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입은 정시보다 수시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은 78.4%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율이 7대 3으로 잡혀가고 있어 수시전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인간을 위한 연구’ 위해 신소재공학부 선택
고려대 신소재공학부에 융합인재전형으로 합격한 황우준 학생(관악고 졸)은 마이크로 및 나노 자기 소자를 활용해 ‘인간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만의 자기주도적 탐구과정을 학생부에 어필했다. 특히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라는 책에서 생긴 궁금증은 지적탐구능력을 강조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에서 전자에서부터 색깔이라는 미시적 성질이 거시적 성질에 미치는 영향이, 보이지 조차 않았던 것이 가시적인 형태에 반영되는 모습이 흥미로웠으며 환상적이었습니다. 신소재공학이 나노 단위의 나노 재료에서부터 마하 단위의 속력을 내고 광년의 단위를 사용하는 우주왕복선의 철강 재료까지 다룬다는 점이 제가 아주 흥미를 느꼈던 부분이었습니다.”
지적 호기심에 이끌린 우준군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관심 분야가 확장됐다. 전자를 비롯한 미립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이라는 책을 읽었고, 이 책에서 입자물리학에 관심이 생겨 물리를 심도 있게 공부하고자 3학년 때 물리II를 선택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진로 활동은 신소재공학 분야에 진학하려는 우준군의 의지와 ‘인간을 위한 연구’라는 꿈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에서는 인류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에너지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전기연구원 탐방에서는 신소재공학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신소재공학의 세부 분야를 관심 있게 탐색했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전파 노이즈를 측정할 때 실내의 벽에 반사돼 실험에 오류를 끼치는 전파를 흡수하기 위해 사용되는 ‘페라이트’는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한 복합 세라믹스이며, 자성 박막층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페라이트’에 관심을 갖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다 세라믹스와 박막에 대해 알게 됐으며 신소재공학부의 다양한 학과목을 탐색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리더의 역할 어필한 동아리 활동
과학에 대해 흥미가 없거나 싫어하는 친구들에게 과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과학신문반’ 동아리에 가입했다. 이 동아리는 크게 3개의 부서로 나눠 1년에 2번 IT를 주제로 신문이 발간된다. 동아리의 부서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기획부와 편집부는 인기가 많았던 반면 마케팅부는 홍보와 신문 배부를 하며 직접 발로 뛰어야 했기 때문에 다들 꺼리는 부서였다. 하지만 우준군은 이 프로젝트에 상당 부분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동아리의 행동대장인 마케팅부 부장을 자처했다.
하지만 마케팅부는 원하는 부서에 배정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정해진 부원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부장에게 기대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원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부원들이 늘었고 이는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준군은 부서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부서의 진행 상황을 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자는 제안을 했다. “다른 부서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는 저희 부서의 만화 제작에 도움을 주었고 저는 편집부에서 효과적인 기사 배치를 함께 고민하며 문법적 오류 점검을 도와주었습니다. 그 결과 일 처리가 더 유연하게 진행되면서 한 층 더 발전된 신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에게 전통놀이 소개 봉사, 지식의 소통 중요성 깨달아
봉사활동으로 무지개다리 페스티벌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활동에 참여했다. “제기차기를 즐거워하는 외국인을 보며 덩달아 행복했어요.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으나 몸짓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때 외국어 실력의 한계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영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와 공부만으로 끝나는 무의미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지식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식의 소통을 실천하기 위해 3학년 때 만든 ‘물리학습동아리 PIC’에서는 풀이법을 같이 공유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원리를 찾기도 했다. 또한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했고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 지식 나눔의 기쁨도 느꼈다. 파트너와 함께 질문을 통해 공부하는 하브루타 수업에서는 문학작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최대한 뚜렷하게 발표했고 2학년 때 문학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지식의 소통과 공유를 위해 노력한 결과 교내 모범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우준군의 합격비결은 탄탄한 수학 실력과 내신에서 출발한다. 하루 10시간을 투자해 실력 정석을 베껴 쓸 만큼 풀이과정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일상의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마인드로 도전한 영재학급 과제연구에서 ‘선풍기 날개의 특징과 바람과의 관계 분석’이라는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해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제한된 여건에서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동일한 실험을 여러 번 반복했기 때문에 방과 후까지 시간을 쪼개 진행하는 등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정확한 데이터 값을 얻을 수 있었고 이 연구로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논문대상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종을 준비하고 신소재공학에 관련한 교과, 비교과 활동으로 학생부를 채웠다. 단지 상을 받고 학생부에 한 줄 남기고자 함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보여주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 이과생이지만 체육부장을 맡고 내신에 불리하더라도 음악과 미술 수업 시간에 자신 있게 준비했던 모든 것이 우준군이 학종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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