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니어 동아리> 운정 별하람마을 4단지 별사랑작은도서관 ‘일본어 동아리’

배움에 정해진 나이는 없다… 공부가 취미가 되는 순간!

지역내일 2026-10-19

백세시대에 50~60대는 어떤 위상으로 살아야 할까. 어떤 이들은 자식들을 독립시킨 후 남은 텅 빈 둥지에서 인생의 허무함과 사투하고, 또 다른 이들은 남아도는 시간과 조금이나마 안정된 경제력으로 애써 소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남은 40여 년을 보내자니,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이다. 여기 시니어로서의 연륜과 경험, 삶의 지혜를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해 풀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운정 별하람마을 별사랑작은도서관 시니어 학습동아리 ‘일본어 동아리’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제3의 인생, 새로운 배움을 이어가는 학습동아리

운정 별하람마을 4단지에 자리한 LH작은도서관 ‘별사랑작은도서관(관장 구슬기)’에는 아파트 주민과 인근 주민들이 함께하는 시니어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중 지난 3월 시작한 일본어 동아리에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회원들이 참여해 매주 열띤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젊은 날의 재능을 소환하는 ‘품앗이 동아리’

일본어 동아리 리더 김은희(74세)씨는 수십 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육아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무렵,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일본어 공부에 뛰어들었다. 그는 2년간 공부한 끝에 당시 일본대사관에서 치르던 일본어능력시험 1급에 합격했고, 재취업에 성공해 기업의 국제사업부에서 근무하며 일본 바이어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시니어가 된 지금, 김 씨는 일본어에 대한 지식을 지역사회 주민들과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지인에게 개인적으로 가르쳐주던 것이 점차 커져 별사랑작은도서관 일본어 동아리로 발전했다고 한다.


틀리면 어때? 일본어 회화 근육 키우는 공부

일본어 동아리의 수업은 주 1회 1시간 30분, 초·중급 수준의 교재 <스쿠스쿠>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아리 리더 김씨의 강의를 듣는 방식이라기보다는, 회원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일본어로 직접 말해보는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는 형태다. 일본어 시험이나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인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일반 학원에서라면 선뜻 일본어로 입을 열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지만 동아리에서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고 한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기다려주고, 틀리면 서로 고쳐주면 되기 때문이다.  


배움에 적극적인 열공 시니어들

동아리 회원들은 일본어 학습을 위해 인공지능(AI)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모르는 표현을 만나거나, 다음 시간에 공부할 내용을 미리 물어보며 AI를 ‘개인 교사’처럼 활용한다. 그렇게 예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동아리 회원들과 직접 대화하며 ‘회화 근육’을 키워나간다. 취미로 시작한 공부지만 회원들은 한 주도 빠짐없이 꾸준히 공부하며 6개월 만에 초급을 넘어 한 단계씩 실력을 높여가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시작한 일본어 공부

회원들이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도 저마다 다르다. 우영희(70)씨에게는 일본인 며느리와 손주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거주하는 손주와 언젠가 일본어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학교 사서로 근무하다 은퇴한 채은경(61)씨는 작은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새로운 취미를 찾아 이 동아리에 합류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부터 시작해 단어와 표현을 하나씩 알아 가는 지금,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라고 한다. 채 씨는 “퇴직 후에도 공부할 것이 있고 매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며 “AI 번역기에 맡기기보다는 저 스스로 생각하고 기억해 내는 과정이 두뇌를 움직이고 사고력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20여 년 전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고 혼자 일본어를 공부해 현지에 체류한 경험도 있는 정계영(54)씨는 오랫동안 쓸 기회가 없었던 일본어를 다시 꺼내 쓰는 요즘이 즐겁다. 정 씨는 “젊은 시절 일본 만화와 책, 드라마를 좋아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하나둘씩 돌아와서 반갑고, 매주 꾸준히 공부할 거리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일본어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공부 밖으로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가까워진 회원들은 함께 식사하거나 연극과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조만간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 이웃을 초대해 그동안 배운 일본어로 직접 대화를 해볼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언젠가는 동아리 회원들과 일본 나가노로 함께 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일본어를 마음껏 써보는 것도 이들의 또 다른 꿈이다.


한 사람의 재능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져

이곳에서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고정돼 있지 않다. 회원 김명숙(77)씨는 젊은 시절 영어를 전공해 별사랑작은도서관에서 영어 동아리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영어동아리에서는 자신의 영어 지식을 나누고 일본어 동아리에서는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운다. 김 씨는 “가르치는 보람과 배우는 즐거움을 한 공간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익힌 지식이 수십 년 뒤 누군가를 위한 새로운 공부가 되고, 한 사람의 재능이 또 다른 사람의 배움으로 이어진다. 별사랑작은도서관의 작은 교실에서는 그렇게 오래 묻어두었던 각자의 재능과 호기심이 하나둘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어 처음이라도 괜찮아요!”
-초급 동아리 개설 예정-


별사랑작은도서관은 일본어를 처음 접하는 주민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본어 초급 동아리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연령과 거주지에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 위치 파주시 별하람로 53 커뮤니티센터 1층 별사랑작은도서관  
■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 문의 031-949-0900  
■ 사이트 네이버 카페 ‘별사랑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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