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친구 관계가 어려워요

아이의 정서적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김인회 리포터 2019-09-04

중2병을 비롯하여 빠르면 초등 고학년부터 슬슬 시작되는 사춘기. 이 시기는 무엇보다 친구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감정기복이 심하고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아 교우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친구는 아이들의 여가 시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에 그치지 않고 학교 생활과 청소년의 삶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우울감에서부터 성적이 떨어지는 등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등 중학교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알아보았다.
도움말 풍납중학교 이현아 전문상담교사, 이기원뉴라이프상담센터 이기원 센터장

■친구에 죽고 친구에 사는 시기
청소년기는 또래와의 우정을 통하여 자신감과 가치감을 느끼는 시기이다. 자아의식도 민감해져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창피함을 느끼는 등 자존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특히 중학생은 학업부담이 고등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고 각종 체험활동 등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조언인 ‘너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아이를 멀리하고 혼자 지내 봐’ 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합리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생친사(親生親死)’. 풍납중학교 이현아 전문상담교사는 청소년기 교우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중학생들은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다고 할 정도로 친구 관계에 절실해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서의 만족도와 적응력이 떨어지고, 이러한 불안감은 학교생활 내내 지속되곤 하죠.” 또한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강화되어 예전에 비해 가시적인 폭력 사건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폭력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애매한 괴롭힘의 경우 점점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장난을 빙자한 괴롭힘이나 따돌림이라든지, 신체에 외상이 나타나지 않은 정도의 경미한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우개를 잘게 뜯어 뒷자리에서 계속 던지거나 스쳐 지나가며 실수인 척 어깨를 부딪치는 정도의 일이다. 이러한 행동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지 않고 당사자가 항의할 경우 ‘장난이었다’는 말로 무마되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피해를 당한 아이가 호소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소위 ‘만만한 아이’가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한번 고착이 되면 피해 학생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의 관심과 정서적 지지 필요
그렇다면 아이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으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개입하여 해결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칫 부모가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소위 ‘찐따’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등 아이가 더욱 위축되고 두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두려워 아이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기원뉴라이프상담센터 이기원 센터장은 “더욱 위험한 부모는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아도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축소·회피하거나 자신의 처지가 난처해질까봐 무시하는 경우입니다.”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모릅니다. 아이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 별 일 아니라든지, 무시하라든지 라는 말로 아이의 감정과 상황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더욱 좌절합니다.” 학교 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고 호소하는 아이에게 부모의 사고방식으로 ‘학교는 꼭 가야한다’며 억지로 아이를 적응시키려고만 한다며 아이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부모의 모습에서 ‘나는 바뀌어야만 하는 잘못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어 더욱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꼭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공감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기원 센터장은 말한다. “아이가 자신을 적응시키기 위해 너무나 괴로운 상황에서도 감정을 꾹꾹 눌러 참는 경우 어느 순간 내면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폭발하거나, 성인이 되고 난 후 그 트라우마로 인하여 폭식이나 공황장애 등 심리적인 이상 증세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1. 공감해주기
우선, 아이가 힘든 일이 있어 부모에게 호소할 때, ‘너 탓이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먼저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조건 없는 수용에서 비롯되는데, 부모와의 관계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부모와의 관계에서 억압적이거나 수직적 관계일 경우, 자신보다 힘이 강한 친구 앞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훈육은 하되, 아이가 온전한 인간으로 자신의 존재가 충분히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감정을 수용해주고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이때 주의할 것은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라는 것이지 잘못된 행동까지 묵인하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속상해서 친구에게 상처주고 싶은 마음은 공감해, 하지만 친구를 때리거나 위협하는 행동은 안 돼.” 이렇게 부모는 아이들의 감정을 공감해주되 행동의 경계를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2. 자기주장훈련
부모가 아이들의 문제에 개입하여 해결하기 쉽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내면의 힘을 스스로 키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주장훈련’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참는 아이들의 경우, 안으로 분노가 쌓여져 갑자기 폭발하는 분노조절장애 등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참았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리며 괴롭힘의 피해자였던 아이들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3.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 만들어주기
친구를 사귀거나 어울리는 것이 서툰 아이라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개인적인 시간을 함께 나눈 친구와 금방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하교 후나 주말·휴일 등 학교를 벗어난 시간에 함께 어울리는 경험을 해본다면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다든가, 놀이공원이나 영화관 등 친구와 자연스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판’을 자연스럽게 깔아주는 것이다. 여학생들의 경우 ‘단짝’이 무척 중요해서, 어울리는 친구들의 숫자가 많은 것보다는 마음에 맞는 단짝을 사귀는 것이 정서적으로 훨씬 만족스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여학생들은 짝수로 어울리는 것이 좋은데, 홀수인 그룹에서 짝이 되지 못한 한 명은 그룹 내에 속해 있어도 방황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학생의 경우는 여학생들처럼 그룹을 짓거나 단짝 친구를 사귀는 경향은 덜하다. 대신 힘의 논리가 작용하여 만만하거나 약해보이는 아이들이 괴롭힘의 주요 타겟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 역시 학기 초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가정에서는 특히 신학기에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를 세심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상담 선생님의 도움
남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말로 잘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 담임선생님도 초등학교와는 달리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내 아이의 상황을 자세히 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요즈음은 각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근무하고 있어 아이가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있을 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것을 자주 귀뜸해주는 것이 좋다. 아직은 어린 중학생의 경우 선생님과 같이 권위 있는 어른의 한 마디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 대해 아이가 적극적으로 알릴 때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교사가 개입하여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은 장난이라도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선생님을 통해 듣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경각심을 느끼며 주의하게 된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아이가 유난히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든지, 집에서 짜증을 많이 내는 등 평소와 다른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면 반드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부모들은 예전과는 다른 반응에 사춘기의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의욕이 없거나 침울해한다고 하여 모두 우울증이 아니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아이도 단순히 사춘기라서 그런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급성장기인데 그 중 뇌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남자의 경우 조현병이 발병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죠.”라고 이기원 센터장은 말한다. 정서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지금 힘들어하거나 부모가 아이를 감당하기 너무 버겁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지 않거나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상담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대화를 들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문가는 그 속에서 진주를 캐내듯 의미있는 단서를 찾아내 자신을 알아갈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줍니다.”

김인회 리포터 ine0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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