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자유전공학부이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꾸준히 노력해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합격(지역균형전형)한 한서진군(잠실고). 철학, 물리학, 뇌과학 모두에 관심이 있는 서진군은 카이스트 새내기과정학부(학교장추천전형)과 연세대학교 첨단컴퓨팅학부(학교장추천전형)에도 합격했다.
그가 자신만의 목표를 갖게 된 과정과 3년간의 노력을 알아봤다.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게 된 이유>>
평소 삶과 죽음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한군은 이를 과학으로 다뤄보고자 1학년 때는 이와 관련된 ‘뇌과학’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2학년 물리학1 시간에 물리 선생님이 내주신 심화 과제들을 재미로 수행하면서 ‘진짜 물리학’이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물리학에 푹 빠지게 됐다. 그런데 3학년이 되어 본격적으로 수능 국어를 공부하다가 접한 철학 지문들에서 물리학도 뇌과학처럼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루는 데 이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아리에서 관련 활동을 하면서 1, 2학년의 관심사가 하나로 합쳐졌다.
“오랜 고민 끝에 ‘과학(물리학 뇌과학)을 통해 삶과 죽음의 본질(형이상학적 주제)을 파악함으로써 인간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으로 제 호기심의 목적지이자 인생의 목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학을 아는 과학자’ 또는 ‘과학을 아는 철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려면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할까?’가 정말 고민됐습니다. 단일 학과에서는 이를 위한 공부를 온전히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그때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를 발견했습니다. 2학년 때 타 단일 학과로 이동하는 다른 학교 자유전공과 달리 4년 내내 자유전공학부 학생으로서 주전공 2개, 학생설계전공 등 다양한 전공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 필요한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 매우 적합한 학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하여 물리학과 철학을 함께 공부하고 추후에 물리학, 철학, 혹은 뇌과학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주요 학교 활동>>
“3학년 동아리(과학자들의 아고라) 시간에 친구들과 ‘자유의지와 과학’을 읽고 과학(물리학, 뇌과학)을 바탕으로 자유의지의 존재 여부(형이상학적 주제)에 대해 토론했던 활동이 서울대 자유전공 입시에 큰 도움이 된 활동이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왜 단일 학과가 아닌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했는지 생기부와 면접을 통해 납득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과학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유를 시도한 동아리 활동이 이러한 역할을 해준 것 같습니다.”
<<학생부 세특 및 창체>>
“학생부 세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업 내용과 동떨어진 심화 주제나 진로 관련 주제를 억지로 엮어서 탐구하기보다는 ⓵수업을 듣고 그 수업 내용에서 생긴 호기심을 해결하거나 ⓶독서 과정이나 일상생활에서 생긴 호기심을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해결해보는 탐구가 더 자연스러운 ‘스토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점검하기 위해 탐구의 목차에 항상 수업 내용, 탐구 동기, 탐구 내용, 탐구 결과 및 느낀 점을 포함시켰습니다. 탐구 동기나 탐구 결과 및 느낀 점을 작성할 수 없다면 그 탐구의 ‘스토리’는 자연스러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⓵예시 ‘트랜지스터 & 축전기 조사 보고서’
주제선정 동기 <<축전기는 절연체를 사이에 둔 두 개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전하/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다. 수업 시간에 평행판 축전기에 대해서만 공부했는데 축전기는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되며 평행판 축전기는 그중 가장 간단하고 대표적인 축전기임을 알게 되면서 다른 형태의 축전기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다른 특성을 가질지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았다. (중략) 한편, 물리2 교과서 축전기의 이용 파트에서 보았던 내용이 떠올랐다. 라디오에서 특정 방송국의 전파를 선택하여 청취하고자 할 때 회로의 공진 주파수를 변화시키기 위해 축전기의 전기 용량을 조절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축전기를 가변 축전기라고 하며 평행판 축전기의 전체 판 중 마주 보고 있는 부분의 넓이를 변화시켜 전기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략) 그렇다면 평행판 축전기가 아닌 원통형 축전기, 구형 축전기는 다른 요인을 변화시킴으로써 전기 용량을 조절할 수 있을텐데 왜 가변 축전기로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평행판 축전기, 원통형 축전기, 구형 축전기의 전기 용량을 유도해보고 이를 통해 각 축전기에서 전기 용량을 결정하는 요인을 도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원통형 축전기, 구형 축전기 형태의 가변 축전기를 고안해보고 활용 적합성에 대해 판단해 보고자 한다.>>
⓶예시 창체진로보고서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면 어떻게 보일까?’
