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입은 정시가 아닌 수시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78.4%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율이 7대 3으로 잡혀가고 있어 ‘수시’ 전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고2 때 바꾼 진로
한가람고등학교(교장 백성호) 3학년 김민후 학생은 경희대 한의예과에 학생부종합전형 네오르네상스와 논술전형 등 2가지 전형에 동시 합격했다. 고1 때까지 화학공학자가 꿈이었던 민후군은 고2 때 책을 통해 알게 된 한의사에 관심을 갖고 그때부터 준비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 동시에 합격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했어요. 자연계열 중 화학에 흥미가 있어 화공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 한의사가 쓴 『음양이 뭐지』 라는 책을 읽으면서 한의사와 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3까지 교내 활동 적극 참여
목표가 정해지자 수시 원서를 넣기 전까지 그 전보다 더 열심히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참여했다. 고3 1학기에는 자율탐구동아리에서 ‘타임라인’을 주제로 소논문을 썼다.
“사람들이 상황이나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끼고 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잖아요. 주변 어르신과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나이대별 설문조사를 통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해 연구를 했고 1등상을 받게 됐습니다.”
소논문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민후군은 혼자서 한의학과 소논문을 결부시켜 ‘기’에 대해 더 공부했고 자기소개서 2번에 담아낼 수 있었다.
수학과 LAB프로그램에서 동양수학에 대한 연구를 했다. 동양 최고의 수학책 구장산술(九章算術)의 내용을 참고하고 동양철학의 특성을 고려해 동양수학의 특성에 대한 논문을 완성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다르고, 한의학과 양방의학이 다르듯이 동양수학과 서양수학 또한 다른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동양수학 자체의 특성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동양수학을 비롯한 동양철학, 동양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공부할 필요성을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결심하는데 일조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민후군은 고1 때까지 내신이 만족할 만큼 높았다. 특히 수학, 과학 교과는 전교 1등을 할 만큼 자신 있었다. 책을 읽고 진로를 찾는 고2 때는 내신에 투자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급기야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하지만 부족한 내신을 극복하게 해준 것이 있으니 바로 교내 경시대회다.
“내신으로 학업역량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소논문대회 1등, 화학경시대회 1등, 수리논술대회 2등, 수학발표대회 2등의 수상경력이 부족한 내신을 넘어 학업역량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 합격 이끌어내
비록 내신에는 악영향을 미쳤지만 민후군은 ‘진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시간이 종합전형에 합격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2학년 때 학업스트레스를 주제로 울리히 벡 교수가 1986년 독일에서 출간한 『위험사회』 이론과 접목시켜 소논문을 작성했습니다.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학업스트레스를 조사했는데 공부에 관심을 쏟고 학업에 열중하는 이유가 결국 불확실성의 불안을 극복하려는 방안의 일환이라는 거죠. 그러니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후군이 이 논문을 생각하게 된 계기 또한 자신이 학업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학업스트레스를 줄일까 고민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진로를 정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결국 학업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민후군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책에서 관심 분야부터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여러 분야의 책 중에서 한의학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거의 1년 동안 30권이 넘는 한의학 책을 섭렵할 만큼 파고들었다.
“한의학이라고 하면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교내에서 다양한 소논문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동양수학의 논리성을 찾았고 이해하게 되면서 한의학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한의사’라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민후군은 불안감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고 고3 1학기에는 다시 원래의 성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자소서,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
한의학과 관련된 독서는 고3 7월이 돼서야 마무리가 됐다. 이후 자소서를 쓰기 위해 활동 자료를 정리하고 어떤 스토리로 자소서를 채울까 고민했다.
“자소서를 처음 시작한 3주 동안 단 한 줄도 쓰지 못했어요. 각 항목에 뭘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활동 내역을 어디에 비치해야 할지 고민하고 질문을 빼고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돼야 하잖아요. 그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고등학교 3년 학교생활이 정리가 됐다는 민후군은 ‘공부를 좀 더 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부모나 친구들의 조언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고민을 많이 해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소서, 내신, 대입 보다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정리가 돼야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공부에도 매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고칠 수 있는 한의사가 되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민후군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작은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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