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

지역내일 2016-08-22 (수정 2016-08-23 오후 4:51:08)

과거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 맞기도 참 많이 맞았고 장난도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것 같고 사고도 많았던 추억이 생생하다. 수업시간 중에 도시락을 몰래 먹다 야단을 맞고 실내에서 말 타기를 하다가 팔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이제 반백년을 산 내게는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기만하다. 그 시절은 교실에 생동감이 넘쳤다. 아침부터 시끌벅적했고 이웃한 옆 반 교실에서 매 맞는 소리가 들리고 담임선생님의 우렁찬 잔소리(?)가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등교와 함께 하교까지 잠만 자는 학생의 현실
그런데 선생인 내가 오늘의 교실을 돌아 볼 때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침부터 등교하자마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태반이나 되고 심지어는 수업시간에도 많은 학생들이 자고 있다. 특히나 오전 수업시간에 더 심한 것 같다. 깨우고 깨워도 일부러 잠을 자려고 기를 쓰는 모양으로 도무지 백약이 무효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교가 끝나면 저녁 먹기가 바쁘게 학원으로 달려가 밤 10시가 넘도록 지내다가 집에 귀가하면 학원 숙제에 친구와 통화나 문자주고 받기를 하고 또 궁금한 뉴스를 보기도 하며 간식도 먹고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라치면 새벽을 맞이하기 일쑤인 것이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다.
그러나 예전과 지금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잘 버티고 학교생활이나 학원생활이나 남들처럼만 하면 예전엔 대학을 다 갈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전공을 100퍼센트 달성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그땐 적어도 그 정도의 범위에서 선택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의 사정은 너무도 다르다. 남들처럼 해서는 남들처럼 되기도 어렵거니와 자신의 능력 이상을 해 내도록 경쟁하는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공부를 위해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면서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공부를 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현장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선생으로서 일말의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또 한편으로는 지하자원은 없고 사람만 많은 나라에서 어쩌면 지금의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거라고 한국사회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현실임에도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삶의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도 실업자가 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실제로 그런 현실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과 생활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양심이 사라지고 자신만을 위한 생각이 자리 잡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사회적 통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진정한 ‘선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필요할 때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과연 최전방의 현장에 있는 선생인 나의 역할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진학지도와 진로지도를 잘해서 족집게 선생으로 명성을 얻는 것일까 아니면 수업에서 열정을 가지고 양질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일까? 선생인 나는 30대 10년의 세월을 이런 열정을 가지고 학생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EBS방송 강의 경력 11년, 각종 출제위원, 교과서 및 참고서 집필위원, 각종 연구위원, 장학위원 등등 내 경력 중의 일부가 아마도 그것을 증명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런 노력이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반성도 해보게 된다.
선생으로서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내면서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소중한 존재이며 그들 모두가 인격체이고 나보다도 더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학교 교육의 목표인 전인교육의 실현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선생인 나부터 변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업시간 중간 중간에 서로를 배려하면서 이해하도록 여러 가지 좋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진정한 리더십이란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 줄 수 있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고 싶다.
과거에는 학생들을 좋아해서 직업인으로서의 선생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진정한 가르침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실하게 학생과 함께 하는 선생님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교문 앞에 선다.  



김재수(중산고·생활지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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