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뜻 품은 우리 동네 이색 트리

거울 트리에 담긴 공공디자인

오미정 리포터 2016-12-29

거리마다 설치된 트리 장식이 연말연시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요즘에는 공공기관마다 폐품, 라면, 책처럼 색다른 재료를 활용해 메시지를 던지는 조형물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공공디자인 개념이 싹트고 있는 우리 동네의 반가운 변화 현장을 찾았다.

연말연시를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강동구청 앞 분수광장에 이색 조형물이 들어섰다.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소나무 모양의 트리에 가까이 다가가니 초록색 플라스틱 우유박스에 금색 거울 1028장이 붙어있다. 



강동구청 앞 거울 트리 의미는?
길 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연신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부터는 흰색 둥근 램프에 불이 켜지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높이 6.5m의 조형물 맨 꼭대기에는 폐자전거 둥근 휠 6개로 만든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왜 거울을 소재로 택했을까? “거리, 빌딩, 가로등, 하늘, 달리는 자동차, 길 가는 사람들... 길 위의 모든 것이 트리의 장식이 되는 겁니다. 무엇보다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이 도시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고 강동구와 함께 트리를 디자인하고 제작한 사회적기업 ‘어시스타’ 정진성 대표가 말한다.



주민과 함께 나누고 싶은 공공의 메시지를 발랄하게 표현한 조형물을 강동구는 2012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공예, 공공디자인을 전공한 강동구 도시디자인과 김유선 주무관이 숨은 주역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구청 앞 광장에 분수가 나오거나 화단이 꾸며지고 도시농업 같은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활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삭막한 공간으로 바뀌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대형 트리 아이디어를 냈습니다”라고 김 주무관은 설명한다.
‘리사이클링’이 중심 테마다. 첫 해에는 폐기된 신호등, 플라스틱 볼풀공을 활용한 원통형 모양의 트리를 선보였다. 관람객이 트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도착하는 타임머신 우체통 이벤트도 벌였다.
 지난해부터 트리 트로젝트에 참여한 어시스타는 강동구에서 나온 각종 재활용품을 가지고 지난해에는 정크바이트리를 올해는 좀 더 규모를 키운 미러바이트리를 완성했다. 트리에 사용된 플라스틱 우유 박스는 지난해 썼던 것을 재활용했다.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미러크리스마스트리는 강동구청 앞 분수광장에서 1월30일까지 전시된다.



눈길 끄는 ‘책 트리’, ‘라면 트리’
‘책 읽는 송파’를 슬로건으로 내건 송파구는 구청 로비에 높이 3m 규모의 책 트리를 선보인다. 주민과 구청 직원들이 기증한 책 800권을 대형 목재 서가대 이에 차곡차곡 쌓은 다음 LED전구와 각종 장식으로 완성했다.
책 트리는 1월30일까지 전시된 후 지역 내 작은도서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목재 서가대는 송파구 내 글마루도서관으로 옮겨 책꽂이로 재활용된다.
광진구 광장동주민센터 야외에 라면 트리가 등장했다. 주민이 기증한 라면 3000개로 광장동주민센터 직원들이 높이 2m, 둘레 5.3m 규모의 원추형 트리를 완성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 찍거나 새해 소망을 적을 수 있도록 포토존과 소원지 걸기 코너도 마련했다.



라면 트리는 1월25일까지 전시된 후 트리 재료로 쓰인 라면은 광진구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연말연시 트리에 재활용, 리사이클링, 나눔의 가치를 재치 있게 더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_ 정진성 어시스타 대표
공공의 가치에 디자인 입히다
소셜공간 디자인그룹인 사회적기업 ‘어시스타’ 대표 정진성은 미술학도를 꿈꿨던 건축가다. 강동구 트리 조형물 프로젝트에 흔쾌히 참여한 것도 공공디자인을 향한 갈증 때문이다.
“공간에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거울 트리에 비친 모습에 즐거워하며 ‘도시의 주인공은 나’라는 우리가 디자인한 트리의 핵심 메시지를 금방 이해하더군요. 의미 있는 공공 프로젝트로 올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직원들이 즐겁게 작업했습니다”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건설회사 다니던 정 대표는 클라이언트 요구에 맞춘 상업적 디자인 대신 다양한 실험으로 공간에 의미를 더하는 ‘소셜 공간 디자인’에 마음이 끌리자 과감히 창업을 선택했다.
2011년 문을 연 뒤 회사의 지속성을 위한 이윤 창출과 공공의 가치 구현이란 사회적기업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5명의 직원들이 버겁게 고군분투중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온 식구가 단칸방에 사는데 변변한 책상조차 없어요. 기업과 함께 책상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필요한 책상은 이사를 자주 다니기 때문에 조립이 쉽고 가벼워야 하지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걸’ 디자인에 담아내는 작업이 신이 나죠.”
회사 이름 어시스타(Assist‘돕다’와 Star‘별’의 합성어)에 담긴 ‘작은 힘들이 모여 세상을 돕는 큰 별이 된다’란 가치가 모토다.
각오했던 것 이상의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작은 회사는 차근차근 성장중이다. 서울시민청 카페, 공정무역매장, 소셜캠퍼스 디자인 등 업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폐기물이 많이 나옵니다. 폐자재를 최대한 줄이는 우리의 소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줄기차게 연구중입니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회사들과 손잡고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마대, 못쓰거나 안 쓰는 오래된 책자를 가지고 가방이나 다이어리를 만드는 업사이클 제품 생산을 준비중입니다. 곧 제품이 나와요”라고 빙긋 웃으며 자랑하는 정 대표. 지난 5년을 버텨온 내공으로 새로운 5년을 준비한다며 ‘모든 현장이 배움의 과정’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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