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원서 접수 시기가 다가오면서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느 학교를 1순위로 써야 할지, 2·3순위는 어떻게 정해야 할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좋을지, 대학 진학 실적이 좋은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내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학교를 찾아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특히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면서 대입 환경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중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은 수시모집 비율이 80.8%이며, 수시 모집인원의 86.0%가 학생부위주 전형이다. 결국 고등학교 3년 동안 어떤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어떤 학교생활을 만들어가느냐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고등학교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먼저 고교 선택을 경험한 ‘선배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입시실적 좋은 학교가 무조건 좋은 학교는 아니에요
“중학교 때는 무조건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줄 알았어요. 막상 보내보니 중요한 건 그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 위치에서 공부할 수 있느냐더라고요. 학교 이름보다 아이 성향을 먼저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김민정씨(고3학부모, 귀인동)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자료 중 하나가 대학 진학 실적이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이나 주요 대학 합격자가 얼마나 나왔는지를 보고 학교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배 학부모들은 입시실적을 그대로 학교 선택의 순위로 연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 합격 실적에는 학교의 교육력뿐 아니라 학생 구성, 재학생과 졸업생 포함 여부, 정시와 수시 비율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학교의 실적이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가’다. 학업 분위기가 강하고 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가 어떤 학생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지만, 다른 학생에게는 치열한 경쟁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진학실적은 참고자료로 활용하되 학교 선택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 것이 좋다.
“내신 따기 쉬운 학교?”…소문보다 아이의 학업 성향부터
“중학교 때 주변에서 내신 때문에 학교를 정해야 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3년을 보내보니 시험 한두 번의 유불리보다 아이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가 더 중요했어요.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올라가는 아이인지, 경쟁이 심하면 위축되는 아이인지도 생각해봐야 해요.” 김수지씨 (졸업생 학부모, 호계동)
2028 대입부터 고교 내신은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체제로 바뀐다. 때문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학교별 내신 경쟁 정도에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실제 한 연구에서 중학교 학부모들이 고교 선택 시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응답한 항목도 ‘학생 수, 시험 난이도 등 내신 유·불리’였고, 이어 학교 교육과정,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수능성적 관리 순이었다. 그러나 ‘내신 따기 쉬운 학교’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고 시험 난이도 역시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내신 경쟁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경쟁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는 유형인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유형인지 함께 살펴야 한다.
가까운 학교가 최고라는 말, 고3 가면 실감합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 더 가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험기간이나 고3이 되니까 그 시간이 정말 아깝더라고요. 학교 수준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저는 둘째는 무조건 가까운 학교를 권할 것 같아요.” 채민경(고3·중3 자녀를 둔 학부모, 호계동)
학교와 집의 거리도 생각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고등학생의 하루는 길다. 정규수업에 방과후 활동, 동아리, 자율학습, 학원까지 이어지면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편도 20분과 50분의 차이는 하루에는 크지 않아 보여도 일주일, 한 달, 3년이 쌓이면 상당하다. 통학시간이 길어지면 수면시간이나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원하는 교육과정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는 학교라면 어느 정도의 통학시간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간 차이가 크지 않다면 ‘통학의 지속 가능성’도 1순위 학교를 결정할 때 반드시 따져볼 요소다.
이제는 학교 이름보다 ‘무슨 과목을 열어주는지’ 봐야 해요
“첫째 때는 학교 분위기와 대학 실적만 봤는데 둘째 학교를 고를 때는 교육과정표부터 봤어요.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과목이 2·3학년에 실제로 얼마나 열리는지 비교해보니 학교마다 생각보다 차이가 컸어요.” 김현정(고2 학부모, 범계동)
최근 고교 선택에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교육과정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을 확대하고 다양한 진로·융합 선택과목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육과정 편제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자연계열을 생각한다면 수학·과학 분야의 진로·융합 선택과목이 얼마나 다양하게 개설되는지, 인문·사회계열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과목 선택 폭은 충분한지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과목 이름만 확인해서도 안 된다. 편제표에 있는 과목이 실제로 매년 개설되는지, 학생들의 선택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 소인수 과목이나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면 좋다.
고교학점제 시대에는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뿐 아니라 ‘그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선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결국 1순위는 ‘우리 아이가 3년을 잘 보낼 학교’
“결국 아이가 다닐 학교인데 부모 욕심으로 결정하면 힘들어질 수 있어요. 아이와 학교를 같이 알아보고 ‘왜 이 학교에 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1순위는 부모가 원하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가 3년 동안 잘 다닐 수 있는 학교여야 하니까요.” 이수진(대학생·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평촌동)
학교 분위기 역시 숫자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면학 분위기, 학생과 교사의 관계, 진로·진학 상담, 동아리와 학교 활동,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고 재학생이나 졸업생 학부모의 이야기도 여러 명에게 들어보는 것이 좋다. 특정 학부모 한두 명의 경험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평가만으로 학교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교 선택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입시실적이 가장 좋은 학교’, ‘내신이 가장 유리한 학교’,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 가운데 하나만 골라 답을 찾기보다 통학거리와 학업 분위기, 교육과정과 선택과목, 내신 경쟁 환경, 진학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의 성향을 함께 놓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1순위부터 학교를 정해야 한다면 우선 ‘우리 아이에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 두세 가지를 정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통학시간인지, 교육과정인지, 학업 분위기인지 우선순위를 세운 뒤 학교별로 비교하면 막연했던 선택지가 조금씩 좁혀진다.
고등학교 선택은 대학을 잘 가기 위한 학교 하나를 고르는 일이기 이전에, 아이가 가장 중요한 3년을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선배 학부모들의 조언은 결국 한곳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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