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가게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①
옷 사러 갔다가 ‘나에게 맞는 멋’을 찾았다
인덕원 플러스아울렛 시스티나·피에르가르뎅, 기성복을 맞춤복처럼 입히는 단골 매장의 비결
“처음 매장에 들어오면 마음에 드는 옷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나올 때는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나와요. 사장님이 창고에서 이것저것 가져와 입어보라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여기서 골라주는 옷은 무조건 믿고 입어봐요.”
안양시 비산동에 사는 이순임 씨(53·가명)가 인덕원 플러스아울렛의 여성복 매장 ‘시스티나’를 찾는 이유다. 몸에 잘 맞는 옷을 구하기 어려웠던 이 씨에게 이곳은 옷만 파는 가게가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멋을 찾아주는 단골집이 됐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오프라인 상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덕원 플러스아울렛에서도 빈 점포가 눈에 띈다. 그런 가운데 꾸준히 단골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여성복 시스티나와 남성복 피에르가르뎅이다. 두 매장의 힘은 가격만이 아니다. 고객의 체형과 취향을 살피고 필요한 부분을 손봐, 기성복을 맞춤복처럼 입게 해준다.

# 청바지를 포기했던 고객, 다시 멋을 찾다
지난 주말 찾은 시스티나는 통유리 너머로 재킷과 블라우스, 니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브라운 계열 스웨이드 느낌의 재킷, 단정한 정장 스타일 옷, 가볍게 걸치기 좋은 카디건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이 매장의 진짜 매력은 옷걸이보다, 고객이 옷을 입어보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이순임 씨는 다리와 엉덩이는 날씬한 편이지만 허리 쪽은 여유가 필요한 체형이다. 허리에 맞춰 청바지를 사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헐렁하고, 다리에 맞추면 허리가 불편했다. 한동안은 청바지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시스티나는 무조건 큰 사이즈를 권하는 대신, 다리와 엉덩이에 잘 맞는 66사이즈를 고르고 허리만 늘렸다. 덕분에 이 씨는 다시 맵시 있게 청바지를 입는다.
김지연 씨(48·호계동)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키가 작고 마른 편이라 성인복은 어깨와 허리선이 맞지 않아 주로 주니어복을 입었다. 이곳에서 어깨, 허리, 기장을 조절한 뒤로는 성인복 특유의 단정한 옷차림을 즐기게 됐다.
같은 사이즈라도 체형은 저마다 다르다. 온라인에서는 맞지 않으면 반품하고 다시 주문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직접 입어보고 그 자리에서 맞춰 완성할 수 있다.

# 35년 의류 전문가의 눈썰미
이 서비스의 중심에는 나은주 대표가 있다. 1980년대 말 백화점에서 의류업을 시작해 남성복과 정장 등을 다루며 약 35년간 일했고, 플러스아울렛의 시스티나 매장은 4년째 운영 중이다.
“손님이 들어오시면 어떤 옷이 어울릴지 보여요. 허리만 조금 늘리면 되는 분도 있고, 옷 전체를 조금씩 손봐야 하는 분도 있어요. 또 그냥 입어도 되지만 어깨나 기장을 살짝 손보면 훨씬 옷맵시가 나는 분도 있거든요.”
나 대표는 체형뿐 아니라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과 트렌드도 고려한다. 젊은 감각의 짧은 니트나 재킷도 옷의 구조와 여유분을 고려해 기장을 조절하면 중장년층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급 양장점이 체형과 취향에 맞춰 옷을 지어주던 시절의 정성을, 이곳은 기성복에 입히고 있다. 시스티나는 젊은 감각의 브랜드지만 고객의 약 70%가 40~60대라고 나 대표는 전했다. 20대부터 80대까지 폭넓게 찾으며,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단정한 디자인이 인기다. 수선 비용도 저렴해 고객의 부담을 덜어준다. 일부 상품은 50% 할인가에 판매하고, 시즌오프 기간에는 추가 할인도 이루어져 백화점에서 한 벌 살 비용으로 쇼핑백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 대표는 “지난번에 골라준 옷을 정말 잘 입고 있다거나, 주변에서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시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온라인에서 제공받지 못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람이 경쟁력, 다시 찾게 되는 동네 가게
플러스아울렛의 남성복 매장 피에르가르뎅도 체형에 맞춘 추천으로 단골을 만들고 있다. 회색·네이비·브라운 계열의 콤비 재킷과 정장, 니트, 점퍼가 진열돼 있다. 중장년 남성이 선호하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옷들이다.
윤재성 씨(65·비산동·가명)는 체격이 큰 편이라 옷 고르기가 늘 어려웠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사이즈가 맞지 않고, 크기에 맞추면 맵시가 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어깨와 가슴둘레, 허리선을 함께 보고 사이즈가 큰 옷이 아니라 체형의 장점을 살리는 옷을 추천받는다. 옷 고르는 수고는 줄고 만족도는 높아졌다는 게 윤 씨의 말이다.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고 가격 비교도 쉽다.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은 다양한 브랜드와 편의시설을 앞세운다. 동네 의류매장이 같은 방식으로 맞서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두 매장은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보여준다. 직접 입어보고, 체형에 맞게 손보고, 취향까지 기억해 주는 사람 중심의 서비스다. 체형이 달라져 멋내기를 망설였던 사람이 다시 청바지를 입고, 맞는 성인복을 찾지 못하던 사람이 어울리는 재킷을 만난다. 옷 한 벌이 사람의 표정을 바꾸는 순간이다.
좋은 옷을 파는 매장은 많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주는 매장은 흔치 않다. 저렴한 가격은 한 번 오게 하고, 믿음은 다시 오게 한다. 바뀐 계절에 맞춰 옷장을 채울 생각이라면, 돌아오는 주말 이들 매장을 들러봐도 좋겠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가보려면
• 시스티나 인덕원점: 031-425-8987, 안양시 동안구 흥안대로 457-16 109호(평촌동)
• 피에르가르뎅: 031-423-3002,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84-3 평촌플러스 아울렛 201~203호
※ [우리 동네 가게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지역 상권의 어려움 속에서도 단골이 이어지는 가게를 찾아 그 비결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첫 회는 인덕원 플러스아울렛의 두 매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사 속 수치와 서비스 내용은 업주의 설명을 바탕으로 했으며, 말미의 안내 정보는 독자 편의를 위해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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