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설아, 수아, 서언, 서준이까지 최근 쌍둥이가 대세다.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성격과 기질이 다르고 잘하는 것과 취향 또한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같은 나이로 태어나다 보니 비교당하는 일도 잦다. 이유야 어찌됐던 대한민국에서 쌍둥이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린 단짝친구, 같이 있으면 좋아요”
언제 어디서든 놀 수 있는 단짝친구라고 서로를 소개하는 원준, 명준 형제는 깨어있는 이른 아침도, 늦은 밤 놀이터에서도 둘만 있으면 만사 OK인 영락없는 쌍둥이다. 이란성 쌍둥이라 닮지 않았는데도 친구들이 얼굴을 헛갈려하며 잘 못 부를 때 정말 싫단다.
명준이는 하고 싶은 건 끝까지 하고 마는 열정파다. 이에 반해 원준이는 눈치껏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센스장이다.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다. 명준이는 감성적이라 마음만 읽어주면 모든 걸 다 내어준다. 하지만 원준이는 이성적으로 전형적인 좌뇌형이다.
매일 매 시간 붙어 다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반을 나눴다. 많은 쌍둥이들이 같은 반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각자 다른 친구를 더 많이 사귀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명준이 친구가 원준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원준이 친구가 명준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결국 친구가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쌍둥이들의 텔레파시는 동시에 같은 대답을 할 때다. 동시에 나오는 같은 답에 깔깔대며 텔레파시를 확인한다. 쌍둥이다보니 무엇이든 같은 걸 쓴다. 밥을 먹을 때 숟가락, 젓가락 모양도 같아야 한다. 반찬이 나올 때는 모양도 크기도 개수도 같아야 다투지 않는다. 책가방도, 가방 속의 필통, 지우개, 장난감도, 이불, 베개 등등 모든 게 똑같다.
쌍둥이가 요즘 참 많아졌기는 하지만 아직은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한지 어딜 가도 개개인이 아닌 쌍둥이 그 자체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싫지는 않다. 운동에너지가 넘쳐 축구, 태권도를 잘하는 원준이, 친구가 싸울 때 타협점을 찾아 중재 역할을 잘하는 명준이, 나이가 들어도 든든한 친구처럼 남고 싶다.
정원준·정명준 형제(당산동)
“취향이나 스타일 완전 달라요”
창의적이고 자연과 동물을 좋아하는 진성이와 운동을 좋아하는 진명이는 쌍둥이 형제다. 등산을 가더라도 진성이는 꽃을 보고 벌레도 잡고 목적지가 한참 남아도 자연을 즐기며 오른다. 반면 진명이는 곧바로 직진이다. 주변 환경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꼭대기에 먼저 오른다.
늘 옆에 붙어 다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각자 개성에 따라 방과후 수업을 따로 듣게 된 진성이와 진명이, 각자 다른 시간에 집에 도착하면 그리웠다는 듯 “뭐 했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영락없는 쌍둥이 형제다.
장난감도 각자 다른 취향을 좋아한다. 진성이는 블록을 잘 만든다. 자기 생각대로 블록을 이리저리 만들었는데 진명이 눈에 그게 근사해 보이면 진성이가 만들려고 하는 부품을 슬쩍 가져가버린다. 그러다보면 부품이 모자라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새 함께 더 멋진 블록을 만드는 것으로 타협을 보기도 한다.
아직은 “쌍둥이라서 같은 옷 입었냐”는 말을 듣기 싫어 원래 취향이나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옷을 잘 사지 않는다. 그러다 간혹 같은 걸 사기라도 하면 웬만해선 같은 날 입지 않는다.
진성이는 엄마한테 사랑을 혼자 받았으면 좋겠고 진명이는 장난감을 같이 사용해야하는 것이 싫다. 닮지 않았는데 쌍둥이라는 소리는 듣기 싫다. 특히 누가 형이냐는 질문은 더 싫다. 진성이가 1분 먼저 태어났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물어볼 때는 짜증이 난다.
진성이는 그림 그리는 것과 만들기를 잘 한다. 학기 초에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의외로 진명이가 상을 받았다. 자신감이 생긴 진명이는 요즘 거침없이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독서그림그리기대회에서 진성이가 상을 받으면서 전세는 역전되기도 했다.
최진성·최진명 형제(양평동)
“2분 차이 형이라 불러도 싫지 않아요”
위로 형이 둘이나 있는 데다 아들 쌍둥이로 태어난 선민성·선민수 형제, 아들만 넷인 가정의 막내들이다. 뱃속에서부터 늘 함께 해서 그런지 다른 형들보다 더 애틋하고 먹을 게 있어도 쌍둥이 끼리 서로 챙겨준다. 학교에서도 같은 반이니 상대방이 준비물을 안 가져가 선생님께 야단맞을 때 괜스레 슬프고 눈물이 난다. 그만큼 애틋하단다.
민성이는 살갑고 밝고 애교도 많다. 민수는 고집이 있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2분밖에 차이나지 않는 민성이에게 꼬박꼬박 형이라 부르면서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 2분차이로 형, 동생이 됐지만 서로의 존재만으로 든든하고 민수는 오히려 형에게 의지하며 지내는 것이 좋단다. 특히 학원갈 때, 엄마가 집에 없을 때 민성이랑 있으면 의지가 된다.
민성이는 그림 그리는 것, 운동하는 것 등 예체능에 능하고 사회성이 좋다. 반면 민수는 차분하게 공부를 잘 한다. 잘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쌍둥이 간에 경쟁이 될 만한데 형은 미술을 잘하고 동생은 수학을 잘할 때 서로가 부럽단다. 게다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챙길 줄 아는 의리파 쌍둥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민성이, 민수는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볼 때 제일 섭섭하다. 특히 민성이에게 ‘네가 동생이냐?’ 물으면 짜증이 난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이 갑자기 말할 때 서로 영락없는 쌍둥이라고 생각한다. 학급에서도 회장 선거를 나가면 서로 밀어준다. 친구도 2배로 많다 보니 1학기 때는 민성이가 회장, 2학기 때는 민수가 반 회장이 돼 서로 도와준다.
화가가 꿈인 민성이와 BJ가 꿈인 민수, 서로 의지하며 못 하는 부분을 격려해줄 때 쌍둥이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선민성·선민수 형제(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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