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수학에서 꼭 필요한 자기반성

지역내일 2017-06-16

올해로 서울고등학교에서 근무한지 3년차다. 2년을 근무하면서 2학년이었던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나니 ‘그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학생들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중간고사가 끝난 후 그 아쉬웠던 기억도 있고 해서 지금 지도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개인이 수학을 배우면서 만족감, 성취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수학 지식에 대한 깨달음, 문제를 풀면서 느끼는 보람 같은 종류의 것이라면 너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학생들은 주로 보여지는 것, 즉 좋은 시험 점수로 이를 얻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겨울방학부터 학원을 다니며 예습도 하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노력한 것이 결과로 잘 보이지 않게 되면 학생들의 얼굴엔 적지 않은 실망감이 감돌고 수업에 보이던 의욕도 서서히 사라진다.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난 후 수학 상담을 계획했다. 학생들이 중간고사 이전의 학습, 그리고 중간고사 시험에 대한 충분한 성찰, 반성을 하게 한 후 상담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 싶어서 아래와 같은 질문지를 배부하고 이를 작성한 후 상담을 신청하게 하도록 했다. 나름 호응도가 괜찮았고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상담 요청을 했다. 


1. 중간고사 범위는 ‘수열의 극한’, ‘함수의 극한’, ‘도함수’였습니다. 세 단원에 대한 개념이나 정리, 문제 중 생각나는 것을 적어주세요.
2. 평소 미적분 수업 시간이 본인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부분이 그랬는지 적어주세요.
3. 미적분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했는지 적어주세요.
4. 중간고사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적어주세요.
(1) 난이도 :    
(2) 평소 수업 시간과의 연계 :  
(3) 서술형 문제 :
5. 본인의 시험 결과와 서술형 답안지에 대한 자평을 해주세요.
6. 앞으로 기말고사 범위의 미적분 공부를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7. 선생님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1번은 학생들이 중간고사 범위에 대한 수학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2번은 평소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 위한 질문이다. 3번은 학생들의 공부 습관, 4번은 시험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5번은 학생들이 실제로 문제를 풀며, 그리고 서술형 답안지를 작성하며 든 생각을 듣고 싶어서 만든 질문이다. 6번과 7번은 앞으로 나와 학생들이 노력해야 될 부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한 질문이었다.
마음을 담아 꽉꽉 채운 질문지를 보면서,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하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훨씬 심층적인 상담을 할 수 있었다. 혹시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수학적인 사고력이 약한 점수 20~30점대의 학생들
이 학생들은 개념을 익히고 그것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운(?) 수학 공부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이다. 그래서 일단 그런 경험을 늘려서 목표를 50점 정도로 잡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교과서로 개념을 제대로 익히고 교과서의 문제들, 시중의 문제집에서 어렵지 않은 문제들을 골라서 해결하며 연습하면 충분히 목표달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길 해주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50~60점대의 학생들
학원도 다니고 수업도 열심히 듣는 이 학생들은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수학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건너뛰고 문제만 열심히 푼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규 수업에서 교과서에 실린 문제를 풀 때는 너무 쉽게 느껴져 수업을 등한시하게 된다. 본인은 정말 많은 문제를 푸는데 항상 점수가 제자리인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 학생들에게는 일단 기본으로 돌아가서 교과서를 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길 주문했다. 그렇게 하면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수학적으로 시야가 넓어져서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실력이 완벽하지만 점수가 아쉬운 80점대의 학생들
나는 수업태도도 완벽하고 수학 실력도 탄탄한 이 학생이 왜 80점대의 점수인지 이해를 못했다. 상담을 해봤더니 이 학생은 100점에 가까운 점수와 1등급을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과했다. 사실 어려운 문제 1~2개를 틀리더라도 충분히 1등급을 맞을 수 있지만, 이 학생은 스스로 만든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낮은 성취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학생에겐 완벽하게 100점을 맞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얘기해주었다. 오히려 부담감을 줄인다면 좋은 점수를 맞을 수 있을 것이고, 한두 번 그렇게 극복하는 경험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점수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질문지와 상담 내용이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전문적인 상담가는 아니라서 이런 내용들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수학 공부 때문에 고민하는 몇 명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반성을 해보고 대책을 세우는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본인이 잘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오답노트를 정리해 필히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점수대를 막론하고 상담을 했던 모든 학생들이 하지 않은 것이라서 더욱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서울고 하승수 교사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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