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유럽여행

찍고 또 찍고… 두바이에서 스페인까지

김선미 리포터 2019-06-07

봄의 끝자락에서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5월이 여행하기에 최적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보내준 일정표를 검토하면서 다소 걱정이 앞섰다. 11박 12일에 무려 5개국을 섭렵한다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을 과연 무사히 소화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그 걱정도 잠시 접어둔 채 아부다비로 향하는 밤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밤새 날아서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강 얼굴을 정돈하고 아부다비의 거대한 랜드 마크인 ‘그랜드 모스크’로 향했다. 82개의 돔과 1천 개의 기둥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순백의 건축물이다. 4만 명의 이슬람 신도들이 동시에 기도를 드릴 수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샹들리에가 관광객들을 매혹시킨다.
이어 버스를 타고 중동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두바이’로 이동해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건축물로 꼭대기의 첨탑을 포함한 높이가 자그마치 829m나 된다고 한다. 다시 아부다비로 돌아와 호텔에서 두 번째 밤을 맞았다. 다음날 일찍 공항으로 나가 밀라노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유럽으로 날아갔다.



그레이스 켈리의 아름다운 일화 ‘모나코’
먼저 향수마을로 유명한 프랑스 남쪽의 ‘에즈'를 찾았다.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그림이 되는 프랑스의 전형적인 마을이다. 높은 전망대에 올라 에즈 선인장마을과 푸른 바다가 자아내는 절경을 감상했다. 그 다음은 ‘모나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이, 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모나코는 바티칸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1956년 모나코의 왕 레티에 3세와 결혼하여 세기의 배우에서 일국의 여왕이 된 그레이스 켈리의 일화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그레이스 켈리는 그녀가 결혼식을 거행했던 그 성당에 그녀의 남편 레티에 3세와 나란히 누워있다. 그녀의 묘를 보면서 동화 같이 살다간 그녀의 삶과 우아한 자태를 잠시 떠올렸다.
다음으로 세계적인 휴양도시 ‘니스’를 찾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펼쳐진다. 중심도로인 3.5km 거리의 해안도로 ‘프롬나드 데장글레’를 따라 걷다 보니 거의 반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유난히 햇볕을 좋아하는 유럽인들과 유난히 햇볕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이 대조를 이룬다. 양산을 쓰고 있던 나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그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를 어떤 생각으로 보았을까?  



바르셀로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성가족성당’
‘칸(Cannes)’에 도착하니 칸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부스가 설치되고 취재진들의 차량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TV에서만 보던 칸영화제의 현장을 직접 보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떠나온 후 진행된 행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5일째, 고흐가 사랑한 프로방스 마을 ‘아를’을 거쳐 스페인으로 들어갔다. 스페인의 피렌체로 불리는 유적도시 ‘지로나’는 중세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고풍스러운 멋을 자랑한다. 지중해의 숨은 보석 ‘토사 데 마르’와 ‘몬세라트 수도원’을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6일째,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을 찾았다. 25년 전, 남편의 해외 근무로 벨기에에 살았을 때 지금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 엄마가 된 딸아이를 데리고 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때에 비해 가우디 성당은 제법 완성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이후 90년이 넘은 지금까지 공사는 진행되었고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어 구엘공원, 시체스, 오렌지의 도시 ‘발렌시아’를 차례로 관광했다. 오렌지가 매달린 오렌지나무가 지천에 널려 있어 신기하기만 했다.



이슬람 궁전의 최고 걸작!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7일째, 이슬람 문화의 향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그라나다’로 향했다. 이슬람 궁전의 최고 걸작이자 그라나다의 상징인 ‘알함브라 궁전’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연주곡이 유명해지면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규모는 물론 극도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화려한 장식과 건축양식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궁전 위쪽 언덕 기슭에 자리한 ‘헤네랄리페 정원’에 들렀다. 아랍 왕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식처로 사용했던 장소다. 어느덧 여행 8일째로 접어들었다. 호텔 조식 후 하얀 집들로 이뤄진 예쁜 마을 ‘미하스’로 향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마을들은 모두 하나같이 하얀 벽과 빨간 지붕을 하고 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투우의 발상지 ‘론다’ 마을에 이르니 마을 축제가 한창이다. 1785년에 지어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론다 투우장에서는 지금도 가끔 투우 경기가 열린다고 한다. ‘꽃보다 할배’로 잘 알려진 ‘세비야’로 이동했다.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인 아름답고 웅장한 ‘세비야 대성당’은 건축기간만 10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항해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묘도 그 안에 있다.



포르투갈의 ‘리스본’ 거쳐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스페인의 작은 도시들을 돌아본 후 지구의 반을 넘게 차지한 유라시아 대륙이 서쪽에서 끝나는 곳, 대륙의 땅끝 마을 포르투갈의 ‘카보다로카’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절벽과 드넓은  바다가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수도인 ‘리스본’으로 향했다. 스페인보다는 소박하고 정감이 넘쳐나는 도시다. 그런데 시내 곳곳에 공사하는 곳이 많아 우리가 타고 간 대형버스를 주차하기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벨렘 탑, 로시우 광장 등은 간단히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9일째, 스페인의 중세도시 ‘톨레도’로 이동하여 톨레도 대성당과 엘그레코의 걸작들이 전시돼 있는 ‘산토토메 교회’ 등을 관람했다. 그 다음날, 우리는 마드리드로 건너가 ‘프라도 미술관’과 마요르 광장, 세르반테스와 그의 동상이 세워져있는 ‘스페인 광장’을 관광했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땅거미가 밀려오는 저녁시간에 우리는 ‘솔 광장’으로 나갔다. 이곳을 중심으로 아홉 개 도로가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뻗어나가 마드리드의 ‘제로 포인트’라고도 불린다. 11박 12일을 동고동락한 31명의 일행들은 타파스를 안주 삼아 상그리아와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그동안의 소회를 나눴다. 5개국을 넘나든 숨 가쁜 일정이었지만 누구 하나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버스킹을 하는 거리의 악사가 우리를 위해 ‘베사메무쵸(Besame Mucho)’를 들려준다. 휘황찬란한 이국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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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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