주제선정 동기 <<진로독서 시간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는데 8번째 챕터에 오토바이를 타고 지구에 대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면 주변이 어떻게 보일지, 관찰자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조지 가모프의 사고실험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에 따르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면 이미 지나친 뒤에 있는 물체들도 보이고 모든 것이 앞에 있는 작고 둥근 창 안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지구에 대해 정지해 있는 관찰자에게는 오토바이가 다가올 때는 파랗게 보이고 멀어질 때는 빨갛게 보인다. 상대론적 운동의 시간, 길이에 대한 영향만 알고 있었는데 시야 왜곡, 색 변화도 일어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책에는 그 근거나 이론적 배경이 설명되어 있지 않아 궁금하였고 물리학1 수업 시간에 배운 특수 상대성 이론과 빛(전자기파)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를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보고서의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
▶학생부 내용 발췌 및 재구성
물리학 Ⅱ
(전략)수업 시간에 축전기에 대해 학습한 내용에서 가지게 된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축전기의 종류와 RLC 직류회로에 대해 탐구하고, 라디오에서의 가변 축전기가 작동하는 원리와 연결지어 보고서를 작성하였음. 탐구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원통형 축전기와 구형 축전기의 전기 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해당 방법의 실용성을 따지는 모습에서 학생의 과학적 상상력과 도전 정신, 실용성을 엿볼 수 있었음.
창체
‘코스모스(칼 세이건)’를 읽고 물리 시간에 배운 특수 상대성 이론과 빛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광속에 가까운 운동 상황에 대해 고민하며 탐구한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함. 광속에 가까운 운동 상황에서의 시각적 효과에 대해 생긴 고민을 물리1에서 학습한 상대론적 상대속도를 통해 유도한 상대론적 광행차와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의 식을 이용해 정량적으로 해결함. 또한, 독서를 통해 인간 또한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한 호기심으로 뇌과학에 가졌던 관심을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함.
<<학업 역량>>
“1학년 1학기에는 수학만 2등급, 1학년 2학기에는 통합사회만 2등급, 2학년 1학기에 1.0등급을 받으며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는데요. 2학년 2학기 물리1 2등급과 화학1 3등급이 뜨면서 슬럼프에 빠졌지만 잘 극복해 3학년 1학기 1.0으로 마무리, 최종 내신은 1.15등급을 받았습니다. 내신 대비의 경우 국어는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 가장 중요하고, 서술형 대비를 위해 학습활동 등 암기는 필수입니다. 수학은 많은 풀어보는 것이 중요한데요. 저는 기출 시험지를 실제로 시험을 보는 것처럼 시간을 재며 풀어봤습니다. 영어는 암기하면 정말 유리하고요. 문법 포인트 숙지는 필수죠. 과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중요한데요. 특히 선생님이 주신 문제들은 풀이 과정까지 충분히 숙지해야 합니다. 사회, 한국사, 제2외국어, 정보 등은 수업 내용을 잘 필기하고 필기 내용과 교과서 등을 완벽하게 암기해야 합니다. 저는 특히 화학1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시간 내 푼 문제는 모두 맞혔지만, 시간이 부족해 서술형 문제를 다 풀지 못해 점수를 많이 깎였습니다. 과학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왜 시간이 부족할까’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과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니 암기로 공부하려 하지 말자’는 생각에 갇혀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이 프린트에 제공해 주신 고난도 문제들을 서술형 문제로 출제하셨기 때문에 서술형 답안을 빨리 완성하기 위해 프린트 문제를 모두 노트에 여러 번 서술형으로 풀어보았고 이를 암기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3등급이었던 성적을 기말고사 때 1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수행평가에서 점수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잠실고 후배들에게>>
“내신 관리가 힘들어 수시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수 있는데요. 잠실고에는 정말 유능하고 열정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고 또 대입에서 좋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활동들도 많이 진행됩니다. 수업과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내신 점수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충분히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 06년생들이 입결로 증명했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수시 카드를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시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운의 영역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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