕효진수학학원

왕효진원장

문의:010-5386-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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