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에세이] 최고의 신이 ‘내신’이라는데

4월 중간고사를 앞두고 마음 워밍업

오미정 리포터 2025-04-29

시험,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고교생들이 거쳐야 할 8번의 관문입니다. 신 중에 최고의 신이 ‘내신’이라고 하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 중에는 학생도, 교사도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문제 출제 기간 중에는 교무실 문 앞에 학생 등 관계자 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큼지막하게 붙여놓고 학교 마다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시험 출제 스트레스가 말도 못해요. 논란이 불거지면 항의가 빗발치며 재시험이라도 치르게 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교과목별로 교사들끼리 크로스 체크하며 문항별로 신중하게 검토해요.”라며 한 교사가 현장의 고충을 귀띔하더군요.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다 보니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심리적 압박감도 만만치 않죠. ‘수업시간 집중하고 교과서만 완벽하게 공부하면 충분하다?’ 이건 옛말일 뿐이죠.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요즘 고등부 시험범위는 교과서만이 아닙니다.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문제와 별도의 부교재, 프린트물까지 포함됩니다. 헉 소리날 만큼 시험범위가 만만치 않아요. 학생들은 체감하는 시험 공부 분량은 중학교 시절과 비교하며 대략 10배 정도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5등급제든 9등급제든 학교 시험은 등수를 매기는 상대평가입니다.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갈리는 건 흔하고 심할 경우 소수점 차이로 2등급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성적을 일렬로 세워야 하기 때문에 나름의 시험 출제 전략이 있습니다.

 ‘진짜 실력’을 변별하는 고난도 킬러 문제, ‘설마 여기에서 나오겠어!’라며 지나치기 쉬운 그래서 ‘빈틈없이 샅샅이’ 암기한 공부의 신 레벨의 학생만 맞출 수 있는 문항까지 적절하게 배치합니다. 내신의 킬러 문제는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 문제 중 어려운 문항을 변형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서술형 문제는 ‘다음 중 틀린 것을 모두 골라 바르게 고치시오’ 같은 유형이 까다롭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이 수능 보다 내신시험이 더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1등급은 이렇게 하더라

 1등급은 어떻게 공부할까요? 그동안 만났던 학생들의 공통적인 내신 공부법을 추려봤습니다.


망각의 역행자가 되려면?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배운 걸 잊습니다. 망각을 역행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려면 ‘빠른 복습’이 정답이에요. 내신 문제는 수업시간에 배운 데서 나와요. 핵심 내용은 당일 다시 한번 키워드 중심으로 훑어요. 수업 직후 쉬는 시간을 활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더군요. 그런 다음 주말에 다시 한번 개념을 총정리하며 중요한 내용을 암기합니다.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하면 본격적인 시험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어느 정도 개념 학습이 돼있기 때문에 공부 부담을 덜 수 있어요.” 학생들이 들려주는 ‘곧바로 복습법’입니다. 시험 직전까지 과목마다 5회독 이상을 하더군요.


시간 재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

 개념학습이 마무리됐으면 문제풀이에 들어가야 겠죠. ‘아는 문제인데 시간이 부족해서 못 풀었다’ 시험 끝난 학생들이 자주하는 푸념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솔루션이 뭘까요? “내신 유형에 맞춰 다양한 문제를 풀어봤다면 다음 단계로 시간 안에 문제 푸는 연습을 해요. 아는 문제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푼 다음 까다로운 킬러문항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50분 시험 시간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안배합니다. 가령 ‘수학은 평이한 문제는 30분 안에 풀고 나머지 시간에는 서술형 킬러 문제에 집중하자’ 같은 행동강령을 만들어요. 이런 체크리스트가 있으면 시험 볼 때 실수를 덜해요.”  


시험 후에 이건 꼭!

 시험을 잘 봤어도 혹은 망쳤어도 반드시, 꼭 해야 하는 게 문제 분석입니다. 시험지와 교과서, 필기 노트, 자습서, 문제집 펼쳐 놓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어디에서 어떤 스타일로 시험문제가 나왔는지 체크합니다. “시험지 분석을 하면서 제가 어느 부분을 소홀히 했는지, 취약점이 뭔지를 알게 됩니다. 다음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나름의 솔루션이 생깁니다. 망친 시험지 다시 보기가 괴롭고 속상하지만 꾹 참고해야 다음에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내신 1등급을 위해 학생들이 쏟는 노력의 밀도에 내심 놀랍니다. 반면에 ‘내신시험은 출제자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저의 자아를 누르고 선생님이 의도한 대로 답을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가슴 한켠이 답답하더군요. 창의성을 부르짖는 AI와의 공존 시대인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신 공부하다 화가 치밀 때도 있어요. 하지만 피할 수는 없죠. 그래서 뒤집어 생각했어요. ‘치열하게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지금 아니면 언제하나?’라고 생각하니 할만 하더라구요.” 자기나름의 멋진 현답을 찾은 학생을 보니 대견함과 안스러움이 뒤범벅된 웃음이 나왔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시험은 힘겹습니다. 양이 임계치 이상 쌓일 때 비로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기적의 시간’을 기원하며 시험 준비에 돌입할  딸, 아들을 다독다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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