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에세이] ‘여고’라는 이름의 가능성, 강동·송파에서 꽃피다

박경숙 리포터 2025-07-31

강동과 송파지역에는 6개의 여고가 있습니다. 강동의 명일여고, 상일여고를 비롯해 송파에는 잠실여고, 정신여고, 영파여고, 창덕여고 등 모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들입니다. ‘여고’라면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가 ‘조용하고 차분하며 감성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대중문화나 사회적 시선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지만, ‘단짝 친구, 끈끈한 우정의 공동체’, ‘감성적인 교실’, ‘치열한 내신 경쟁’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남학생이 없기에 집중도가 높고, 학업 중심의 분위기가 잘 유지된다는 인식도 있고, 여학생들이 감정 표현에 더 솔직하고 활발하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분위기라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또, 교복 꾸미기, 헤어스타일, 패션 등 자기표현에 관심이 많다는 편견 섞인 이미지도 있어 여고는 ‘외모나 스타일에 민감하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정체성을 확장하는 공간

 오랜 시간 동안 여고는 단정한 교복, 차분한 태도, 내신을 챙기는 공부 스타일이 자리 잡곤 했습니다. 진로 역시 교육, 간호, 문과 계열에 머무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기술이나 과학 같은 분야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는 암묵적 인식 속에서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지요. 학교에서는 ‘여학생답게’ 행동하기를 기대했고, 교사나 사회는 ‘여고생은 얌전하다’, ‘여자애들은 조용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재생산되기도 했습니다. 간혹 여학생들에게 요구된 것은 도전보다는 안정, 표현보다 순응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지역 여고는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우선 외형적인 변화부터 눈에 띕니다. 복장제의 자유, 머리 모양이나 염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여고가 늘고 있지요. 교실 분위기 역시 과거처럼 조용하지만은 않고, 토론 수업이 많아지고, 학생 스스로 발표하고 표현하는 시간이 확대되며, 강단 있는 목소리를 내는 여학생들이 학교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진로·진학도 변했다!

 여고생들의 진로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에는 남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학, 컴퓨터공학, 항공 정비, 물리학 분야에 도전하는 여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의치한약수에 지원하는 여학생들 역시 늘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각 여고의 여성 이공계 장학생 제도, 과학캠프, 공학계열 진로 멘토링, 선배와의 대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고는 ‘여성도 기술과 과학에 집중한다’는 당연한 흐름을 실현해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단순한 진로·진학의 변화만이 아니라, 여성도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시대적 흐름을 여고에서 기초부터 쌓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요.


성평등 교육의 실험장이 되다

 여고에서는 사회적 이슈인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의 전진기지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성평등 동아리’와 ‘성역할 깨기 프로젝트’, ‘젠더 공론장’ 같은 활동이 학교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답니다. 여학생으로서 겪는 사회적 이슈(유리천장, 여성 리더 부족 등)를 다루는 시민의식 교육이 많습니다. 또, 여고생들은 사회 속 성차별을 직접 말하고 토론하며,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한 여고 교사는 “과거에는 ‘여학생들은 조용히 공부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사회를 바꾸는 주체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여학생 개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학교 문화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연대’와 ‘서로 지지하는 문화’가 강한 여고의 특성 덕분에, 경쟁보다 협력으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변화를 만드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출발점

 이제 여고는 더 이상 ‘성별로 나뉜 학교’라는 틀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공간이자,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는 훈련장이입니다. 더 나아가 미래를 함께 디자인하는 성장의 플랫폼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여고가 ‘단정한 소녀들’의 공간이었다면, 오늘의 여고는 ‘변화를 만드는 시민’으로 자라나는 여학생들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고는 한 세대의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세상과 마주하는 출발점이 되는 곳이기에, 우리 지역 여러 여고를 바라보는 시선에 또 다른 깊은 의미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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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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