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가격 폭등을 둘러싼 웃지 못 할 에피소드

이선이 리포터 2017-01-20

라면, 계란, 자장면 등은 실업자에게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생필품이라고 해서 이런 품목들의 물가를 일명 ‘백수물가’라고도 한다. 특히 계란은 철분과 칼슘, 비타민A·B 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라 서민들의 단골 밥상 메뉴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필요한 식품인 계란의 가격이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그나마 원하는 브랜드나 수량을 구입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제 곧 설 명절이라 계란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해 미국산 계란이 항공 화물기 편으로 수입돼 20일부터 시중에 풀릴 예정이지만 계란 파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계란 파동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가격 올랐는데 1인당 판매 수량 제한까지
계란 가격이 폭등하자 대형마트 중에서도 저렴한 곳을 찾아 계란을 구입하려는 주부들이 늘었다. 서초동의 K씨는 평소 양재동에 있는 코스트코, 하나로, 이마트 등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데 계란은 품질 대비 가격이 싼 코스트코를 주로 이용했었다. 코스트코는 계란 가격 폭등이 있기 전에는 무항생제 계란 2판(1판 30개 기준)을 묶어 7,000대의 가격으로 판매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 계란 파동 이후 한동안 30개짜리 포장단위는 아예 없고 15개들이 한 상자에 3,600~3,800원에 판매됐다. 그나마도 코스트코 계란 코너에는 ‘전국적인 물량 부족으로 계란 종류에 상관없이 회원 1인당 1제품만 판매한다’는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시 상황 식량 배급도 아닌데, 설마하고 2상자씩 집어든 사람들은 계산대에서 여지없이 1상자를 반납해야만 했다. 집에서 가까운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PB 인기상품’이라고 판매하는 비슷한 품질의 무항생제 계란이 10개 들이 한 상자에 4,500~5,000원으로 코스트코에 비하면 훨씬 비쌌다.
K씨는 한참 자라는 남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계란 소비량이 많아 한 번에 2판씩 사도 오래 가지 않았는데 15개씩만 판매하니 계란 때문에 코스트코를 자주 갈 수도 없고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지난 1월 16일에 다시 코스트코 계란 코너에 들른 K씨는 가격은 여전히 예전의 2배 수준인 1판에 7,490원이었고 수량도 제한했지만 1판(30개) 단위로 팔고 있는 것만으로도 반갑기만 했다.

살까 말까? 비싸진 유기농 계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익숙한 상표의 유기농 유정란이 진열대에서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평소 계란만큼은 꼼꼼하게 제일 좋은 유기농 유정란을 선택하는 작은 사치를 누려왔던 주부 A씨.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나마 진열되어 있는 일반 달걀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거라도 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다보니 일단 계란을 이용한 요리는 뜸해졌다. 하지만 최근 계란 진열대가 예전 수준은 아니지만 채워지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평소 즐기던 익숙한 계란 브랜드의 유기농 유정란이 다시 등장했다. A씨는 반가운 마음에 유기농 계란을 덥석 집어 들었지만 눈앞에 붙여진 7,000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표에 눈을 의심했다. 유기농 계란 가격의 체감 상승률이 2배 이상이 넘는 듯 느껴져 작은 사치마저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마음에 그날 장바구니를 든 그녀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명절 코앞인데 계란은 금값, 반찬가게도 가격 인상
명절이면 시부모님을 비롯해 작은집 식구들까지 다 와서 차례를 지내는 반포의 Y씨는 이번 설날 음식 장만이 계란 가격 인상으로 꽤나 부담스럽다. Y씨는 평소 요리를 즐기는 편이고 사먹는 것 보다는 집에서 하는 음식이 재료도 좋고 맛도 좋아 힘들어도 해마다 명절 음식을 직접 준비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계란은 다른 식재료에 비하면 부담 없는 가격이었는데 갑작스런 가격 폭등으로 가격이 2~3배가 되다 보니 장보기 전에 미리 구매량을 가늠해봤다. 차례 상에 올릴 녹두전과 각종 전, 만두 소, 떡국에 올릴 지단 등 기본적인 쓰임만 해도 많은데 돌아가는 손님들에게 만든 음식을 조금씩 싸주던 습관까지 있어 그 양이 만만치 않다. Y씨는 수입 계란이 시중에 풀리면서 계란 가격이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조리된 음식을 조금씩 사서 명절음식을 준비하던 주부들에게도 계란 가격 폭등은 부담이다. 주변 반찬가게나 전집에서 판매하는 계란이 들어간 반찬과 각종 전의 가격이 계란 가격 인상으로 20~30%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려 받는 반찬 가게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계란 가격이 올랐다고 반찬 가격을 그만큼 올리면 소비자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음식점 울며 겨자 먹기 메뉴-계란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요즘 식당에 들어가서 계란 메뉴를 찾으면 주인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 메뉴를 주로 파는 한식당에서는 밑반찬과 함께 곁들여 나오던 계란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등의 반찬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얼마 전 강남의 한 단골 술집을 찾은 J씨는 이것저것 안주를 시켜먹다가 평소처럼 서비스 안주로 계란찜을 주문했다. 평소 같으면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해주던 계란찜이었는데 갑자기 “미안하지만 계란이 딸려서 못해드립니다”라는 주인의 말에 당황했다. AI 확산에 따라 양계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야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계란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수급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집에 와서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말하고 계란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듣고 나서야 본인이 밉상 손님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K씨는 메뉴 중에 계란프라이와 계란을 넣은 라면을 팔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전 가격을 그대로 받고 있어 사실 팔아도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처음엔 일시적인 가격 폭등으로 생각해 메뉴 가격을 올리자니 너무 야박한 것 같아 그대로 받았는데 계속 계란 구입가격이 비싸져 고민하고 있다. 하루빨리 가격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복고풍 수입 흰 계란, 어릴 적 추억 떠올라
계란 가격이 치솟자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에서 수입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 수입된 계란 샘플이 모두 흰 계란. 우리나라에서 파는 계란에도 간혹 흰 계란이 있었지만 대부분 갈색 계란이다 보니 흰 것이 다소 생소하다. 계란의 색깔은 닭의 깃털 색깔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즉 흰 깃털의 닭은 흰 계란을 낳고, 갈색 깃털의 닭은 갈색 계란을 낳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흰 계란이 더 많았으니 40대 이상의 연령층이라면 흰 계란이 마냥 낯선 것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갈색 계란에 익숙해졌지만 어릴 적 손수레나 트럭에 계란을 싣고 다니며 팔던 계란 장수의 계란은 대부분 흰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50대 주부인 대치동의 P씨는 수입된 흰 계란을 보니 어릴 때 “계란~사세요. 계란~”을 외치며 집 앞 골목을 지다던 계란 장수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어릴 때는 계란이 지금처럼 늘 밥상에 오를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고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또, 학창시절에는 도시락에 넣어 준 계란프라이나 계란말이 반찬이 있으면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다고 한다. 가격이 올라 계란이 귀해지니 1970~80년대 계란에 얽힌 추억들 떠올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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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리포터 외 1명 박혜영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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