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반가운 사회 변화, 그러나 달갑지 않은 교육환경 변화

지역내일 2017-06-05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우리나라가 급격히 혹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대선에서 뽑은 것은 대통령 한사람이지만 불과 며칠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나와 가까운 일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희생되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심사조차 받지 못하던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를 순직 처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정권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교육정책
새 대통령과 함께 진보적인 교육부장관의 임명이 예상되고, 교실혁명을 기조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포함한 대통령의 교육부문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첫째,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 예정인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있고, 둘째,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이렇게 3가지로 대학 입시전형의 단순화와 수시 비중의 단계적 축소, 고교 내신과 수학능력평가의 절대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의 개선이며, 셋째,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국립대 육성 및 경쟁률 있는 지방 사립대를 공영형 사립대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맞춤형 교육, 일제고사 폐지, 자유학기제 확대, 고교학점제, 예체능교육 활동성 등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이 중심이 되는 교실혁명 등이다.
교육부문의 변화도 많은 국민들이 환영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정권이 바뀌며 달라지는 것이 너무 많다. 이전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자주 교육정책과 제도가 바뀌어 학교와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린다.
관료주의적 행정처리 위주의 교육체제 또한 문제이다. 가장 중심적인 교육기관인 학교와 선생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행정적인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학생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라고,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교생활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온통 평가와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학교생활이 고되고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을 자기 아이에게 좀 더 쉽게 경쟁력을 키워주고 싶고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제도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교사인 나조차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30년 전보다 지금의 학생들이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즐겁다. 입시의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계속 짓눌려 있지는 않다. 힘들어 하거나 학교를 오는 것이 그다지 즐겁진 않지만 일단 학교에 오면 여러 친구들과 즐겁게 지낸다. 이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과도한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입시 부담과 학교환경은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부담을 이겨내며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잘 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생각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제도와 정책을 개혁하여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너무 자주, 그리고 혁신적으로 제도가 바뀌어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예측이 불가하여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예상되는 입시제도의 변화 중 ‘수시전형 인원의 축소’와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은 동시에 시행하기 어려운, 만약 실제로 시행하려면 대학에서는 정시전형을 위해 새로운 평가척도를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인 학생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즐거운 학창시절을 위해 입시 부담을 줄여주는 입시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사교육, 경쟁, 입시 부담… ‘과연 이런 것들 만일까’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중2병이라는 사춘기의 원인을 뇌 과학자들은 ‘미완성 상태의 전두엽’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생물학적 요소에서 찾기도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감’이라는 심리학적 요소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런 심리학적 요소는 초등학생에게도 고등학생, 고3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신체발달이 비슷한데 과거에는 사춘기를 고등학생들이 많이 겪다가 요즘은 많은 학생들이 중2 때 겪는, 심지어는 초등학생들에게 사춘기를 의심할만한 사례가 보이는 것을 보면 심리학적 요소가 더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그리고, 안정적인 교육환경’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다른 해의 5월에는 3학년 아이들에게 6월 모의고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어떻게 공부를 마무리 할지를 조언해 주곤 하였다. 덩달아 1학년 아이들에게는 1학년 때부터 빨리 준비해야 학생부종합전형이던 수능이던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올해는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변화하는 시대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이야기 한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기대함과 동시에 개혁적인 교육정책의 변화를 예상하며 희생 아닌 희생을 치러야하는 학생들을 걱정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머지않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정책의 변화는 한 번 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이 내려지길 소망한다.


서문여고 이효종 교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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