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입은 정시보다 수시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78.4%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율이 7대 3으로 잡혀가고 있어 ‘수시’ 전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12.4대 1의 경쟁률 뚫고 합격한 비결은
등촌고등학교(교장 김응길) 3학년 김은호 학생은 연세대 기계공학부에 학교활동우수자전형으로 12.4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은호군은 중학교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적정기술’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어필했다.
“중학교 때 배움을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싶다던 제게 기술선생님이 적정기술을 처음 소개해주셨습니다. 적정기술은 거대기술이 메우지 못한 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거대기술의 발전 뒤에 가려진 소외된 사람들과 부산물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며 환경문제 같은 거대기술의 그림자를 줄이는데 일조하는 적정기술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올해 면접질문은 2008년도와 2013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한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제시문이었다. 면접질문 2번째는 그래프의 결과를 보고 행복지수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논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은호군은 자신의 관심분야인 ‘적정기술’을 적용했다.
“2008년과 2013년 각 년도에 국민들의 행복인식도에 영향을 끼쳤을 만한 정치·사회·경제적 이슈를 명확히 떠올리기 어려웠지만 적정기술로 연결해 경제적 측면과 관련해 논했습니다.”
은호군은 행복지수의 평균을 높이는 방안이 서민층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바로 적정기술을 사용해 그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또한 면접을 마치기 전 마지막 으로 한 말씀 더 드리고 싶다고 청하고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읽으면서 에너지고갈문제를 인식했다”며 “에너지고갈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소외계층이 타격을 받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의 적정기술을 연구해 인류행복에 기여하고 싶다”고 방점을 찍었다.
에너지 변환 장치 관심, 적정기술로 이어져
은호군은 어렸을 때부터 에너지를 원하는 방식으로 변환시켜주는 장치에 매력을 느꼈다. 고교1학년 때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받음각을 이용해 빗물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비블레이드’>를 구상해 교내 발명품 경진대회에 출전했다. 아이디어의 독창성은 인정받았지만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후 아이디어 차원의 구상과 현실의 차이를 고민하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는 mc^2>, 임종규의 <항공기 동력장치> 등의 책을 읽으며 관련정보를 얻었고 이와 관련한 보고서도 작성했다.
“<항공기의 다양한 장치와 작동원리 탐구(항공기의 주장치인 엔진과 날개 위주)>를 주제로 가스터빈엔진과 왕복엔진의 압축기를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엔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조사를 하면서 베르누이정리를 익히고 가스터빈의 로터와 스테이터를 중심으로 모형을 만들어 원리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학년 때는 <엔트로피>를 읽고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태양만 있어도 가동 가능한 외연기간인 스털링엔진을 주제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변환 장치와 적정기술의 접점을 찾았고 이에 에너지 분야의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요일별로 만든 학습동아리, 열정 돋보여
과학실험동아리 ‘피보나치’와 요일별로 한 과목씩 스터디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전공적합성과 잠재력을 어필했다. 부장을 맡았던 정규동아리 ‘피보나치’에서는 부원들과 토의를 거쳐 각 조마다 원하는 실험 주제로 실험했다. 또한 이곳에서 과학실험 재능기부, 축제 부스 운영 등의 활동을 하면서 과학지식뿐만 아니라 과학을 통해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을 익혔다.
요일별로 진행했던 수학동아리 ‘MIT’, 영어동아리 ‘LENR’, 물리동아리 ‘헤르메스’, 프로그래밍 관련동아리 ‘ARS’에 이어 3학년 때는 면접을 같이 준비하는 면접 동아리 ‘면신(면접의 신)’을 만들어 대입을 준비했다.
“자율동아리에서 각 과목별로 리더를 정해 일주일에 한 번씩 스터디를 했습니다. 특히 영어동아리에서는 독해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영자신문을 활용해 짝을 지어 함께 해석하는 시간도 만들었습니다. 서로 봐주고 도와가며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학습의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학습동아리 활동을 통해 저의 학습의지와 열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시는 전략, 자신만의 강점 찾기
수시 5개 카드를 연세대 기계공학부 외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고려대 기계공학부, 한양대 기계공학부, 중앙대 기계공학부에 응시했다. 3년 내내 학생부에는 적정기술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을 담았고 보고서도 작성했다. 봉사활동 또한 적정기술과 연관된 결론으로 이어졌다.
“봉사활동으로 복지관 경로식당에서 배식 도우미와 독거노인 도시락배달 활동을 했습니다. 도시락을 들고 찾아간 어르신의 집에서 열악한 환경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도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제한돼 있다는 것을 실감했죠. 화려한 거대기술 뒤에 소외된 사람들까지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3년 내내 자신의 강점을 찾아 전략적으로 자율활동과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강조하고 최종적으로 자소서에 녹아냈다는 은호군,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집중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당부한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