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금연, 영어공부, 운동과 더불어 책읽기(讀書)는 해마다 새해의 각오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다이어트나 금연은 보조제가 난무하고, 영어공부와 운동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문구가 ‘야 너두’라며, 범람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유독 독서만은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척척 해낼 수 있는 것처럼들 생각한다. 설마 그리 쉬운 일이었다면 새해의 각오 순위에 매번 상위권을 차지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독서 역시 대단한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는 방증이다.
국어강사 생활 14년을 돌아보면, 억지로 책 읽히기에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거듭 반복한 세월로 요약된다. 맛난 간식으로 꾀고, 학원비 할인으로도 유혹해 봐도 쉽지 않았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독서모임을 수년째 진행하면서도 늘 어려운 일이 바로 독서 권유이고, 초등학생인 두 아들에게 시키기 제일 어려운 일 역시 책 읽히기이다. 오죽하면 자조적 농담조로, 내가 책을 출간한다면, 그 책의 제목은 <왜 독서모임은 늘 망하는가>라고 말할까.
하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책 읽히기가 어려운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도 책읽기가 싫기 때문이다. 매년 적어도 6~70권의 책을 읽고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운영하지만, 나도 대부분의 책을 숨참고 억지로 읽는다. 물론 겉으로는 독서를 사랑하는 연기를 하지만,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독서처럼 즐거운 일이 없다'는 씨도 안 먹힐 발연기가 통하겠는가. 그렇다, 책은 억지로 읽는 것이다. 강유원은 <책과 세계>에서 ‘인간의 독서는 마치 사자가 풀을 뜯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절대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 이 세계에서 소수의 독서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음모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강유원 본인도 엄청난 독서인이다.
책은 억지로라도 읽어야하고, 읽혀야하는 것이다. 왜냐고? 독서의 효용이나 효능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고 확신도 없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 이제 독서를 통해 알아봐야겠다.
숨인국어학원
이전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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