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수능, 그 전과 후

지역내일 2016-11-05

수능은 어찌 보면 이보다 더 공명정대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 그것만큼 잔인한 시험도 없는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을 전전하던 학생들은 10여년의 지난한 시간이 지나 수능시험 앞에 초조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시험의 결과로 감히 삶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대입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분명히 판가름 난다.
학생이 일정한 시간에 맞춰 푸는 문제 한 문제 한 문제가 자신의 능력과 자격을 수치화하고, 일정한 서열로 매겨진다는 것은 가끔 이를 지켜보는 이에게도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학생 본인에게는 이겨 내야할 중압감이고, 그 거대한 벽을 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이 시기의 학생이 가지는 초조함은 실로 대단해서 학생의 기분에 맞춰 온 가족이 숨죽이고, 학생의 모든 짜증을 학부모님은 올곧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험만 끝나고 보자는 식으로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감내하다가도 혹여 결과가 좋지 않아 재수라도 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또다시 되풀이 될 1년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어떤 대학이라도 성적에 맞춰 보내려는 어머님을 본 적도 있다.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마음 편히 크게 숨을 내쉴 수 없다. 지금이 그러한 때다. 그런 11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수능이 끝나고
어찌되었든 11월 17일은 올 테고, 또 시험이 시작되고, 다음날이 오기 마련이다.
수능 끝난 다음날, 초조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학생이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의 표정이 이미 모든 결과를 말해준다. 그나마 눈을 피하지 않고 밝은 표정이면 ‘시험 잘 봤냐’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만,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학생에게는 감히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수고했다’하고 어깨를 토닥여 줄 뿐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시험은 끝났다. 꼬리를 아무리 집요하게 따라가도 몸체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학생에게도, 학부모에게도, 학교에서도 최대의 관심사는 자신의 예상 점수를 기준으로 수시를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시험 직후 뉴스를 비롯한 각종 입시사에서 쏟아내는 정보가 그리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주말부터 수시가 시작이라 자신의 성적으로 이 대학을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만한 자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짧은 시간에 정확한 데이터가 구축될 리 만무하다. 더욱이 전문가들의 예상 등급컷과 실제 체감 난이도는 차이가 있기에 한두 문제로 갈리는 의대 입시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상위권 학과는 그것을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논술 시험 응시여부는 보다 인내심 가져야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기 때문에 어떤 자료가 배부된다고 하면 그곳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정신없이 몰려든다. 그러한 발 빠른 대처가 대단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데이터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은 모두가 같기에 그 정확도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최저를 못 맞추는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은 일단 논술을 정상적으로 준비하고, 주변의 데이터를 참조는 하되 조금 더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대 논술의 경우는 수능 성적이 좋다하더라도 워낙 지원자들의 성적 편차가 크지 않고, 막상 정시 지원 판단도 쉽지 않으므로 최저를 맞출 수 있고 애매모호한 경우라면 일단 논술 시험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본다고 또 합격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이미 정시로 대학을 보낸 학부모님의 경우는 정시 지원이 얼마나 피를 말리는지 알기 때문에 수시에서의 판단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 그러나 ‘혹시나’ 또는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이 학생과 학부모의 발목을 잡는다. 정시지원의 카드 세 장이 많아 보이지만 주요 대학들은 대체로 가와 나군에 몰려있다.
둘 중 한 곳을 상향 지원 한다면 다른 한 곳은 하향 지원 할 수밖에 없고, 몇 번을 돌아도 결국 추가합격의 연락을 받지 못한다면 하향 지원한 대학을 가는 방법 밖에 없다. 더욱이 다른 한 곳을 소신 지원한 경우는 좋은 성적을 받고도 재수를 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향 지원하여 합격한 경우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수 및 자퇴 후 재수를 하는 것도 흔히 보는 경우다.
정시는 그래도 주어진 값으로 지원할 수 있는 리스트를 명확히 손에 쥘 수 있다. 자료는 충분하다. 다만 그대로 지원할 것인가, 그래도 더 높은 곳을 지원할 것인가 이 둘의 싸움일 뿐이다.  
올림픽에서 가장 빨리 끝나는 종목이 ‘도마’라고 한다. 힘찬 도약, 공중자세, 착지, 끝이다.
한 기자가 물었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결정 나는데 불안하거나 떨리지는 않느냐고. 그 때 양학선이 이런 얘길 했었다. “나는 더 할 수 없을 만큼 연습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연습한 것을 봐주었으면 한다. 내가 연습한 것을 한 번 봐봐라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뿐이다”고. 그것은 정말 노력한 자만이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일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남은 시간, 학생들이 공부한 것을 보란 듯이 잘 펼쳐 보여주길 바란다. 결과는 어디까지나 그 이후의 일이다. 지금은 눈앞으로 다가온 수능, 그것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단대부고 김태훈 교사(국어·진로진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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