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졸업식이 있어 더 잔인한 달 2월

지역내일 2017-02-02

2월은 3학년 담임에게는 잔인한 달입니다. 졸업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표정, 어두운 표정, 심지어는 참석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졸업식에 참석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밝은 표정보다 어두운 표정이 훨씬 많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진로에서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대입 수시전형에 합격해서 11월부터 기분 좋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도 생기고, 마음 졸이다가 12월 하순에 수시에 추가로 합격해서 안도하는 친구도 생깁니다.
정시에 합격하는 친구도 생기고, 졸업식이 있는 2월 초에는 정시 추가 합격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졸업식에 참석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추가 합격 소식을 받는 친구들도 생깁니다. 이렇게 성공한 친구들 중에서도 정말로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합격한 경우는 드물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대학과 학과에 진학한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목표보다는 낮은 목표 성취가 큰 기쁨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합격한 친구들의 경우에도 기쁨은 길어야 3일 정도만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는 새로운 걱정이 시작되더군요.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연락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딱 3일 후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선생님 저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목표를 이루었는데도 여전히 걱정은 남아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최고의 목표를 성취한 친구들의 경우에도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 같은데, 더 즐거워하는 친구는 추가 합격으로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에서 해방된 것처럼 좋아합니다. 뭐 그 대학이나 학과가 원래 원했던 데가 아니라 차선책으로 준비했던 곳임에도 말입니다.
그리고 제일 즐거워하는 친구는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그걸 성취한 친구들입니다. 남들은 잘 인정해주지 않는 분야지만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정했고, 그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서 그런지 자신감이나 삶의 만족도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친구들의 활기참이나 자신감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반면 목표를 자신의 능력에 비해서 너무 높이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심하게 좌절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습니다. 아직 찾아가지 않은 작년도 졸업장과 졸업앨범이 두 개나 저의 캐비닛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찾아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너무 심하게 낙담해서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하지 않는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테니 계속 보관해둘 생각입니다. 올해의 졸업장과 졸업앨범도 이제 곧 나오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다들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바빠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생깁니다.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야 해서 참석하지 못하기도 하고, 재수학원에 등록해서 수업 받느라 참석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못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부모님이 대신 오셔서 졸업장과 앨범을 받아가기도 하고, 나중에 본인이 찾으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졸업식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서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합니다. “수능에서 딱 한 문제만 더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요”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수능에서 한 문제를 더 맞았다고 해도 그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원하는 대학이 높아지기도 하고, 원하는 학과가 높아지기도 하는 문제들 말입니다. 어떤 어머니들은 수능에서 고득점한 친구들의 부모님을 부러워하시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득점한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 점수에 맞춰 지원하려고 하는 상위권 대학, 학과에 과연 지원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오히려 이 고득점한 학생들의 부모님 고민이 더 심각하기도 합니다.
또한, 요즘에는 집 안에 자녀가 하나인 경우가 많아서인지 졸업식에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도 참석하시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강당이 2천석이어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큰 행사에 좌석이 부족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재학생이 모두 참석하고도 700석 정도가 남으니까요, 그런데 작년도 졸업식에서는 좌석이 부족해서 뒤에 서 계시는 부모님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캐비닛에 외로운 졸업장 없었으면
올해도 졸업식이 점점 다가옵니다. 우리 친구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싶은데, 올해도 그렇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불수능 때문인지 11월 수능 이후부터 아이들 얼굴의 눈가에 다크 서클이 많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지역적인 특성상 부모님들의 기대수준도 상당히 높을 것이고, 우리 친구들의 희망 대학도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의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을 테고, 실제로 재수학원에 등록했다는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또, 2월 초가 졸업식인데, 정시 추가 합격 기간과 겹치게 되어서 졸업식 참석을 접고 집에서 추가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할 친구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교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했습니다. 잘 정리된 교실에 혼자 않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평상시에 저 자신도 목표치가 높은 편이어서 우리 친구들에게 도전을 해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실제로 도전을 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졸업식에서 혹은 실제 사회생활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친구들을 생각해보니 높은 목표치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 목표치는 좀 낮지만 그 목표를 성취한 친구들이었습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부터는 저 자신도 목표치를 좀 낮추고, 부모님들과 우리 친구들의 목표치도 조금 낮추게 하고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습니다. 캐비닛에 졸업장과 앨범이 쌓이지 않기를 바라야겠습니다.

김태용 교사(진선여고 진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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