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고교탐방] 문현고등학교

박경숙 리포터 2026-08-14

학생 선택의 탐구, 자치, 진로로 성장의 길 열다


송파구에 자리한 문현고등학교(학교장 노동준, 이하 문현고)의 교육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자신의 배움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춰 인문학과 과학 탐구, 학생 자치, 생태환경교육, 독서문화, 진로·진학 등 다양한 영역이 서로 연결되며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교육과정 박람회부터 선배 멘토링까지, ‘과목 선택’의 과정을 돕다

올해 문현고가 주목하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생 과목 선택 지원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과목 목록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택 과정 자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데 학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문현고는 교육과정 박람회를 통해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직접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과별로 교사들이 상담에 참여하고 실제 교과서를 전시해 학생들이 교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졸업생과 재학생 선배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멘토링도 더했다.

한지연 교육과정부장교사는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만 듣는 것과 실제 해당 과목을 선택하고 대학에 진학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선배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으며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들으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을 진로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학생 맞춤형 지원 강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 워크숍도 함께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을 안내하는 교사들이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와 선택 과목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경제수학, 중국어, 중국어회화, 한문, 언어생활과 한자 등 5개 과목을 서울온라인학교에 개설 요청하여 정규 일과시간 내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공유형 선택 교육과정(공유캠퍼스)를 통해 강동·송파 지역의 4개교(문현고, 덕수고, 동북고, 잠일고)와 함께 체육 전공 실기, 화학 실험, 생명과학 실험,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중이다.

김경옥 교무부장교사는 “기초학력 책임 지도와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학업과 정서 지원을 함께 이어가려 합니다”라고 말한다.


깊이 있는 탐구 경험의 ‘인문 R&S’,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사회 분야 심화 탐구 프로그램인 ‘문현 아카데미 인문 R&S’도 운영 중이다. 인문·사회 분야에 관심과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여 1년간 장기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2~4명으로 모둠을 구성하고 지도교사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탐구 활동을 수행한다. 탐구 주제 선정부터 탐구 질문 설정, 참고문헌 조사, 보고서 작성,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연구 과정을 단계별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연구 전 과정을 수행하며 비판적 사고력과 사실 기반의 탐구 태도를 체계적으로 함양한다.

김주혜 창체인문교육부장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학술 연구 과정을 경험하며 소논문 형식의 탐구보고서를 작성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하반기에는 인문학 기행 등으로 활동을 확장하는 방안을 계획 중입니다”라며 “이를 통해 협업 능력과 문제 발견 및 해결 능력은 물론 진로와 연계된 전공 적합성과 자기주도적인 탐구 역량을 함께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한다.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학 R&S’

문현고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탐구하는 활동을 비교적 긴 호흡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배움의 주인이 되는 ‘과학 R&S’ 활동을 진행하며 학생들은 단순한 학습자를 넘어 당당한 ’연구자‘로 성장한다. 관심 분야가 같은 친구들과 소그룹을 구성하여 주도적으로 과학 독서 토론을 이끌어가고, 교과서 안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심층적인 실험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과학R&S 활동의 진가는 긴 호흡의 ’심화 탐구‘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은 3개월에서 5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를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을 반복한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적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체득하게 된다. 긴 기간 동안 정해진 활동을 꾸준히 수행해야 하고, 실험과 토론, 독서 및 결과 발표까지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강조하는 것은 ‘활동의 개수’보다 하나의 주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탐구하고 결과물로 완성했느냐이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학생이 주도하는 생태환경교육

생태환경교육 역시 문현고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영역이다. 생태교육(에코인액션) 활동은 환경과 생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징적인 것은 형식적인 환경교육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1년 동안 참여하면서 매달 다양한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다.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는 환경 관련 영화를 상영하거나 퀴즈 프로그램을 마련해 환경 문제를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 대상도 특정 계열 학생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인문·자연·이공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생태환경에 관심이 있고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문현고의 환경교육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학생이 만들어 가는 활동’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자신의 생활과 연결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직접 행동으로 확장하도록 돕는다.


