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교사(前 서울고등학교·국어과)

"강남 학생에게 지위보다 역할, 경쟁보다 공존의 DNA 심어주고파”

피옥희 리포터 2018-05-10 (수정 2018-05-10 오후 6:55:10)

스승의 날 기획 교사 인터뷰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두 교사를 만났다평생 몸담았던 교단을 떠났지만여전히 교육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김철수 교사(전 서울고 교사현 서초구청 교육정책자문관·시엔에듀 대표 및 컨설턴트), 이금수 교사(전 중앙사대부고 교사현 대진대학교 입학사정관실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철수 교사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8년 상도여중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해, 2017831일 서울고를 끝으로 40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비록 교단은 떠났지만 여전히 교육 일선에서 강남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40년간의 교직생활천천히 바르게
성공하지 마라다만 실패하지 마라 

김철수 교사는 천천히 바르게!’라는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왔다보성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지금은 돌아가신 고담임의 성공하지 마라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다만 실패하지 마라실패하지 않으면 다 성공한 거다라는 말을 제자들에게도 강조해왔다

저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부족한 역량을 가지고 부족하지 않은 듯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그만큼 무리가 가기 때문이죠그저 천천히 바르게’ 사는데 교사만한 직업이 없을 것입니다. 40년 교직 첫날부터 저는 학생들 앞에 서는 선생님이었고퇴직하는 순간까지 기말고사 문제를 내는 선생님이었죠.” 

학생들이 성공한 삶만 강요받다 보니정작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교육자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을 터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40년 중 35년간 담임교사로 재직하며 학생과 소통
여전히 학생 옆이 따뜻학생들의 골목대장 시절 그리워 

김철수 교사는 교직에 몸담으면서 2~3백 권에 달하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했다초기에는 주로 자습서 및 사설 모의고사 문제출제를 했고지금은 <급수를 활용한 초등한자(교학사)> 저자이기도 하다. 40년 집필사를 보면 처음 10년간 문학다음 10년간 논리적인 글그 후 10년간 문법마지막 10년간 화법과 작문을 주로 집필하고 가르쳐왔다

돌아보면 정말 원 없이 쓰고원 없이 가르쳤는데요. ‘동행 공감’, 저는 여전히 학생 옆이 따뜻하고 학생들의 골목대장 시절이 그립습니다. 35년간 담임을 맡았고 그중 여학생 반 담임은 중경고에서 한 번양재고에서 한 번 했습니다대부분 서울고처럼 남학교에 있거나 남녀공학이더라도 주로 남학생 담임을 맡았는데남학생들에게는 다소 엄한 편이었어요.”

골목대장’, ‘엄한 편이라는 그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생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강약조절을 통해 균형을 맞춰왔다는 얘기다


교사가 잘못 가르치는 게 문제지
공차고 게임한다고 잘못되지 않아 

김철수 교사의 교육마인드는 투박한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교사로서 다양한 갈림길을 알려주고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툭 건드려주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체육시간 후 늦게 들어와 혼나는 것을 보곤 했는데이런 학생들치고 좋은 대학 못 간 학생이 없더군요아니면 나중에 주례를 서달라거나개업했다고 불러놓고 과거 혼났던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요하여튼 재미있게들 살고 있습니다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는 생의 에너지가 막히지 않게 관리하는 곳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잘못 가르치는 것이 문제지게임을 하고 공차고 그래서 잘못되지는 않아요학생들은 놀랍게도 스스로 잘 크니까요.”

김철수 교사는 이 연장선에서 진학지도’ 얘기도 언급했다실로 공감 가는 한 마디다

어설픈 전문가들은 이 성적으로는 대학에 못 간다고 쉽게 말해버리는데요학생과 학부모들은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상처받고 되돌아가기 일쑤죠그러면 소통이 막히는데 어떻게 지도가 되겠습니까이 성적을 가지고도 어떻게 가능한지어떻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누어야 그에 따라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아빠·엄마의 스승이자 아들·딸의 스승
어른 눈에만 불안할 뿐 강남학생 잘해내는 세대 

84년에 서울고에 부임했던 김철수 교사는 아빠의 스승이었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정년퇴직 전 몸담았던 서울고에서 또 다시 그 아들들을 가르쳤다지금 상현중학교로 이름을 바꾼 상도여중 졸업생들이 주로 서문여고나 세화여고로 진학했고가정을 이뤄 대게 반포동이나 방배동에 살다 보니 엄마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아들의 선생인데솔직히 아빠 세대보다 아들 세대가 더 좋았습니다아빠 세대들은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그만큼 강박관념이 커서 서로 마음을 잘 열지 못했어요경쟁에서 이기면 지배하고지면 굴종해야 하는 수직적 문화를 상처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세대였기 때문이죠아들 세대는 일단 잘 놀 줄 압니다하고 싶은 걸 하고못하는 걸 억지로 하기보다는 잘 하는 걸 즐기면서 하는 세대입니다좋아서 하고(자기 주도성), 재밌어 하고(흥미성),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고(몰입성), 할수록 요령이 생기고(창의성그러니 더 잘할 수밖에요때 뭍은 어른들 눈으로는 좀 불안하겠지만이런 학생들이 강남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사는 불안감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자신(혹은 지인)의 성공 모델로 자녀들을 억압하진 않는지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강남지역 교사들에게 전하는 쓴 소리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학생을 보라 

교사의 자리는 소설에서 말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철수 교사교육과 진학지도를 아우르는 교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뼈있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섣불리 가르치려 들지 말고전지적 시점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학생부에는 교사가 어떻게 가르쳤는지 소개하고그랬더니 학생이 어떻게 역할을 수행하더라는 내용을 기록해야 합니다주요 과목이라거나 뭐가 중요하다는 섣부른 기준으로 학생을 판정하지 말기 바랍니다타성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준비 안 된 수업을 하거나 잘못 가르치느니 차라리 자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김철수 교사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저절로 사회적 성취를 중요시하게 마련이지만교육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수요에 따라 교사가 공학적인 면에서 전문가이기도 해야 하지만엄밀히 말해 제 고객은 학부모가 아니라 학생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끌어주어야 합니다지위보다 역할경쟁보다는 공존의 DNA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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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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