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공예는 조금 생소한 취미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는 순간 ‘아~’하면서 감탄사를 토하게 된다. 우리와 꼭 닮은 사람의 모습을 한 인형들의 모습이 정감어리다. 표정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눈빛도 웃음이 한 가득이다. 양천구 신정 1동 주민센터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 닥종이 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닥종이 공예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정서적인 안정감과 치매 예방에도 좋아
닥종이 공예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에서는 “아하하하”, “호호호” 하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닥종이 공예의 주된 재료는 한지이다. 그 얇은 한지를 조금씩 잘라 풀을 발라 붙여주면서 사람 얼굴의 형체를 잡아가는 식이다. 그러다가 조각칼 등으로 눈도 만들고 입도 만드는 식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성도 많이 들어가는 고급 작업이다.
초급반에는 남자 인형을 만들어 보면서 가장 기본적인 닥종이 공예의 기술을 익힌다. 먼저 머리의 형체와 몸통을 만들고 난 후 팔과 다리, 손과 발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머리를 만들면서 눈도 키우고 코를 높이면서 내가 인형의 표정을 만들어 가는 작업은 은근히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손으로 연신 한지를 붙여가면서도 입으로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이어가느라 즐거움이 넘쳐 난다. 회원들 모두 평소 닥종이 공예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고 배울 곳을 찾고 있던 참에 우리 동네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겨 한걸음에 달려왔다. 사람들과 둘러 앉아 손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입으로는 일주일 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좋아한다.
내 손끝에서 탄생하는 닥종이 인형의 매력
회원들을 지도하는 있는 박창우 공예가는 양천구 공무원으로 근무했었다. 공무원 근무시절 우연히 알게 된 닥종이 공예와의 인연이 어느새 15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본 닥종이 공예가 너무 좋아보여서 인사동에서 재료를 직접 사다가 독학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닥종이 공예를 배우면서 2006년 대한민국 한지대전에서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수상들이 이어졌다.
전국적인 전시와 일본 등 해외전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바로 지난해 겨울에는 국회에서 성황리에 전시를 마쳤다. 박창우 공예가의 전문적인 노하우와 회원들의 노력이 더해져 닥종이 공예 모임은 늘 질문도 넘치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김수연 회원은 “서예를 좀 더 일찍 배웠는데 닥종이 공예도 한지를 사용하니 친근감이 더 생겨요. 닥종이 공예를 배우면서 사람 얼굴의 표정과 자세에 많은 관심이 생겼어요. 평소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고 표정을 어떻게 만드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세히 관찰해요”라며 재료인 한지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한 겹 한 겹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닥종이 공예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거스르는 작업이다. 한지를 한 겹 한 겹 찢어 붙이고 다시 말리는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게도 된다. 회원들은 모두 실력이 더 생기게 되면 우리나라 고유 의상인 한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인형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한영숙 회원은 “지인들에게 닥종이 공예를 배운다고 했더니 모두 부러워
했어요. 나중에 잘 만들게 되면 정감어린 시골풍경과 그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라면서 계획을 이야기한다.
느리게 가는 닥종이 공예를 통해 빠르게 휘몰아치는 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정서적으로 여유도 만들고 내 정성과 손길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 보는 값진 경험도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10시에서 12시 양천구 신정 1동 주민센터 3층에서 강습이 이뤄지고 있다. 신정 1동 주민센터 2층에서는 박창우 닥종이 공예가의 작품 전시가 이뤄지고 있어 아이들과 손잡고 둘러보는 재미를 준다.
*미니 인터뷰*
박창우 강사
“열심히 노력하는 회원들을 보고 있으니 처음 배울 때 생각이 납니다. 정말 열성적으로 꼼꼼하게 작업을 하고 있어 강의하는 맛이 납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닥종이 공예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한영숙 회원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정말 좋아요, 마음의 수양도 되고 잡스러운 생각이 안 들어서 좋아요. 지인들이 많이 알게 돼서 같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김혜경 회원
“닥종이 인형을 처음 보고 관심이 많았어요. 작업을 하고 있으면 인내심이 키워지는 것 같아요. 회원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기분도 좋아요, 한복 입은 아이들이 여러 명 함께 있는 모습들 만들고 싶어요.”
김수영 회원
“한지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인형을 만들다보니 표정을 다양하게 연구하게 됩니다. 웃고 울고 감정변화가 많은 어린아이의 표정을 연구해 많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꼼꼼하게 작업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어요.”
박성용 회원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 좋아요. 은퇴 이후 우울증도 없어지고 손놀림도 많아 치매 예방에도 좋아요. 잘 배워서 우리 예쁜 손녀 얼굴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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