학생이 만드는 학교문화, ‘학생자치모델학교’ 운영

직선제로 선출된 학생자치위원회(학생회)는 학생회장단 공약 이행을 중심으로 학교 축제 운영, 교내 스포츠 리그 지원, 수능 응원 행사, 면학 분위기 조성 캠페인, 분리수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또, 학기별 대의원회의와 교장과의 간담회, 학생회 SNS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요구와 아이디어가 실제 학교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함양하고 있다.

최이지 교감은 “2026학년도에는 ‘학생자치모델학교’ 공모에 선정되어 학생 중심의 학교 문화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학생회 임원들은 1학기 서울학생교육원에서 실시한 임원수련회에 참여하여 학생자치의 의미와 리더십, 협업 및 의사소통 역량을 함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회 운영 방향과 학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였고, 2학기에도 학생교육원 임원수련회를 운영하여 학생자치 활동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할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동아리와 축제, 배움과 즐거움이 공존

문현고에서는 학술, 예술, 체육, 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상설동아리 16개, 일반 동아리 23개로 교과 연계 탐구 중심의 학술동아리를 비롯해 음악·미술 관련 예술동아리, 스포츠 및 문화체험 동아리 등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축제에서는 동아리별 특성을 살린 체험형 부스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국제사회봉사반의 나눔 체험 부스, 시사연구반의 참여형 게임 부스, 사건추리반의 미스터리 체험, 보건진로동아리의 의료 체험 콘텐츠 등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영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유미 연구홍보부장교사는 “학생들은 축제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협업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자신들의 관심 분야를 학교 구성원들과 공유하며 진로 탐색의 기회를 넓히고 있습니다”라며 “여기에 스포츠 활동도 학교생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내 스포츠리그뿐 아니라 잠실학생체육관을 활용한 스포츠 한마당 등 학생들이 학업 외의 영역에서 함께 움직이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독서·멘토링·주제탐구, 다채로운 진로프로그램으로 성장 지원

문현고에서는 송파구청 보조금, 고교학점제 예산, 학교 자체 예산 등을 활용하여 학생과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운영한다. 학년과 관계없이 선발된 학생들의 자율 도서 릴레이 독서 활동인 ‘나는 이런 사람’, 영상 매체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호모 루덴스’, 활자 매체 친화적인 가족문화를 조성하는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저명인사 초청 강연을 제공하는 ‘생각하는 갈대’, 2030 청년 현업 전문직 멘토와 함께 동기를 부여하는 ‘키다리 선생님’, 그리고 동일한 진로를 희망하는 2~3인 학생들의 심화 주제탐구학습을 지원하는 ‘우리 함께해’ 등이 마련되어 학생들에게 한층 깊이 있는 면학 분위기와 내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6년 2월 졸업생 대입 합격 현황

올 2월 졸업생 227명의 대입 수시 입학 현황을 보면, 상위권 대학의 경우 자연계열이 인문계열보다 6.5:3.5 정도로 합격자가 많았다. 자연계열은 컴퓨터공학, 에너지공학, 건축공학, 도시공학 등 공학계열을 선호했고, 인문계열은 경영,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합격했다.

대입 전형 중 수시에서 교과 전형의 비율이 7:3 정도로 높으며, 학교장 추천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 전형 등 학생에게 맞는 다양한 전형을 활용하여 합격했다. 2월 졸업생의 수시 합격 결과는 서울지역 대학에 45건, 경기와 인천 지역에 35건으로 총 80건의 최종 합격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대 1명, 연세대 2명, 서강대 3명, 성균관대 5명, 한양대 1명 등의 합격생을 배출했고, 전국 4년제 대학에 수시 최종 합격이 106건이었다. 전체 수시 최종 합격 152건 중 학생부교과전형이 68건, 학생부종합전형이 73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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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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